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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한들 한들...
▲ 자전거 산책 코스모스 한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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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자전거를 넘보다!

언제부터일까?! 자전거 붐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은. 부쩍 자전거인구가 팽창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자전거를 전 가족이 하나씩 타고 강변길을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고유가 시대, 지구오염 등으로 몸살을 끙끙 앓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적인 자전거 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가까운 자전거산책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한계가 보이고, 아직도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을 지날 땐 위태위태하다. 자전거를 탈 줄 알고 나서부터 부쩍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 시선의 그물에 담긴다. 하여튼 나도 나이 마흔을 훨씬 넘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으니 작은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내겐 또 하나의 일상 속의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작은 모험이며 설렘이다. 가끔은 강변길을 걸어서 다녀보기도 하지만 이젠 자전거산책을 할 때가 더 많다. 오후 4시가 좀 넘은 시간에 자전거산책을 나섰다. 오랜만에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자전거산책을 해볼까?! 우린 어제 미리 예정을 잡아놓았다. 두 대의 자전거가 나란히 거리로 나왔다.

...코스모스 핀 산책로를 따라 두 바퀴로 달리며...
▲ 자전거 산책 ...코스모스 핀 산책로를 따라 두 바퀴로 달리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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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타고 다니던 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남편이 타고 간다면 남 보기에 좀 쩨쩨해 보일 것 같아, 체면상 큰 자전거를 남편이 타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작은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골목길 지나 건널목, 또 자전거 도로 건너 건널목을 하나 더 건너서 양산천변 산책로 앞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 자전거를 체인지 했다.

히히, 남편은 큰 자전거를 내게 넘겨주고 바퀴가 작은 내 자전거를 타고 내 뒤를 따랐다. 자전거를 배울 땐 바퀴가 작은 자전거가 여차 하면 발이 땅에 닿을 수 있어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도 하니 편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나고 실력이 붙기 시작하면서 내 자전거의 한계를 자주 실감했다.

약간만 경사가 져도 낑낑거리며 페달을 힘껏 밟아야 했고, 눈에 띄게 경사가 있는 길에서는 평지에서부터 속도를 한껏 내서 올라가도 중간에 가다 서고 말아서 작은 바퀴 자전거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고, 또 평지길 에서도 속도를 내려면 페달을 밟는 내 발도 바퀴가 큰 자전거보다 몇 배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갈수록 내 자전거가 작아 보였고 보기에도 좋고 바퀴가 커서 잘 굴러가는 남편의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 바퀴 작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듯 했던 적이 바로 얼마 전인데, 어느 정도 타다 보니 좀더 큰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 것이다. 아니다.

여기선 '간사'하다고 하는 것 보다는 성장 혹은 발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 자전거 타고 싶어용!' 몇 번이나 남편한테 말 해보았지만 아직 안된다면서 적어도 손놓고 달릴 수 있기까지 더 타라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큰 자전거에 닿는 안타까운 내 눈길, 내 마음이여!

얼른 타고 싶은 걸 어떡한담?!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적 일을 버려야 하는 법!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어제 저녁이었다. 강변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내가 자전거를 바꿔서 타보자고 말했다.

'야~역시 바퀴가 큰 게 좋긴 좋네요!'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징검다리 건너는 앳된 여학생들...
▲ 자전거 산책...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징검다리 건너는 앳된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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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물러설 것 같지 않은 내 마음이라도 읽었을까. 남편은 그렇다면 넓은 공터에서 타 보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달리다가 공터에서 자전거를 바꿨다. '여보, 밀어줄게!'하고 남편이 손을 내밀어 자전거를 뒤에서 잡기도 전에 나는 남편 자전거에 올라타고 폐달을 밟고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남편도 깜짝 놀랐다.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면서 공터를 몇 바퀴나 돌았다.

그렇게 몇 바퀴를 돌아본 다음에 자전거산책로를 따라 계속 달렸다. 이건 완전 달랐다. 바퀴 작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애써 힘껏 페달을 밟지 않고 가끔씩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페달을 밟아주기만 해도 여유 있고도 부드럽게 자전거는 나아갔다.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된 것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자전거는 바람을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힘든 것 없이, 자전거 폐달을 방정스럽게 여러 번 저어주지 않아도,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나아가는 것이었다. 작은 자전거가 바퀴가 작은 만큼 사람의 걸음으로 치자면 잰 걸음이었고, 큰 바퀴 자전거는 성큼성큼 보폭이 큰 걸음이었다. 큰 바퀴 자전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가는 것이라면 작은 바퀴 자전거는 뛰어서 가는 것과 흡사했다.

'야~역시 바퀴가 큰 게 좋긴 좋네요!' 하면서 뒤 따라 오는 남편을 돌아보았다. 남편은 낑낑대며 따라오고 있었다. "진짜, 안나가네!" 하면서. "그걸 이제 알았어요?!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고 내가 대답했다. "여보! 당신 이거 타느라 정말 힘들었겠어! 타보니까 알겠네! 담에 자전거 한대 삽시다!" 하고 말했다. 나는 속도가 안 나는 남편을 뒤에 두고 혼자 쌩쌩 신나게 앞으로 달렸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땅을 밀고 스르르 나아가는 자전거를 타는 기분, 정말 좋았다. 어제의 그 기분, 오늘도 아니 즐길 수 있으랴. 자전거 산책로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남편과 자전거를 바꿔 타고 강을 끼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받으며 달리는 자전거 산책길… 해는 아직 높이 떠 있어 얼굴 위로 내리 쏟아졌다. 코스모스 길에 이르자 오늘도 역시 그냥 지날 수가 없다.

코스모스도 절정, 영대교에도 화려한 조명이!

...강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 자전거 산책 ...강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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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는 이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조금 일찍 피었던 코스모스들은 어느새 씨를 맺고 있고, 이제 활짝 피어 만개한 코스모스들은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한들한들 부는 바람에 코스모스 고개 짓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강변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과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강가에 앉은 사람들….

어린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부모와 함께 강변에 나온 아이들이다.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놀기도 하고 잠자리채를 들고 무리지어 뛰어다니기도 한다. 가을바람 부는 강변에 자리 깔고 오순도순 모여앉아 고기 구워먹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의 자전거는 아주 여유 있고 부드럽게, 편안하게 땅을 밀고 스르르 나아갔다.

늦은 오후...강물의 표정...
▲ 자전거 산책... 늦은 오후...강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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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포스는 더 여유 있어 보이고, 발도 몸도 편안하게 움직여 기분도 아주 좋다. 마주 부는 바람이 상쾌했다. 남편과 나란히, 혹은 앞에서 뒤에서 이야기 주고받으며 자전거 산책하는 길, 사람 많은 곳을 어느 정도 벗어나고 보니,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한적한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버들강아지들이 유난히 많은 길이다.

한적한 이 길을 갈 때마다 언제나 정겹다. 수질공원까지 달려가서 수질공원 내에 있는 허브 동산에서 꽃 지고 씨를 맺기 시작한 허브 씨를 몇 개 받았다. 붉은 해가 서산 끝에서 붉게 물들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가 꼴깍 넘어가버렸다. 이제 바람은 점점 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이다. 강물은 바람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아 드러내고 있다.

비탈진 내리막길에서 꽈당!!!...넘어지면서 손목을 땅에 짚어 충격이 갔나봅니다. 한참 동안 아프더니 괜찮아졌답니다. 천만다행이죠?!
▲ 자전거 산책... 비탈진 내리막길에서 꽈당!!!...넘어지면서 손목을 땅에 짚어 충격이 갔나봅니다. 한참 동안 아프더니 괜찮아졌답니다. 천만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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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기 좋은 호젓한 강둑길을 달리다가 자전거도로로 내려서려고 쏟아지는 듯한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를 양손으로 조절하면서 내려오다가 그만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좁은 길에서 곧바로 오른쪽으로 돌리려는 무리한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손목을 땅에 딛었는데 한참동안 아팠지만 괜찮아졌다. 그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지 뭐!

신도시 쪽 강변에 이르자 저녁산책 나온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어느새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는 어둠에 잠기면서 아련한 빛을 띠고 있다. 꿈길처럼 몽연한 코스모스 밤길을 지난다. 고등학생들일까. 여러 명의 여자애들이 생일축하 파티를 강둑에서 하고 있는 모습이 어여쁘다.

밤이 내린 양산 천...강둑길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소녀들...
▲ 자전거 산책... 밤이 내린 양산 천...강둑길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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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교의 화려한 조명이 수를 놓은 양산강
 영대교의 화려한 조명이 수를 놓은 양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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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을 불어 여러 개를 붙여서 들고, 고깔모자를 쓰고 폭죽을 터뜨리며 사진을 찍으며 깔깔대는 모습들이, 그 풋풋함이 어여뻐서 가다말고 서서 보며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도시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새들교, 영대교에도 휘황한 불빛으로 장식을 한다. 영대교엔 저런 불빛이 없었건만 언제 생긴 것일까.

여러 날 전에도 영대교를 건너 저쪽 산책길을 자전거 타고 달렸던 적이 있었건만, 아무래도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 것은 며칠 되지 않은 듯 하다. 새들교에도 영대교에도 밤이 내리기 시작하면 양산천변 주변을 화려한 조명으로 수놓아 발길을 머물게 한다. 강변길 따라 데이트하기도 좋은 선선한 가을저녁이다.


태그:#자전거산책, #자전거,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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