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며칠 전 밤부터는 눅눅한 안방에 가끔 난방을 한다.
한낮엔 아직도 잔더위가 남아 있지만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다.
그토록 기세 좋던 여름도 이젠 긴 꼬리를 달고서 서서히 저물어 간다.
고즈넉한 山寺에도 마지막 여름이 아쉬운 듯 졸고 있다.
머잖아 그 뜨거움을 추억하면서 다시 올 여름을 길게 기다리겠지.
古寺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길
눈부신 하늘 아래
노을이 진다.
아들: 엄마! 난 어디서 왔어.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엄마: 아니야, 넌 우주에서 왔어. 그래서 너의 속엔 우주가 있단다.
아들: .......
아들: 아빠 난 이 담에 커서 아빠같은 사람이 될래.
아빠: ? ........
아우: 형, 난 커서 아빠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아빠는 말씀을 안 하셔.
형: 나도 어릴 때 너처럼 말했어. 그 때 아빠는 '그래? 한 번 같이 생각해보자구나.' 하셨 어.
형과 아우: .........
민들레꽃
조지훈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면
노오란 민들레 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여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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