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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입추도 지났는데 무척 무더운 날씨다. 말복은 아직 며칠 남았다. 이 무더위를 식힐 겸 산골로 여행을 떠났다. 큰아빠네랑 우리 가족이 같이 갔다.

 

산골(전남 순천시 월등면)로 갔다. 산골은 생활이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편안하게 지내려고 아빠께서 황토집을 구해 놓으셨다. 황토집은 매우 좋은 집이었다. 집의 겉모습은 기와집이었다. 정말 멋있게 생겼다. 속은 통나무와 황토로 지어졌다. 하지만 바람 한 점이 없어 방은 더웠다. 바람이 불 때에는 시원했다.

 

안 좋은 점도 있었다. 그것은 집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밤마다 찾아오는 모기와 벌레들이었다. 일명 산모기는 평소 집에서 본 일반 모기보다 크기가 훨씬 컸다. 또 독한 모기다. 이 모기들이 우리가 머물 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을 자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걱정을 물리쳐 줄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그것은 '장작불'이었다. 아빠는 그 불을 '모깃불'이라고 하셨다. 그 연기가 우리가 머물 집에 들어가서 모기들을 해치웠다. 모기들은 손님이 왕인 것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이었다. 매너가 엄청 없는 모기들이기도 했다. 무식한 모기들 같으니라고!

 

모기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불빛을 보고 장수풍뎅이도 여러 마리 날아들었다. 사슴벌레도 날아왔다. 매미도, 나방도 많이 날아다녔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곤충채집을 엄청 할 수 있었다.

 

이 곤충들은 좋은 장난감이 돼 주었다. 채집해 놓은 장수풍뎅이한테 우리가 먹던 복숭아를 넣어주었다. 복숭아를 갉아먹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한번은 사슴벌레가 장수풍뎅이 다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기도 했다. 장수풍뎅이의 다리가 무지 아플 것 같아서 떼어줄려고 했는데 사슴벌레는 한참동안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낮에는 가까운 계곡으로 놀러갔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에 나는 발만 담그고 싶었다. 몸을 담그지 않기로 내 마음 속에다가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 다짐은 쉽게 끝나고 말았다.

 

아빠께서 내게 한번 물을 세게 뿌리며 장난을 하셨다. 그러더니 물을 몽땅 뒤집어 씌우셨다. 그러고는 이왕에 물에 젖은 거, 몸을 담그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는데, 천천히 내 마음 속에서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껏 놀았다. 한 시간도 안 놀았는데 추웠다. 큰엄마께서 다슬기를 잡아 주셨다. 언니도 다슬기 한 마리를 잡았다. 언니는 다슬기를 그릇에 담아두고 신기한 듯이 계속 관찰을 했다. 엄마와 아빠한테도 신기하다며 보시라고 했다.

 

나도 다슬기를 한참 바라보았다. 촉수로 더듬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다슬기는 그릇 안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물이 있는 곳에서만 맴돈 것 같다. 깜찍할 정도로 귀여웠다.

 

그런데 다슬기를 담아놓은 그릇 안이 지저분해졌다. 자세히 보니 다슬기의 분비물 같았다. 분비물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지저분한 물을 버리고 새 물로 갈아주었다.

 

한번은 언니가 이 다슬기를 이등분 즉, 살아 있는 몸과 껍질을 분리시켜 보자고 했다. 처음에 장난삼아 해봤는데 다슬기의 행동이 엄청 빨랐다. 서서히 호기심이 당겼다. 촉수를 앞세우고 껍질 밖으로 얼굴을 내민 다슬기의 몸은 우리의 손보다 훨씬 민첩했다. 겉으로 보기에 느림보였는데 그랬다.

 

언니는 아빠한테도 해보라고 했다. 자기는 궁금하기는 하지만, 하기 싫다고 했다. 나한테도 시켰다. 그런데 나는 싫었다. 내가 잘못하면 언니가 짜증을 냈다. 그러는 언니한테 나도 똑같이 화가 났다.

 

잠깐이나마 그런 놀이를 한 우리가 잔인한 것 같았다. 나에게 시킨 언니도, 그걸 한 나도 잔인한 것 같다. 다슬기가 불쌍해졌다. 그래서 장난을 그만뒀다. 관찰하던 다슬기를 모두 살려주었다. 계곡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아라고...

 

 

덧붙이는 글 | 이예슬 기자는 광주우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입니다.


태그:#한옥민박, #다슬기, #월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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