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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 18일 오전 9시. '네티즌이 뽑은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 1위' 선암사 숲길을 걷고 있었다. '태백산맥'의 격전지 전남 순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송광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선암사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사찰중 하나다.

 

선암사 대웅전 앞에 있는 보물 395호 삼층석탑과 보물 400호 승선교도 일품이지만 올 봄에 왔을 때, 졸졸 흐르는 계곡과 나란히 가는 우거진 숲길이 너무 좋아 여름 휴가기간에 며칠 묵어가리라 마음먹었던 것을 실행하여 입구 민박집에서 이틀을 묵은 날 아침이었다.

 

관광객이 밀어 닥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고 있는데 조용한 산사에서는 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익숙한 소리였다. 뒤돌아보니 일단의 무리가 산사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모두들 등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한 사람만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있었다. 소리는 여행용 가방의 바퀴 구르는 소리였다. 가방을 끌고 내려오는 사람은 팀원들과 함께 선암사에서 1박하고 내려오는 박원순 변호사였다.

 

원래 여행용 가방은 대리석 포장이 잘된 공항에서 굴러야 소음이 없고 제격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들으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 환경에 적절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독특한 소리. 그런 소리였다. 어쩌면 목탁소리보다 더 귀속을 파고 들었다.

 

시민참여와 시민연대를 기치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소리를 내던 참여연대가 출범 15년을 맞이했다. 시민 사회에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었던 그 소리가 이제 선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리를 기대해 본다.


태그:#선암사,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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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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