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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 낮 무더위도 잠시 물러나고 구름사이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던 지난 토요일 오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을 찾았다. 국장 영결식을 하루 앞 둔 날 고인에 대한 분향과 함께 저녁에 치러진 추모문화제에 참가했다.

 

처서를 하루 앞둔 절기상 아침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드는 때인지 저녁 무렵 서울광장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 더위는 느낄 수 없었다.

 

 

분향소는 끊이지 않는 추모객들로 내내 붐볐다. 그러나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 차분함과 경건함은 이를 지켜보는 다른 추모객들 마음도 차분하게 해주었다. 고인에 대한 하늘의 배려였을까. 영결식 전야 서울광장 분향소 하늘 위엔 짙은 구름이 8월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다. 남북으로 뚫린 광화문대로쪽에서는 간혹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차분한 마음으로 분향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삼삼오오 모여든 추모객들은 곳곳에 설치된 추모 메모를 살펴보고 근조 리본을 달기도 했다. 고인이 활짝 웃는 표정과 양 팔로 하트모양을 그리고 있는 노란색 풍선은 짙어가는 어둠에도 주위 빛에 환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분향소 주위엔 통일 종이학 접기, 통일 그림 그리기, 평화의 깃털에 소망을 적어 종이 모형 비둘기에 직접 붙이는 추모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인이 평생 추구해 온 평화와 남북통일이라는 화두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 설치된 고인을 추모하는 걸개는 분향소 앞에 설치된 근조 리본들에 투영되었다. 평생 인권 문제에 남다른 행보를 쌓아 온 고인 모습이었다. 

 

 

근조 리본 사이로 수 많은 추모 메모들이 눈길을 모았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남긴 추모 메모 내용들은 고인을 보내는 추모객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 했다.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서민들이 잘 사는 좋은 세상이 돌아오면 환생하시어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김대중대통령님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까워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늘나라에 가셔도 대한민국 잘 이끌도록 도와주세요', '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어둠이 짙어가던 저녁 7시 경부터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분향소 앞 광장에 따로 마련된 추모 문화제는 줄곧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촛불을 밝힌 사람, 혼자 조용히 흐느껴 우는 사람, 추모사와 공연, 영상을 보며 고인에 대한 회상에 잠기는 사람들, 추모 문화제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 고인을 기리는 차분함이 흘렀다.

 

이날 저녁엔 방문일정을 하루 연장한 북 조문단과 이명박 대통령이 만나기로 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남과 북 대화 교착상태에서 북에서 찾아온 조문단과 당국자간 대화을 열게 한, '죽어서도 살아있는 영향력'을 남기는 고인의 위대함을 다시금 체험하는 날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 전야에 찾은 서울광장 분향소는 역설적으로 슬픔보다는 희망을, 비통함 보다는 '행동하는 양심'을 화두로 떠오르게 했다.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영결식 전야 서울광장 09.8.22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와 분향소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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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대중, #국장, #추모문화제,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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