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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진중권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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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가 진중권 독어독문과 겸임교수의 임용을 철회하기로 한 것을 놓고 해당 학과에서 항의 성명이 나오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독문과 학과장을 맡은 김누리 교수가 작성한 성명서에 따르면, 진 교수는 2003년 이후 2년마다 임용계약을 연장하며 독문과 겸임교수로 재직해 왔는데 중앙대 교무처장이 지난 29일 진 교수에 대해 "겸직기관 없음", "기타 겸임교수 인정기준 불일치" 등의 사유를 들어 임용불가를 결정했다.

진중권 임용철회에 해당 학과 항의성명

진 교수는 <미학 오디세이> 등 수많은 저서를 낸 문화이론가이자 시사평론가로서 겸임교수직을 계속 유지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24일 독문과가 진 교수의 임용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학교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을 들어 학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 진중권 교수는 이미 지난 7년간 세 차례의 공식 임용절차를 밟아 본교 겸임교수로 재직해왔다. 지난 2003년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로 최초 임용된 후, 2년마다 (2005년, 2007년) 임용계약을 연장해온 것이다. 당시와 다른 새로운 사유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임용불가 결정을 내린 이유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둘째, 본부 측이 임용불가의 사유로 들고 있는 "겸직기관 없음"은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고, 본부 측도 이를 인정하여 지난 3차례의 계약 및 재계약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기관에 상시적으로 소속되지 않은 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 평론가, 방송인, 연기자, 화가, 음악가들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서 학생들 가르치고 있다.

셋째, 진 교수는 지난 7년간 겸임교수로서의 직분을 누구보다도 성실히 수행해왔고, 그의 강의는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 타교에서도 청강생들이 몰려올 만큼 본교의 대표적인 인기강좌로 자리 잡았다. 대학의 위상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진 교수에게 보다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주기는커녕 임용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성명서에서 "학교 본부의 이번 결정은 교육적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이번 결정이 교육적 차원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 고려 등 교육 외적인 이유에서 내려진 것이라면, 이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학생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학과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자격 미달? 반정부 지식인 손보기!"

진중권 교수의 임용 탈락에 대해 친MB적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에 의한 반정부 지식인 손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3일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박 총장의 강연 모습.
 진중권 교수의 임용 탈락에 대해 친MB적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에 의한 반정부 지식인 손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3일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박 총장의 강연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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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임교수 자격에 미달하기에 임용이 불가하다"는 학교 측의 설명과는 달리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을 반정부 지식인의 '손보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날카로운 평론을 많이 내놓은 진 교수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본 박범훈 총장이 '정치적 잣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박 총장은 대학총장으로는 이례적으로 2007년 이명박 선대위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지냈고 이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 총장은 2월 23일 한나라당 초청 강연회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러 무대에 오른 자신의 여제자를 가리켜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 "감칠 맛이 있다" 등의 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때 진 교수는 "공부하는 학생을 조선시대 관기 취급하듯 하는 게 스승으로서 할 짓이냐?"고 박 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당시 진 교수는 글 말미에 "(박 총장님) 맛이 가셨네요. 자르세요. 잘릴 테니까"라고 덧붙였는데, 그의 호기 어린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된 셈이다. 박 총장은 교수 임용의 최고결정권자다.

중앙대 교무처의 관계자는 "진 교수가 겸임교수 자격을 못 갖췄음에도 학과장이 사유서를 써줘서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며 "교육부도 비전임교원들의 임용기준을 잘 지키라는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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