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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오염된 땅이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1998년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 정상에 자리한 메디슨 미군기지에서 계곡으로 유출된 700리터의 경유는 무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토양오염과 산림 생태계에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미군과 환경부의 '기름오염 완전 치유' 선언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토양속 유류성분이 기준치(500㎎/㎏)의 20배나 많이 검출되는 죽음의 계곡으로 바뀌었고, 지난 8월 여름 폭우시에는 백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마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환경운동연합은 당시 유출되었던 기름의 방제와 오염된 토양의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거목이 말라죽고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탓에 산자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고 주장하며 백운산 산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섰다.

 

경기환경운동연합(경기환경연)은 10일 '불성실한 미군기지 기름유출의 환경정화 완료로 발생한 의왕시 백운산 계곡 산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성명을 내고 "환경부와 미군은 산사태 진상을 밝힐 것과 토양오염 산림훼손 복구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기환경연은 "이번 산사태로 무너진 비탈면은 산정상에서 계곡까지 150여m에 달했고 토사가 계곡을 따라 500여m 흘러내려 자칫하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현장 답사 결과 2004년 방제가 완료되었다던 기지의 외벽 산사태 지역에는 여기저기 시커먼 기름이 떠다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시료채취 분석결과 각종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넘게 검출되었고 오염도가 기준치 20배에 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과 환경부의 기름 유출 '완전치유' 선언 거짓말

 

백운산 미군기지 기름유출 사고 10년

백운산계곡 환경오염 사고는 의왕시 왕곡동 백운산 정상에 자리한 미8군 통신부대인 메디슨기지(Camp Madison)의 난방보일러용 소형탱크 연결배관이 파손되면서 저유황 경유가 1만갤런 정도가 부대 밖으로 유출, 백운산 일대 계곡과 왕곡천으로 흘러간 사건이다.

 

사고는 3월 7일에 발생했지만 주한미군 측은 사고 인지 후 지자체인 의왕시에 알리지 않은 채 부대 내 기름 이송관로를 교체하고 기름저장탱크 주위에 방류벽을 설치하고 계곡 오염에 자체적으로 정화작업을 벌이다 인근 주민의 신고로 한 달여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의왕시 왕곡동 백운산(해발 504m) 일대 계곡은 사건발생 10년여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옅은 기름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물이 흐르지 않는 부분의 토양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으며 계곡 주변 바위와 말라죽은 나무의 밑동에도 검은 기름때가 그대로 남아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사고지역의 토양층에 광범위하게 기름에 배여 있어 앞으로 100년 이상이 경과해도 정상회복이 불가능한 최악의 산악 환경사고라고 지적하고 있어 무공해지역으로 보존되어 왔던 백운산 계곡은 오랜 기간 죽음의 계곡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미군측의 공식사과와 원상회복을 요구해 온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은 2002년 12월 5일 백운산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으나 현재 그 움직임은 정체된 상태이다.

 

미군은 사건발생 이후 수차례의 주민설명회와 한미합동조사를 진행하는 등 일부 성의를 보였지만,  2006년 오염 완전치유를 선언한 이후 아직까지 조사결과나 토양오염 제거작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기환경연은 "미군은 2006년 오염 완전치유를 선언하고, 2007년 환경부도 미군의 통보를 받고 메디슨 미군기지 지역 기름오염이 완전 치유됐다고 발표했다"며 "이번 사건은 미군과 환경부의 성의없는 태도가 10년이 넘어 큰 재앙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당시 오염치유 과정에서 의왕시와 시민들의 오염 실태 정보 공개와 복구과정 참여요청에 대해 미군과 환경부는 SOFA 규정을 들어 주민과 공무원의 참여마저 거부하였으며, 오염치유 선언 이후에도 치유 정도에 대한 조사 결과는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경기환경연은 "미군과 환경부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조사나 긴급 복구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시민단체의 제보를 받은 의왕시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방제하기 위해 흡착포를 깔고 미생물 분해제를 살포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경기환경연은 ▲불완전한 치유로 이번 사태를 야기한 미군의 대국민 사과 ▲메디슨 미군기지 기름오염실태 민관합동정밀조사 및 결과 공개 ▲미군의 산사태와 기름오염, 파괴 식생 복원 ▲환경부의 1998년 기름유출부터 현재까지 상황 공개 ▲치유 완료 선언한 환경부 직원의 징계 및 부실 치유 업체의 미군기지 기름오염 제거 작업 제외 ▲환경부와 경기도의 경기지역 반환미군기지 기름오염 실태와 치유계획 공개 ▲의왕시의 시민에게 불완전한 기름오염 제거 사실을 알리고 백운계곡 수의 안정성 조사 및 공개 등을 요구했다.

 

경기환경연 안명균 사무국장은 "백운산 미군기지 유출사고로 후유증은 이번 산사태를 일으켰고, 미군과 환경부는 기름오염을 완전히 치유했다고 선언했으나 제대로 치유되지 않아 아파 신음하는 백운산의 산사태를 통해 거짓임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흙 속에 깊이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는 '토양복원'을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음에도 미군쪽은 그동안 단순한 기름제거 작업에만 매달려 겉으로 치유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실상은 토양 깊숙이까지 오염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사태 복구비용 경기도가 부담? 한미SOFA 불평등 논란

 

한편 백운산 계곡 산사태 발생 이후 의왕시는 지난 1일과 4일 기름 오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흡착분말 30㎏을 살포하고, 유흡착붐 1기를 설치하는 등 방제작업에 나섰다.

 

또 지난달 20일 경기도보경환경연구원에 산사태 발생 지점 수질·토양 오염분석을 의뢰한 결과 5곳 중에서 2곳의 토양속 유류성분이 기준치 500㎎/㎏의 20배나 많은 9912㎎/㎏이 검출돼 미군과 환경부가 발표했던 '기름오염 완전치유'가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이번 산사태가 미군기지 기름 유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지난 9일 미8군 환경분과위원회에 정밀조사와 복구 방안을 논의하는 공동 실무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다음주 초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정밀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정밀조사 결과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이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미8군에 토양 오염 치유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산사태 복구는 경기도에 부담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한미 SOFA 불평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태그:#의왕, #백운산, #기름유출, #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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