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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 의원의 회고록 <함박웃음>
 이재오 전 의원의 회고록 <함박웃음>
ⓒ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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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일에 정계은퇴 성명서를 썼던 일화를 뒤늦게 공개했다. 27일 출간한 회고록 <함박웃음>(생각의 나무 펴냄)에서다.

이 책에서 이 전 의원은 "2007년 8월 20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가슴 졸인 날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행사장에 막 도착한 오후 1시 30분께 그가 들었던 말은 "2천표 차로 (박근혜 후보에) 지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이었다. 그는 "눈 앞이 캄캄했다"는 말로 당시 심정을 묘사했다.

곧장 개표장을 빠져나와 여의도로 향한 그는 '12년을 변함없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나 자신을 바쳤고, 누가봐도 이긴다고 했는데 결국 지고 말았다. 이것은 내가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여기까지구나를 알려주는 징표다'라는 생각에 정계 은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우리는 패배했습니다. 캠프의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오늘부로 정계를 은퇴하고자 합니다…."

눈물을 쏟으며 비장한 정계은퇴 성명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할 무렵, '반전'을 알리는 연락이 왔고 그날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되는 순간을 함께 했다.

"한나라당 개혁 위한 헌신, 박근혜와 나의 공통분모"

그런가 하면 이 전 의원은 이 책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은근스럽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그와 박 전 대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적 앙숙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유신 시절 나의 민주화운동 경력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매우 어색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은 지나치게 언론이 확대해석하거나 왜곡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도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공과가 박 전 대표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대표가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정치적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한나라당의 개혁을 외쳤고 이를 위해 헌신했다는 점은 박 전 대표와 나의 공통분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최근까지도 "지난날은 잊자. 나는 이미 (박 전 대표에게) 마음을 열었다"며 박 전 대표와 '화해 회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에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아득"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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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선에서 떨어진 뒤 받은 정신적 충격을 그는 "갑자기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눈앞이 아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친박 공천학살'의 장본인으로 몰려, 내리 세 번 자신에게 배지를 달아줬던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결국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은 책에서 낙선의 원인을 두고 "모든 것은 다 나의 오만과 무지 탓"이라며 자성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행을 결심하기까지,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난 여론에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람들에게는 선거의 희생양이 필요했고, 실세 중의 실세, 정권의 2인자라며 나를 지명했다. 잠시 떠나 있으라는 유언무언의 압력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미국 유학길에 대해서도 그는 "유배 아닌 유배"에 빗대며 "나는 떠나기 싫었다. 그러나 떠나야 했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년 남짓한 유학생활을 그는 "출발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육십 평생 처음 가져본 이역만리 미국에서의 한 해는 지금까지 나의 삶을 깊게 반추해볼 수 있는 숙고의 시간이었다"며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조국의 미래를 설계해볼 수 있는 출발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29·30일 잇따라 '저자 사인회'... 29일엔 광주서 특강

이 전 의원 측은 이런저런 뒷말을 우려해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외 행보는 활발하다. 29일(강남 교보문고)과 30일(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 잇따라 '저자 사인회'를 통해 대중 앞에 선다. 29일에는 광주광역시로 가 무등산관광호텔에서 열리는 나라사랑기도포럼에서 '한반도 글로벌화와 최근 국내 정치지형'에 대해 특강을 할 예정이다.

여의도에선 정치 복귀를 위한 몸풀기로 받아들인다. 그는 평소에도 "나는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며 늘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왔다. 중앙대 초빙교수로서 강단에 머물고 있지만 한시직일 뿐이다.

회고록 첫 장의 제목도 "다시 첫꿈을 향하여"로 붙였다. 그는 "이제 다시 그 맨 처음의 풋풋한 꿈으로 나를 뜨겁게 달구고자 한다"는 말로 그 장을 마무리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정치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의 사퇴가 예상되는 9월초로 점쳐졌던 당 복귀 시점은 늦춰질 듯하다. 그는 "이제는 이재오가 당에 들어와서 같이 잘 해보자는 ('친박'의) 적극적인 분위기가 없다면 이번에 최고위원을 할 생각이 없다"며 일축한 상태다.


태그:#이재오,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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