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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중단이 세계환경포럼 개최에 부합"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국제 환경행사 세계환경포럼이 11일부터 열리는 가운데 인천시의 반환경 행정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도 같이 열렸다.

 

인천시민 1232명은 2009년 세계환경포럼 개막에 앞서 11일 계양산 롯데골프장 중단을 위한 안상수 인천시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에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을 막고 시민자연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시민운동도 어느덧 4년째 접어들었다. 

 

이들은 최근 한강유역환경청과 국방부(17사단) 협의 과정에서 확인된 조건부 동의와 부동의 입장을 언급하며 골프장 조성이 환경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명분 없음이 밝혀졌다며, "군 당국의 부동의로 골프장 관련 행정절차가 넉 달 넘게 사실상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은 각종 신문광고를 통해 골프장 조성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간 롯데에게 특혜행정을 펼쳐왔던 인천시는 여전히 롯데건설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자연보호연맹 총재를 비롯한 세계의 환경관련 석학들과 환경운동가들을 초청하는 세계환경포럼이 인천에서 열린 것. 때문에 1000인 선언에 동참한 시민과 시민사회진영은 도시축전에 열리는 세계환경포럼이 안 시장의 각종 환경파괴정책을 덮고, 재선전략으로 이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들은 안 시장이 공식적으로 계양산 골프장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계양산을 시민자연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행정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세계환경포럼 개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시는 11일 개최된 2009 세계환경포럼에서 기후변화 등 세계적인 환경이슈에 대한 지원과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천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녹색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인천녹색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이며 이번에 열린 세계환경포럼을 2~3년 주기로 정례화 하겠다는 것.

 

우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국내·외 도시간의 국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비영리 재단법인인 녹색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다. 녹색재단은 2020년까지 기후변화 완화와 공원녹지 조성, 도시녹화 사업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시민의식 제고 활동, 기타 국제 환경협력 사업 등을 지원한다.

 

시는 또 인천녹색봉사단을 구성해 유엔 보고서에서 명시된 취약 지역과 국가의 기후변화 해결 등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선다. 인천녹색봉사단은 이들 지역의 안전한 식수공급,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처리, 대기질과 폐기물 관리, 생태계보전, 산림 황폐화, 사막화 방지 등의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이 역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시가 녹색재단과 녹색봉사단을 설립하는 것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세계환경포럼 역시 인천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면 좋은 일이다"며 "녹색성장 운운하며 세계5대 갯벌 중 하나인 강화갯벌을 파괴하는 게 인천시의 환경 정책이다. 어디 이 뿐인가? 송도갯벌, 경인운하, 계양산 골프장, 대이작도 풀 등 하나 같이 녹색과는 동반성장이 불가능한 정책만 고집하고 있다. 진정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맹꽁이와 도롱뇽아 세계환경포럼이 열린단다"

 

계양산은 인천의 대표적인 진산이다. 인천 북부에 자리 잡은 계양산은 하루 1만 명의 등반 객(계양구청 통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계양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숲길과 솔숲은 말없이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으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보호종 맹꽁이와 도롱뇽이 도심 속 이곳 산에서 서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우리사회도 저탄소와 녹색의 가치가 어느덧 돈으로 환산되고, 생물다양성은 산업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하나의 키워드가 돼버렸다. 녹색성장을 내걸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시대가 돼버린 것.

 

이렇다 보니 지방정부도 녹색성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뿐만 아니라 녹색자립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의 녹색자립도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때문에 도심화가 가장 심한 부평구의 경우 녹지가 열악해 열섬화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인천의 녹지율은 37.7%로, 대전의 녹지율 61.9%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6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다. 특히, 인천 면적의 3.3%에 불과한 부평구는 현재 인구 57만명의 대표적인 과밀도시다. 2006년 기준 부평구의 녹지율은 24.6%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부평구는 2000년부터 3년 동안 월평균 기온이 인천 5개 지점 가운데 가장 높고, 월 평균 풍속은 떨어져 인천지역 가운데 열섬화 현상이 심해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힌다.

 

이 뿐이 아니다. 인천은 물 생산량 '제로'로 서울보다 많게는 10배 비싼 물 값을 지불하고 있다. 인천시민의 1인당 연간 원수요금 부담액은 2만 9000원으로 서울시민 2900원의 10배, 대전시민의 16배에 달하는 요금을 부담했다. 인천은 상수원이 없어 한강 물을 끌어다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은 남아있는 녹지마저 사라지게 되면 인천시민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계양산 롯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위원회 노현기 사무처장은 "인천의 녹지총량은 적고 수도권 전기 생산의 2/3는 인천에서 담당하고 있어 탄소발생량은 매우 높은 도시다. 이렇듯 취약한 녹색자립도로 인천시민은 서울시민보다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며 "계양산이 파괴되면 탄소배출은 높은 반면 녹색자립도는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녹지가 사라지면 빗물 흡수율이 떨어져 열섬화에 따른 사회적비용이 증가한다. 게다가 물 부족국가로 접어든 지금 빗물 재활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됐다. 녹색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안 시장이 세계환경포럼 등 허울 좋은 국제행사만 벌일 것이 아니라 계양산 롯데골프장을 과감히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 녹색자립도 :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와 견주는 말로 녹색의 자립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지표다. 주로 환경관련 연구기관이나 학술단체, 학자들 사이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2008년 무렵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아직은 낯선 용어다. 주로 물과 에너지, 식량 등의 주된 요소를 토대로 그 지방정부의 녹색자립도를 표현한다. 자립도가 높을수록 물 부족 현상이 덜하고 식량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 에너지 사용역시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거나 탄소에너지를 사용한다 해도 그에 따른 녹지 등을 확보해 탄소배출량을 줄여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가 높음을 의미한다.


태그:#세계환경포럼, #국제자연보호연맹, #계양산 골프장, #인천시, #안상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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