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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에 걸친 드넓은 솔바람해변, 100년 이상 수령을 자랑하는 해송 숲이 조화롭다. 1만평이 넘는 남해의 생태명소 생태주차공원에는 참다래가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아직 어린 참다래입니다. 잘 익을 때까지 제발 따지 말아주세요."

 

오는 11월 7일 참다래수확체험 때까지 참아달라는 간곡한 호소문이 참다래를 지킨다.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송정한솔체험마을

 

지난 8월 15일 체험마을을 중심으로 송정솔바람해변번영회, 송남어촌계가 힘을 모아 '한솔 바다나들이 축제'를 개최했다. 남해군에서 관내 체험마을을 돌아가며 여는 이른바 '릴레이마을축제'의 일환이다.

 

축제프로그램중 단연 갓후리체험이 눈에 띈다. 일종의 원시어업 체험이다. 송남어촌계에서 준비한 소형어선이 1백여m 이상 길이의 긴 그물을 끌어 바다에 치면 40여명씩 양쪽 끝 부분을 해변에서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체험이다.

 

잡아온 물고기를 풀어 경쟁적으로 포획하는 다른 마을의 물고기잡기 체험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송정마을 고유의 대표적 체험프로그램이다.

 

물고기를 획득하려는 목적보다는 단합과 조화라는 가치를 체화하려는 의미가 큰 체험프로그램이다. 다만 마지막 순간 단합과 조화를 깨고 다투어 포획된 물고기에 달려드는 난장판이 연출될 때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특히 여름 휴가를 맞아 송정마을을 찾은 전국 각지의 피서객들에게 남해바다만의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모래조각, 아기장승 만들기, 바람기둥, 소원의 길 등 참여할 수 있는 공공미술 행사 등으로 일반적인 농어촌축제와 차별화시키려는 주최 측 노력이 느껴진다.

 

남해 송정마을은 조선 말엽, 금산, 천하산, 대곡산 등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 통영산림감시통제부 산하 산림감시 초소를 '송정(松亭)'으로 부른 데서 연유한 마을이라 한다.

 

상주은모래해수욕장, 송정솔바람해수욕장 등 남해군의 대표적 해안관광지를 잇는 국도 19호변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민박촌을 형성하고 있는 해안의 아랫마을

 

송남마을과 연계해 조성한 국민관광지도 들어서 있다.

 

40여가구에 120명 주민이 한여름 휴가철 민박 등을 주수입으로 삼아 소농 중심의 농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수욕장이 폐쇄되는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는 인적없는 어촌으로 전락한다는 문제가 있다. 송정마을 주민들이 연중 농외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체험마을사업, 또는 농어촌관광마을 프로그램에 적극 나서는 절박한 이유다.

 

그래서 2002년도에 팜스테이마을, 2003년도에 남해군 최초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는 등 열악하고 낙후된 마을경제구조와 생활기반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친환경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김길언 이장, 경상대 건축학과 출신 귀농인으로 팜스테이 농원을 운영하는 박인수 사무국장 등이 마을지도자이자 마을경영자로 나서 일하고 있다.

 

남해군이 서포 김만중 등 선비들의 유배지였다는 사실에 발상, 소달구지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며 역사이야기를 듣는 함거유배체험 같은 송정마을만의 고유체험거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다만 팜스테이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 이후 후속·연계 농촌지역개발사업 미시행 또는 불발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전형적 농촌, 농업지역이 아니면서 어촌, 해변 관광지가 혼재된 마을 정체성 때문인 듯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농촌지역개발 사업의 우선 지원대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업 문제는 보다 구조적이다. 남해군의 마을들이 그렇듯 송정마을도 마늘이 주작물로, 일부 참다래, 포도 등 친환경 농업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협소한 농경지로 소농 및 단작형 영농 관행, 농식품 가공 및 유통 시설 및 기반이 부재한 현실이다. 농사규모 확대, 고부가 다품종 복합영농 등을 통한 농업소득 구조 개선에 근본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불구하고 송정마을이 여러가지 사업을 활발히,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못하는 문제는 분명해 보인다. 결국 위원장, 사무국장 외에 더불어 마을사업조직을 꾸려나갈 실무자급 주민이 절대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마을은 올해 농어촌공사에서 1인1촌전문가 자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박인수 사무국장은 "올해 유채바다(유채꽃들판) 3000여평을 가꾸어 보았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의 부족으로 앞으로의 방향 설정에 고민하고 있으며, 환경적 차원과 농촌어메니티라는 부분에서 차후 3000여평에 토란을 심어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노인네들 농한기에 토란대로 농외 소득도 올리고 마을경관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구상을 들려준다.

 

앞으로 송정마을은 그린휴송정마을이라는 기존의 휴양마을로서의 컨셉과 브랜드 기반위에, 토란대, 체리 등 소규모 다품종 농산물 가공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등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 소득기반과 병행하여 생태체험형 농촌개발의 모델을 선도하려는 새로운 꿈을 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원주민이자 마을연구소 대표일꾼인 정기석은 남해 송정한솔체험마을과 1인1촌전문가의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태그:#마을,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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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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