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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앞일 궁금타

중국에 살다가 소벌 와서 몸 풀면

따아 지아 하오?

말문이라도 트일는지

산 설고 물 낯설어

생김생김 또한 어떻고

소벌에 터 잡아 사는 수다스런 논병아리

부들부들 몸 뜨는 부들잎도

이 이름난 경처(景處)에 숨을 죽이나니

젊어 떠돌았던 대국(大國) 포구 산자락이

쟁쟁쟁 눈에 밟힌들 어쩌랴

객심(客心)이야 하릴없다 치고

흰 저고리 붉은 주둥이

가을 달빛 같은 얼굴을 하고

치렁한 치마 주름에 내외하고 살밖에

철 보아 새끼 칠 궁리도 하고.

 

- 성기각, '소벌 따오기' 모두

 

새가 되길 꿈꾸는 춤꾼이 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그 새 말이다. 그것도 그냥 새가 아닌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불새다. 춤꾼 박은혜. 그이는 왜 불새가 되기를 꿈꾸는 것일까. 아무리 바라보아도 별 희망이 없는 이 세상과 그런 세상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 제 스스로 몸을 태워 불태워버리고 싶은 것일까.   

 

그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나는 새의 춤을 좋아한다. 대학입시 작품도 '멋'이라는 이름을 내건 새의 춤이었고, 졸업작품도 '꿈꾸는 둥지'란 이름을 내건 새의 춤을 추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인 안무전에서도 난 새의 춤으로 등단했다". 그렇다. 그이가 새가 되고자 하는 까닭은 춤꾼으로서 새처럼 날렵하게 날아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그이는 늘 그냥 새가 아닌 불새를 꿈꾸며 산다. 이번에 선보이는 창작춤도 그냥 새가 아닌 불새로 날아오르려 한다. 그이는 경남 창녕 우포에 있는 따오기를 불새로 여긴다. 경남 창녕에서 살고 있는 성기각 시인이 쓴 시 '소벌 따오기'를 이번 창작춤 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이는 "따오기! 성기각 시인의 소벌 따오기에 그런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그들이 한국으로의 긴 여정과 그리고 아름다운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 새로운 생명의 염원인 비상"이라고 말한다. 2008년 10월 17일 중국 서안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 경남 창녕 우포로 날아와 올 5월 새끼를 친 그 따오기가 곧 불새라는 것이다. 

 

 

부채춤, 창작춤, 환경춤 등 다채롭게 선보여

 

"최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서 등산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곤 했지만 오히려 멍한 상태가 되거나 이런저런 걱정과 스트레스에 빠져버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때문에 많은 것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이것저것 좋은 것을 다 챙기려고 하다가는 거덜 나겠더라고요"-'초대의 글' 몇 토막

 

우리 전통춤을 밑바탕에 깔고 새로운 창작춤을 선보이고 있는 춤꾼 박은혜(춤패 뉘 단장)가 30일(일) 오후 4시, 경남 마산에 있는 창동예술 소극장에서 '2009 박은혜 창작무용'을 펼친다. 모두 아홉 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번 공연은 남두옥 사회로 총연출 및 안무는 박은혜, 조안무는 박현정, 조민경이 맡는다. 무대감독 이상현, 조명 정진영, 음향 김현주.

 

여는 마당, 부채춤, 드라마와 만나는 창작무용-황진이, 환경춤1 꿈꾸는 둥지-소벌 따오기, 인형의 꿈 등으로 구성된 이번 창작춤에는 박은혜, 박현정, 조민경, 남진화,  남두옥, 임지원, 함수경, 곽세영, 박수기, 신소정, 신보미가 출연한다. 특별출연으로는 이순자 경남 춤아카데미 단장. 

 

첫 번째 '여는 마당'은 천솔무속보존회 김현각 회장이 우정 출연한 '무무'(巫舞)로, 만신 사제가 원형적인 춤과 소리로 행사가 잘 치러지기를 기원하고, 한 분 한 분 오신 손님들에게 축원과 덕담을 내리는 의식이다.

 

 

고 이필이 춤꾼, 고 이선관 시인 춤으로 다시 살아나다

 

두 번째 마당인 '부채춤'은 1954년 11월 김백봉이 서울시 공관에서 독무로 춘 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군무로 재구성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극찬과 사랑을 한몸에 받은 춤이다. 부채춤은 그 뒤 국외에서 한국 춤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무용협회로부터 한국창작무용의 명작무로도 지정받았다.

 

세 번째 마당인 '드라마와 만나는 창작무용-황진이'는 드라마 황진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황진이에 대한 이미지를 검무와 함께 표현한다. 네 번째 마당인 '환경춤1 꿈꾸는 둥지-소벌 따오기'는 창녕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성기각 시인이 쓴 '소벌 따오기'란 시를 새로운 환경춤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자리다. 

 

다섯 번째 마당 '인형의 꿈'은 천사들의 집이란 닉네임을 얻고 있는 로뎀의 집 아이들이 춤꾼 박은혜에게 선물하는 춤이다. 여섯 번째 마당 '치킨런'은 가족들이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캐릭터 춤이다. 일곱 번째 마당 '수국의 속삭임'은 지난 7월 조현계 화가의 개인전 때 선보인 수국을 춤으로 재구성했다.

 

여덟 번째 마당 '그리움-일란(一蘭)'은 이순자 특별출연으로 지난 3월 74세로 이 세상을 떠난 원로 무용가 일란 이필이 선생을 기리는 춤이다. 이 춤은 한국의 정서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선과 태로 형상화했으며, 산조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부채를 들고 단아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난초의 자태를 보여주는 자리이다. 

 

아홉 번째 마당 '환경춤2-바다가 성이 났네요'는 마산이 낳은 민족시인이자 환경시인이었던 이선관(1942~2005) 선생의 시를 춤으로 환생시키는 자리다.

 

 

자연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살아갑시다

 

마산바다가 성이 났네요

성난 바다가 이 고장을 무자비하게 덮쳤어요

왜 성이 났는지 아세요?

저 인디안 추장의 말처럼

하늘은 아버지고 땅은 어머니라고

어떻게 하늘을 더럽히고

땅을 사고 팔 수 있느냐고

오대양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마산바다

물은 바닷물이건 강물이건 샘물이건

생명을 가진 존귀한 것인데

누가 이 고장을 쾌적하고 물 좋고 인심 좋은

살기 좋은 고장이라고 말 했는가요

오만방자한 사람들의 탐욕으로 인하여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난 오십년 동안

무분별하게 매립을 하여 사고 팔았다는

철없는 짓이 마산바다를 분노하게 만들었어요.

늦게나마 쓰레기더미 속에서 바다를 더럽히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 앞에 겸손한 자세로 살아갑시다

사랑하는 이 고장 사람들이여

 

-이선관, '바다가 성이 났네요' 모두

 

춤꾼 박은혜는 28일 전화통화에서 "꼭 하고 싶은 거 하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하나, 춤꾼들이 좋아하는 것 하나,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소중한 나의 팬들이 좋아하는 것 하나, 그리고 그리운 이필이 스승님을 그리는 마음 하나를 담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구상에 몰두했다"라고 밝혔다.

 

춤꾼 박은혜는 이어 "언제나 화려하지 않은 장소로 여러분을 초대하게 되어 매번 죄송하다"라고 말문을 연 뒤 "창동 예술소극장은 우리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여러분이 있어 무대 위의 박은혜는 힘이 나고 춤사위에는 흥이 절로 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남 춤 아카데미 단장 이순자는 29일 전화통화에서 "창동 빈 점포활용 문화예술 공연 "2009 박은혜 창작무용 공연"이 열리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창동 빈 점포 살리기 일환으로 우리 예술인들이 마음껏 예기를 표현하게끔 창동 예술소극장을 개장한 황철곤 시장과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순자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희노애락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져 간다. 이러한 과정들이 인간의 꿈과 욕망과 한으로 되풀이 된다"라며 "그 표현 방법은 장르에 따라 다다르겠지만 성악가는 목소리로, 기악가는 연주로, 문장가는 글로, 연극인은 연기로, 무용인은 몸짓으로 나타내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전시관 <동서화랑>을 꾸리고 있는 송인식 관장은 "사랑스런 젊은 춤꾼 박은혜가 이번에 좋은 창작무용 공연을 준비하고 있노라고 알려왔다"라며 "많은 이들의 격려와 성원 속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더욱 실력 있는 무용인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춤꾼 박은혜는 1972년 마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춤과 사람들 안무전', 경남 국제조각심포지엄 개막공연, 새물맞이 행사 안무 및 공연, 프랑스 그르노블 한국 설날 페스티벌 등 국내외 곳곳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고 있다. 지금 박은혜 춤패 및 춤패 뉘 무용단 예술 감독, 우리춤 협회 경남지부 사무국장 등을 맡고 있다. 평안남도 무형 문화재 1호 전수자.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춤꾼 박은혜, #부채춤, #환경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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