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광호 민주공원 관장이 개관식 때 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가 든 액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광호 민주공원 관장이 개관식 때 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가 든 액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부산 영주동에 있는 민주공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많다. 그런데 잘 보전돼 있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통탄할 일'도 있다.

민주공원은 199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20주년 기념일'에 맞춰 개관했다. 1960년 4·19혁명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개관식은 '국민의 정부' 때 일이다. 당시 개관식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이었던 송기인 신부 등이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6일 열린 민주공원 개관식에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6일 열린 민주공원 개관식에 참석했다.
ⓒ 민주공원

관련사진보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6일 열린 민주공원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6일 열린 민주공원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민주공원

관련사진보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축사를 통해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바친 저는 민주화에 앞장서온 부산에 대해 깊은 경의와 동지적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며 "20년 전 독재정권 몰락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부마항쟁의 값진 공헌을 커다란 감명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관식에 참석했던 김 전 대통령은 휘호를 남겼다. 휘호는 한자로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라"는 말이다. 고인은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때도 이 글을 썼는데, 생전에 즐겨 썼던 말로 보인다.

민주공원에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쓴 휘호가 액자에 넣어져 보관되어 있다. 민주공원 이광호(56) 관장은 "사람을 대할 때 하늘과 같이 섬기라는 뜻인데, 고인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통탄할 일'이 있다. 개관식에 참석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란히 민주공원 입구 앞에 기념식수를 했다. 같이 '후박나무'를 심고 같은 크기로 표지석도 놓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지석이 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이 민주공원 관리를 맡고 있을 때였다. 누가 왜 표지석을 갖고 갔는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표지석은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지석을 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는 그 뒤 시름시름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나무가 죽고 말았던 것. 그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나무는 베어내 없어졌다. 민주공원은 3년 전 공원 안의 다른 장소에 있던 같은 수종의 후박나무를 그 자리에 옮겨 심었다. 이 일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공원 개관식 때 기념식수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 했던 나무(왼쪽)은 그대로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었던 나무는 표지석이 사라진 뒤 고사해 다른 나무(오른쪽)를 옮겨 심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공원 개관식 때 기념식수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 했던 나무(왼쪽)은 그대로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었던 나무는 표지석이 사라진 뒤 고사해 다른 나무(오른쪽)를 옮겨 심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민주공원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개관식 때 기념식수한 표지석에 있다.
 민주공원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개관식 때 기념식수한 표지석에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지금 두 나무를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했던 자리에 옮겨 심은 나무는 다른 모양이다. 한 나무는 덩치가 큰 반면 다른 나무는 훨씬 작다.

민주공원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수환 추기경이 심은 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

민주공원 관계자는 "개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표지석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고, 표지석이 사라지자 나무도 병이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면서 "누가 왜 표지석을 가져갔는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지역감정으로 얼마나 비인간적인 비극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공원 개관식 때 기념식수를 했는데, 표지석이 사라진 뒤 나무가 시름시름해 지면서 죽었다. 민주공원은 그 자리에 공원 안에 있던 같은 수종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공원 개관식 때 기념식수를 했는데, 표지석이 사라진 뒤 나무가 시름시름해 지면서 죽었다. 민주공원은 그 자리에 공원 안에 있던 같은 수종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민주공원,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식수, #사인여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