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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사랑하고 자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우리의 마음에 꽃등을 켜리요/ 그 무엇으로 우리의 사랑방에 군불을 지피리요/ 이제 새로이 목을 가다음어 이 터를 노래하리라/ 식구들 다시 모여 이 터에 들밥을 차리리라/ 밥이란 모름지기 땀을 흘린 뒤라야 제 맛이 도나니/ 이 터를 땀방울로 간간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오늘/ 이 자리에 홍성민주시민연대/ 그 작은 씨앗을 뿌린다. (이정록 시인, <새로운 홍성을 위하여>)

 

지난 7일 저녁, 충남 홍성의 향군회관에서는 250여 명의 홍성 군민들이 모인 가운데 '홍성민주시민연대' 창립식이 있었다. 향토시인이 쓴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창립식은 충남의 인구 10만 소도시 홍성에서 조촐하게 이뤄졌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아 보였다. 서울에서 말로만 이뤄지고 있는 '민주대연합'이 홍성에서 그 실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홍성의 범민주세력 집결체이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때 '군민상주'를 자처한 홍성추모모임이 중심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추모 분향소를 찾은 9천여명 홍성군민들을 보면서 홍성에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을 대변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고광성 홍성민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농민회, YMCA,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뿐 아니라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정당들과 지역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과 자민당 등 보수정당만이 힘을 쓰는 이 지역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주요 사업내용을 1) 올바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각종 교육연구 2) 지역사회 개혁프로그램 입안 3) 군정참여와 의정감시 4) 지방자치선거를 위한 개혁후보 발굴과 육성 등으로 정했다.

 

이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시민 개혁 후보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창립선언문에서 "정치나 행정이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해선 생활정치, 나눔·상생의 정치, 주민참여 행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참다운 시민 후보를 뽑는 선거참여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특히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을 '2010시민주권찾기 해'로 정하고 "지방선거가 주민들의 진정한 대표를 뽑는 선거,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리는 참된 자치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싸울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당에 관계없이 시민들에 의해 검증된 민주적 후보를 시민 이름을 걸고 선거에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이날 창립식 사회를 본 김용일 홍성민주시민연대 집행위원장(홍성군 공인중계사협회 회장)은 "오늘 우리 지역 행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분들이 오셨다"면서 "충남의 다른 시군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모임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립식에 이어 2부행사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저자 초청강연이 계속됐다. 2부행사 사회를 맡은 유요열 홍성시민연대 공동대표(홍성이주민센터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그 질문에 답을 준 것이 이 책이었다"면서 "그래서 초청강연의 제목을 단순히 저자와의 대화가 아닌 <한국민주주의의 위기와 개혁진보진영의 과제>로 잡았다"고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셨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하셨는데,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홍성 군민들의 모습을 보면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면서 "개혁진보진영이 다시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홍성민주시민연대가 그 한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민주시민연대 창립선언문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홍성민주시민연대 창립을 선언한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토대 위에 사회개혁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전 군민적 열망을 기둥삼아 '시민주권시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 오늘 이 자리는 시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당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개혁을 통해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고 참여와 자치가 꽃피는 지역공동체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홍성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총체적 사회개혁을 지향한다. 지난 세기 우리 사회는 국가가 주도한 과도한 중앙 집중의 결과로, 지역소외, 관료체제의 경직화, 정경유착에 따른 부정부패가 만연하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그간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가 후퇴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유린당하고 있다. 사유화된 공권력에 의한 용산의 죽음, 노무현 및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가 이를 단적으로 증언한다. 봄날 같던 남북 관계를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4대강 사업에 낭비함은 물론, 부자감세 및 미디어법 등 온갖 악법을 날치기해서 수구세력의 영구집권까지 획책하고 있다. 이를 등에 업은 우리 지역의 무능하고 부패한 수구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민의를 외면한 채 지역 살림살이만 갉아 먹고 있다.

 

이제 홍성민주시민연대는 나라와 지역의 무능·부패·수구세력의 썩은 물을 갈아내고 시민주권시대의 새로운 홍성을 열고자 한다. 형식적·하향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지역의 풀뿌리 현장으로부터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일궈 나갈 것이다.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비전을 넘어 실체로, 분열을 넘어 강고한 연대로, 패배의식을 넘어 시민권력의 집권으로 지역사의 중심에 설 것이다. 참여와 분권의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 기초인 지방자치를 튼튼히 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온힘을 쏟을 것이다.

 

홍성민주시민연대는 특히 지방선거에 있어서 참다운 시민 후보를 뽑는 선거참여운동을 본격 전개할 것이다. 이제는 정치나 행정도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 줄 생활정치, 나눔과 상생의 정치, 주민참여 행정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중앙권력은 우리 지역의 민주·민생의 위기를 부채질하며 지방정권을 여전히 자신들의 수족으로 묶어두려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시민주권을 지킬 것이다. 2009년 지방선거가 주민들이 진정한 대표를 뽑는 선거,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리는 참된 자치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싸울 것이다.

 

봄은 남쪽으로부터 오지만, 민주주의의 봄은 지역으로부터 올 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그러므로 지역의 시민, 시민사회단체, 정당, 노동조합이 뭉친 우리 홍성민주시민연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민주, 민생, 평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진, 또 전진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9년 9월 7일

홍성민주시민연대 창립대회 참가자 일동

 


#홍성민주시민연대#고광성 홍성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오연호#깨어있는 시민#행동하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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