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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08년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79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총 824개 도엽을 북부, 중부, 남부권역으로 나누어 연차적으로 지형, 식생, 동식물상 조사를 수행한 결과, 다양한 자연생태정보가 발굴되었고 동식물 7개 분야에서 총 121목과 5097종의 서식을 확인했다 한다.

전국자연환경조사는 매 10년 단위로 국가의 자연환경 현황과 그 변화를 파악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학술조사사업으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분포 확인, 지역별 자연환경 특성 등을 밝히는데 의의가 있다 한다. 

그런데 전국자연환경조사와 별개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과 그 서식처는 '개발'이란 이름으로 곳곳에서 사라지고 위협받고 있다. 일례로 인천의 마지막 내륙갯벌인 송도갯벌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저어새도, 송도경제자유구역 개발 밀려 서식처를 잃을 판이다.

인천시가 150억원을 들여 만든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인천시가 150억원을 들여 만든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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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매이고개 생태통로에 식재한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
 징매이고개 생태통로에 식재한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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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천의 진산이자 한남정맥의 하나인 계양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맹꽁이도 골프장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인천시와 롯데건설 때문에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3월 계양산 롯데골프장 예정부지에 대한 한강유역환경청 현장실사가 있던 날에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야생동식물보호법상 채취금지종인 도롱뇽과 그 알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다. 

이렇게 멸종위기종과 법정보호종 야생동식물과 서식처가 '녹색성장-친환경개발'을 외치는 정부, 지자체와 토건족들에 의해 하나둘 우리 곁에서 그린벨트와 함께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판이다.

이 가운데 한편에서 난개발을 일삼던 인천시는 난데없이 절단된 인천의 주요 생태축의 하나였던, 계양산-철마산 일대에 전국 최대규모의 생태통로를 만들겠다며 지난 2007년 9월 기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었다. 생태복원을 명목으로 1995년 개설된 징매이고개를 가로지르는 8차선 도로 위에 아치형 터널을 지난달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해왔다.

그리고 환경부의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마저 무시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는,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공사기한이 늦춰져 8월 중순경에야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위에 아치형 터널을 만들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위에 아치형 터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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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통로 내 시설물도 많다.
 생태통로 내 시설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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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통로 건설보다 야생동식물 서식처 보존이 우선되야!

하지만 여전히 터널입구에 급수차를 대놓고 인공적으로 조성한 생뚱맞은 저류조에 물을 대고 있다. 터널 위에 흙을 덮은 뒤 잔디를 깔고 곳곳에 식재한 나무들도, 몇달이 지났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었다. 마치 계양산 너머 훼손된 롯데골프장 예정부지의 황량함과 닮았다.

무엇보다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고 서식처 역할을 제공하겠다는 생태통로는, 철마산-계양산으로 오가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통행으로 등산로인지 생태통로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정해진 등산로(침목계단)와 동물유도 펜스가 있지만 사람에게 민감한 야생동물들과 너무나 가깝고, 차량통행이 많아 시끄러운 경명로로 내려가는 기존 등산로와 숲에 대한 연결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태축을 연결하기는 커녕 인공구조물로 가득한 생태통로만 섬처럼 덩그러니 도로 위에 자리한 것 같다. 

급수차로 터널위로 물을 퍼올려 저류조에 흘려보내고 있다.
 급수차로 터널위로 물을 퍼올려 저류조에 흘려보내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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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등산로와 생태통로의 연결구간은 어떻게??
 기존 등산로와 생태통로의 연결구간은 어떻게??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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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렸을 적 보았던 멧토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숲 속에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이 이 생태통로를 이용할지 미심쩍을 정도였다. 이른 아침부터 계양산으로 나아가던 한 등산객은 "여기 길(생태통로) 만들어놨다고 해서 야생동물들이 다닐까"라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150억원이나 들인 국내 최대규모의 생태통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생태통로 주변의 산림과 야생동식물 서식처를 개발압력으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보존하고 무분별한 등산로를 정비하는 등 사람들의 통행을 줄이는게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사람보다 야생동물들이 자연스레 오갈 수 있게 시간을 줘야 한다. 

기존 등산로 때문에 생태통로가 숲과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한다.
 기존 등산로 때문에 생태통로가 숲과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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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통로가 제역할을 하려면 사람 접근을 줄이고 시간을 줘야 한다.
 생태통로가 제역할을 하려면 사람 접근을 줄이고 시간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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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태통로, #인천, #야생동물, #징매이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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