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볼 수 없었던 좁은 헬기장에서의 마니산 정상 체류(?)를 마치고서 하산을 하기 전에 멀리 바라다 보이는 참성단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다음에 마니산의 참성단이 보고싶어지면 새해 첫날이나 개천절에 다시 마니산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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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정상 헬기장에서 참성단을 건너다 보았다. 직접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멀리서나마 참성단의 모습을 바라보고 마니산 하산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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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정상에서 참성단을 같이 바라보던 사람들 대부분이 저 큰 나무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고 그 나무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나무의 종류, 수령, 생육 상태 등등 참성단만큼 나무에 대한 관심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 높지않다고 생각했던 마니산 등산이 계단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얘기를 나누면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산길에도 계단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맥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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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지치게 만든 마니산 하산길의 계단들. 마니산의 등산은 계단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말들을 귀갓길에 들을 수 있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은 운동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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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하산길의 계단들은 산을 오를 때 만났던 계단길 보다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계단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어른의 보폭에도 맞지않을만큼 높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계단의 높이보다 더 높아서 내려갈 때 앞을 보면서 계속 내려갈 수 없었다. 옆으로 서서 난간 기둥을 잡고 한발씩 한발씩 조심해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관절의 부상을 염려하는 목소리들도 자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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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하산길의 계단은 높이가 너무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다리를 많이 벌리고 내려디뎌야 하는 계단의 높이는 하산길 관절 부상의 염려를 크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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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을 올라갈 때 보다는 땀을 덜 흘렸지만 내려딛기 힘든 돌계단의 지나친 높이 때문에 진땀은 오히려 더 많이 흘린 것 같았다. 자칫 발을 잘못 내리딛다가 발목이나 무릎 관절을 다칠까봐 걱정도 많이 했다. 이런 시설물의 보수 공사는 설치할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예산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눈이라도 내리면 이런 돌계단은 더 미끄러워지고 위험할 것 같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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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보았던 119 구급함. 인천강화소방서에서 설치한 이 노란색 구급함에는 번호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응급상황에 처했을 경우 소방서로 전화를 해서 번호를 전달받고, 구급함을 열어서 필요한 약품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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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에서건 간에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하산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부상을 당했을 때 119에 신고를 하더라도 산 속에 있기 때문에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그렇게 사고가 났을 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약품이나 도구들이 옆에 있다면 환자의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고에 대비해서 구급함을 만들어 놓은 인천강화소방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니산 하산길에 보았던 이 119구급함 속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바쁜 소방서 근무자들을 생각해서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산행을 하다가 부상을 입지않기를 바라지만 혹시 마니산에서 다쳤을 때에는 이 구급함을 통해 응급치료를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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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길 하산이 끝나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마니산 하산을 계속 했다. 좀 더 자연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등산로가 조성되고 유지 관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마니산에 존재하는 시설들을 위해서 또 다른 목적이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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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길을 다 내려와서 이어지는 하산길은 축령산의 임도와 마찬가지로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다른 대안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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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하산길에 만난 한 무덤에는 보라색 꽃들이 소담스레 피어있었다. 전국에서 기가 제일 세다고 하는 마니산의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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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다가 도로 왼쪽에 있는 어느 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무덤 위에는 보라색 꽃들이 마치 모자를 씌워놓은 듯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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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민족의 영산 마니산이 전국에서 기가 제일 세다(?). 왜 이런 안내판을 세우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강화군 사무실로 팩스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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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무덤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서 문제의 그 '기가 제일 센(?)' 마니산에 대한 안내판을 만났다. 안내판에는 우리 민족의 영산 마니산이라는 글이 제목으로 쓰여 있었다. 오른쪽 아래에는 "폭포수처럼 기(氣)가 쏟아지는 마니산"이라는 제목 아래 한 주간잡지의 기사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기 측정 결과(1994. 4. 8 字)를 소개하고 있었다.
강화군이 특정 단체와 잡지사, 특정 회사의 주장을 마치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인 양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그 홍보 의도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 마니산이 잡지에 소개된 내용을 전시하려는 의도를 넘어서는 그 안내판 앞에서 마니산 등산의 상쾌함을 다 잃어버렸다. 다른 내용으로도 충분히 마니산에 대해 홍보하고 자랑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이런 안내판보다 더 시급한 것이 마니산 정상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외국에 나갔을 때 만나는 태극기도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하지만 힘들게 땀 흘리며 산에 올랐을 때 만나는 산 정상의 태극기도 참 반가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앞으로 또 마니산 등산을 하게 될 때 마니산 정상에서 만나는 아이스크림과 칡즙도 반가울 수 있겠지만 등산객들이 그보다 더 태극기를 반가워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부재중인 태극기'와 '기가 센 안내판'에 대한 강화군의 공식적인 해명을 듣고 싶어서 강화군수실, 강화군청 사무실, 강화군의회 사무실에까지 팩스 질의서를 이틀에 걸쳐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강화군에서 어떤 답변이 오면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그 답변에 대해 알려드리겠다는 것을 약속하면서 마니산 등산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 마니산 등산과정에서 보았던 '전국에서 기가 제일 센(?) 마니산'이라는 안내판과 관련하여 강화군의 공식입장을 듣고자 이틀간 팩스 질의서를 세번이나 보냈지만 강화군으로부터 아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안내판에 등장하는 특정 잡지와 단체, 특정 회사만 홍보되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