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포스터.

영화 <해운대> 포스터. ⓒ JK FILM

지난 주말(22일~23일), 영화 <해운대>가 2006년 <괴물> 이후 3년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다섯 번째로 '천만관객 영화'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사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8년 전 이미 부산을 배경으로 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가 관객 800만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해운대>는 부산을 배경으로 해서 흥행에 성공한 두 번째 영화인 것이지요.

물론 이 두 영화 이외에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습니다. 그러나 유독 이 작품에서는 '부산'을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속에서 '부산'이란 지역이 갖는 의미가 큽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주연배우들과 '부산'이 나란히 등장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해운대>가 한국영화 사상 다섯 번째로 천 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부산사람들에게는 좀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 지난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영화 흥행과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촬영 장소'를 찾아가 <해운대>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해운대> 천만 동원한 날 찾은 '해운대 해수욕장'

해운대에서 해수욕장운영팀장을 맡고 있는 장재균씨는 "나도 영화에 나온다"며 싱글벙글했습니다. 현재 해운대관광시설관리사업소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장 팀장은 '영화 어디쯤에 나오냐'고 묻자 "하하, 화면은 안 나오고 자막(엔딩 크레디트)에 나온다"며 "거기 보면 '장소협조 - 장재균'이라고 나온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영화 볼 때도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봤다"고 덧붙입니다.

 장재균 해수욕장운영팀장

장재균 해수욕장운영팀장 ⓒ 진민용

장 팀장은 현재 해운대 해수욕장 시설관리와 종합안내, 외국인 통역 및 응급의료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 팀장에 따르면 우연하게도 22일 현재 해운대 해수욕장 관광객 숫자는 953만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날씨가 많이 서늘해져 이번 주에는 좀 줄어들겠지만 아마 수영장이 폐장될 때까지는 천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해수욕장과 영화가 동시에 '1천만' 시대를 맞이한 것이지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비규환'의 장면들. 만약 이런 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장 팀장에게 '영화 속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영화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상황실에서는 만일에 대비한 대피경로가 있다"며 "영화와 달리 일본 관계기관과 긴밀한 연락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의 사태에 대해서는 미리 연락을 받고 대피령을 내릴 수 있으니, 관광객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통역봉사를 하고 있는 최희경(24·여·부산외대)씨도 <해운대>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헉, 우리 동네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일 보고 다니는 길들이 영화에 등장해 정겨웠고 주연을 맡은 하지원과 설경구의 사투리 연기도 많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최씨는 영화 속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역시 해운대 해수욕장 쓰나미 장면을 꼽았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실제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떡하겠나, 도망가는 데까지 가봐야지"라며 "아마 배우들처럼 허둥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영화와 달리 실제 재난 시스템은 아주 철저하다"

 정명조 해운대소방본부 특수구조팀장

정명조 해운대소방본부 특수구조팀장 ⓒ 진민용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실제 해운대에서 막바지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에게선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운대> 흥행 후 사람들의 '안전의식'은 어떻게 변했는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방범'을 담당하는 B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는 "<해운대> 천만 돌파는 축하할 일"이라며 "부산 영화 산업이 더 발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화에 등장하는 방재시스템을 아주 허술하게 나왔지만 실제 재난방지 시스템은 아주 철저하게 잘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부산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렇게 주말 땡볕에 해수욕장을 배회하던 중 영화 <해운대>에 등장하는 멋진 구조대원들을 지원했던 실제 주인공들을 만났습니다. 정명조(46·남) 해운대 소방본부 특수구조대 팀장은 "영화에서 소방대원들이 등장하는 항공대와 해양수색대 장면 등을 직간접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제작에 영향을 준 만큼, <해운대>에 대해 할 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영화를 아직 안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왜 아직 안 봤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영화 개봉하자마자 해수욕장이 개장해서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영화 안 봐도 이미 촬영할 때 현장에서 웬만한 건 다 봐서 괜찮다, 나중에 수영장이 폐장하면 그때 가족들과 함께 보러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는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비상근무 중이었고, 그를 비롯한 수백명의 소방대원들은 밤낮 없이 해수욕객의 안정을 위해 비상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특히 그는 올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건 1건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정명조 팀장은 또 최근 발생한 이안류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사실 크고 작은 이안류는 해마다 발생해 왔다"며 "그러나 올해는 때마침 영화 <해운대>가 개봉하고 일본 지진이 발생하는 등 재난에 대해 민감해지면서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히려 안전에는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있고, 수영객들 또한 이제는 사소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동영상 등을 올려서 이슈화 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해 민감해지는 현상은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해운대> 덕분에 해수욕장에서의 안전의식은 더 높아졌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맨스 배경 '미포횟집타운'... "오래된 어촌으로 남길 바라"

 횟집 여사장 모녀, "우리집이 진짜 제작협조했어예"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횟집 여사장 모녀, "우리집이 진짜 제작협조했어예"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 진민용


여기서, 영화 속 주인공인 설경구와 하지원의 로맨스 배경이 된 '미포횟집타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영화의 흥행으로 이들 횟집들도 매상이 올랐는지 궁금했으니까요. 미포는 해운대의 토박이들이 모여 만든 어촌입니다. 지금은 해운대가 빌딩숲이 됐지만, 미포는 해운대가 허허벌판일 때부터 천막촌을 일구고 어민들이 회와 해산물을 팔던 곳입니다.

미포에 들어서니 영화에 등장했던 횟집 간판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곳 옆집 사장님이 "기자냐"고 묻더니, "나 할 말 있다"며 인터뷰를 자청합니다. 주인공은 36년 동안 'OO횟집'을 운영하는 진희수(36·남)씨, 그의 불만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작년에 영화 찍는다며 스태프들이 이 지역에 많이 왔었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식기와 가재도구 등을 빌려갔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심지어 수백명의 스태프들의 공짜 커피까지 다 제공했다. 그런데 우리집 간판이 영화에 안 나왔고, 옆집 간판이 영화에 나왔다. 영화가 흥행하자 관광객들이 영화에 나온 집이 그 집인 줄 알고 그리로 몰린다." 

물론 엔딩 크레디트에는 '촬영장소'라며 나오지만, 스크린에 간판이 몇 초 동안 노출되는 홍보효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이 분은 <해운대> 덕분에 변방으로 밀려났던 '미포'가 홍보되는 건 매우 기쁘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끝으로 "영화에서처럼 미포를 개발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미포 주민들은 오래된 어촌으로 남아 있는 것을 더 원한다"며 "그리고 개발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운대> 촬영지 찾아 오는 관광객들

 주말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 진짜 쓰나미가 온다면..어디로?

주말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 진짜 쓰나미가 온다면..어디로? ⓒ 진민용


그렇게 횟집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미포를 돌아 나오던 중 청년 세 명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틀림없이 촬영장소를 찍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들은 유장환(22·남·공군사병), 조상우(20·남·부산외대1학년 재학중), 김경수(18·남·부산해동고 사진기자)라며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알고 보니 인터넷 '기차여행 카페(by train)'의 운영자와 회원들로 이번 테마는 영화 <해운대>에 등장하는 명소와 기차를 함께 사진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미포를 지나는 기차를 찍는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좌부터 조상우, 유장환, 김경수씨. "우리카페 'by train'에 많이 가입하세요"라며 홍보도 잊지 않는다.

좌부터 조상우, 유장환, 김경수씨. "우리카페 'by train'에 많이 가입하세요"라며 홍보도 잊지 않는다. ⓒ 진민용


이들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었고 영화 <해운대>의 흥행이유에 대해서도 '부산 영상문화 인프라 구축', '해양도시로서의 매력',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의 특별한 부산사랑' 등 전문가 이상의 수준 높은 평가를 내려 줍니다.

알고 보니 김경수 학생이 현재 해동고등학교 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장래 꿈이 연극영화를 전공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역시 영화에 대한 식견을 키워가는 미래 꿈나무였습니다.

<친구>의 8백만, <해운대>의 1천만.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국 영화사상 1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5개의 영화 중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산시민의 자부심은 무척 큽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부산시민들의 <해운대> 흥행에 대한 자부심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오는 10월이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미 각 분야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부산 시민들의 염원은 이미 커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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