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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와 밤섬
 서강대교와 밤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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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딸린 한강의 하중도(河中島) 밤섬.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며 한강 마포대교 하류쪽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작은 무인도 밤섬은 삭막한 한강다리와 도시의 빌딩들을 품어 안아 숨통을 트이게 하는 자연의 고마운 선물입니다.

서강대교와 밤섬
 서강대교와 밤섬
ⓒ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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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한 나라의 수도를 지나가는 큰 강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도시속 큰 물줄기입니다. 수많은 차들과 공해로 오염된 갑갑한 도시에 한강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서울살이가 얼마나 더 팍팍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고마운 한강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고 즐기는데는 한강가 산책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게 제일이지요.

이외에도 한강과 친해지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바로 한강의 다리를 건너가기입니다. 한강의 폭이 매우 넓다보니 다리를 건너가다보면 거리가 꽤 길게 느껴집니다. 걷거나 혹은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보면 호쾌한 한강의 강바람에 가슴이 다 상쾌해지고, 도시를 양쪽으로 제쳐두고 저멀리까지 펼쳐진 장쾌한 강 풍경에 눈이 시원합니다.

저는 여의도쪽에 볼 일이나 약속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건너갈 때마다 마포대교보다는 서강대교 위를 달려갑니다. 서강대교도 다른 한강다리들처럼 보행자보다는 차량들을 위한 것이다보니 접근성도 떨어지고 다리 위 인도에는 시멘트 부스러기나 유리조각들이 융단처럼 깔려있어 지나가기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런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서강대교 밑에 떠있는 작은 무인도 밤섬입니다.

서강대교
 서강대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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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는 도보나 자전거로 한강가에서 바로 올라탈 수 있는 육교가 없어 일단 동네로 나온 뒤 저런 육교를 이용해야 합니다. 한강가의 다리들이 대부분 이렇게 접근해야 하는데 양화대교처럼 한강가에서 바로 연결된 육교가 만들어져 보행인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쉽게 한강 다리들을 건너갈 수 있게 되어야 하겠습니다. 요즘 안그래도 걷기가 유행이고 많은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풍광도 좋고 강바람도 시원한 한강 다리를 운동삼아 왕복하면 심신에 더욱 좋겠지요.

자전거인들을 위해 육교의 계단 한가운데 따로 길을 만들어 놓은건 칭찬하고 싶네요. 양화대교 등의 한강다리들에는 육교의 계단 맨 우측 끝에 자전거 통행길을 만들어 놓아 오고 가는 자전거인들이 서로 기다려야 하고 자전거가 육교 난간에 자꾸 부딪쳐서 끌바(자전거를 끌고 다님)하고 오르 내리기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서강대교
 서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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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 위에 오르니 다리 밑을 지나는 강변로와 강변로를 채운 수많은 차량들이 보입니다. 저 때가 평일 저녁 6시가 갓 넘을 무렵이었는데 벌써 차도는 정체 상태네요. 서강대교를 오고 갈 때마다 느낀 점은 한강의 풍광이 참 장쾌하구나, 이외에도 서울엔 참 차들이 많구나, 라는 것입니다. 발 아래로 꽉 막힌 채 거북이 주행을 하는 차들과 운전자들이 괜히 안돼 보이기도 하고 저 많은 차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이 도시를 얼마나 오염시킬 것이며 또 내가 그런 공기를 마시며 사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서강대교와 밤섬
 서강대교와 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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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에서는 밤섬과 한강이 보여주는 여러가지의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다리를 건너갈때는 보행로의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는 반대편인 다리의 왼쪽 보행로를 이용하면 볼 수 있습니다. 위 지도에서 보이다시피 밤섬이 서강대교를 가로로 걸쳐 이어져 있어서 다리위에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손에 잡힐 듯 발을 조금만 내디디면 닿을 듯 바로 눈 밑에서 펼쳐있는 원시적인 느낌의 푸른 땅이 한강에 떠있습니다. 이런 느낌 때문인지 밤섬은 <괴물> <김씨 표류기> 같은 영화의 배경으로도 나왔습니다. 저도 서강대교를 건널 때마다 한강에서 오리배를 빌려타고 이 섬에 의도적인 표류를 해볼까,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한답니다. 차를 타고 그저 서강대교 위를 빨리 건너갈 때에는 생각도 못했던 풍경과 상상들입니다.

한강의 무인도 밤섬
 한강의 무인도 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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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栗島]이라는 이름은 섬 모양이 밤처럼 생겨서 붙은 것이랍니다. 섬을 받치는 기반암이 단단한 바위층이고, 섬의 동부와 서부의 하식애(河蝕崖)는 '작은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1967년까지 섬 주민 62세대가 살면서 고기잡이와 조선, 뽕나무·약초(감초) 재배나 염소 방목 등을 하였으나 여의도를 개발할 때 인근 마포구 창전동으로 모두 이주하였습니다.

여의도 개발시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 제방을 쌓는 데 필요한 골재, 잡석 채취를 위해 1968년 2월 섬을 폭파·해체하였고, 그 결과 밤섬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섬 중심부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져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누어졌으며 윗밤섬의 만 형태 호안은 새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수십년 동안 한강의 퇴적물이 쌓이면서 땅과 모래톱이 다시 생기고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여의도 개발을 위해 인간에 의해 희생되어 거의 사라졌던 밤섬이 묵묵히 살아나 한강과 도시에 활력을 주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며 많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회복력은 정말 위대하고 인간은 그 앞에서 조심하고 겸손해야 함을 밤섬을 보면서 느끼게 됩니다.

부드럽고 푸근한 저녁 노을을 한강에서 그것도 다리위에서 맞이해 보는 느낌도 특별합니다.
 부드럽고 푸근한 저녁 노을을 한강에서 그것도 다리위에서 맞이해 보는 느낌도 특별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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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강, #서강대교, #밤섬,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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