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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얘기하면 내쫓는 것이냐!"

"수사 기록 3천 쪽을 내놔라!"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의 공판을 지켜보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 기록 3천 쪽을 공개하지 않은 불공정한 재판이 3개월 만에 다시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변호인단 6명은 변론을 거부하다 퇴장했고, 재판장은 개정 20여 분 만에 휴정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이어 오후 3시 속개하려 했으나 공판에 참석한 150여 명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폐정했다.

 

이날 열린 재판은 지난 5월 이후 변호인단이 '검찰이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달 10일 대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하면서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수사기록 미제출, 있을 수 없다" - "더 이상 법원 입장 밝힐 이유 없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관련 기록을 공개해 정당한 법률적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변론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에게 기록 제출을 명령했고, 그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처리를 할 지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 법원의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수사기록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 것을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이 자리에서 황희석 변호사는 "당사자들에게 억울한 게 있으면 풀고, 죄가 있으면 죄를 받아야 하지만 아무리 봐도 검찰이 수사 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하고 검찰에게 불리한 것은 안 내놔도 된다는 게 사법부 안에서 자행된다면 이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발언한 권영국 변호사는 "이미 이 재판의 전제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고 이는  부정의한 재판이 될 수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만약 이 재판을 계속한다면 임할 수 없기 때문에 변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에 협조하라고 요청한 적 없다, 변론을 거부하겠다면 지금 결정하라"며 퇴장 지시를 내려 법정 내 소란을 키웠다. 결국 변호인단은 오후 2시 23분 경 전원 퇴장했다.

 

변호인단이 퇴장하자마자 재판장은 "피고인들을 위해서라도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화를 참지 못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변호사 없이 어떻게 재판을 할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이에 재판장은 "앉아 있어 보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공판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유가족과 함께 "수사 기록을 내놔라", "검찰과 법원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며 재판부의 처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결국 휴정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당시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넘게 구속 수감 중인 피고인 7명은 퇴장하는 짧은 순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손을 맞잡았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남편 이충열씨를 바라보던 정영신씨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단 "수사기록 미공개, 형사법적 제재 가할 수 있다"

 

 

변론을 거부하고 나온 변호인단은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번 재판에 대해 "불이익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없는 판단"이라며 "과연 이것이 법질서냐"고 되물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거부는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과 규명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국가형벌권은 실제 진실에 입각해야 하는데 실체 없는 판단에 이를 행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관계 관련 자료를 은닉한 상태에서 어떻게 적법한 재판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검찰이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해도 형사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에 중요한 사안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검찰에 수사기록 교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수사기록을 줄 때까지 재판을 중지할 것", "공정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들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줄 것"을 재차 신청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재판은 9월 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다시 열린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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