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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보나 분명 우리 아이들입니다
▲ "이들의 웃음이 너무도 이쁩니다" 어딜보나 분명 우리 아이들입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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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입양 중 70%는 미국에서 이뤄진다

얼마 전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미국에서 주니어 스키 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분)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제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멤버가 된 그의 가장 큰 이유는 엄마를 찾아 한국에서 같이 살 집(아파트)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제가 일하는 서울경찰청에 미국에 입양된 청소년 27명이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제4회 한국 전통문화 체험 모국 방문'을 통해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에 머물렀습니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한국의 해외입양 중 70%는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입양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모 언론매체는 한국을 '아기수출국'이라고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국원이 발표한 '2008년 지표로 본 한국의 보건복지동향'에 따르면 지난 1953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해외입양을 통해 한국을 떠난 아동은 약 16만 명에 이릅니다. 지난 1987년에는 국내입양에 비해 해외입양이 3배 이상 많았으나 지난 2007년에는 해외입양 1264명, 국내입양 1388명으로 국내입양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그 비율은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행사 당일 서울경찰청 견학에 있어 그들을 인솔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십대였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보는 이들과 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툰 우리나라 말을 할 때면 '외국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울경찰청 견학 코스인 교통정보센터와 112범죄신고센터 그리고 과학수사대 등을 견학하고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사격장에서 사격도 하는 동안 즐겁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자꾸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뭔지 모를 미안함이 있습니다)

52% 국외입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들에게 차별대우

미국에서 온 입양아 어머니들도 시뮬레이션 사격에 참여했습니다
▲ 시뮬레이션 사격모습 미국에서 온 입양아 어머니들도 시뮬레이션 사격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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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저 웃음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 "어려서 타던 자전거 같아요" 앞으로도 저 웃음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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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 한 세 시간 동안 제 마음은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전 아담(Adam, 남)과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헤어짐이 아쉬워 주소를 주고받았습니다. 앞으로 그와는 계속해서 편지라도 주고받으며 우리나라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자료를 검색하면서 복지부 연구용역보고서(국외입양인 실태조사)를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국외 입양인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심각한 차별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질문 중 '당신이 국외입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람들에게 차별받은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52%는 적어도 한번 이상은 차별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해외 국외입양인들이 모국 동포들에게도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기막힌 내용이었습니다.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보고서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서 키울 수 없는 경우 우리 사회가 거둬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해 외국에까지 우리의 아이들이 보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입양되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지난 2006년도 통계를 보면 국외 입양된 1899명 가운데 1890명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적인 차원에서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국내든 국외든 입양되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었으면 합니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한층 높아졌으면 하네요. 아울러서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입양아에 대한 관심과 그들과의 인연도 계속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처음 서울경찰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들의 표정도 조금 굳어있는듯했습니다.
▲ 미국으로 입양된 청소년들 처음 서울경찰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들의 표정도 조금 굳어있는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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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어느때인가 우리나라를 '고아 수출국'이라거나 '아이수출국'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미디어 다음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해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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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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