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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벌교홍교(筏橋虹橋)는 300여 년 전인 1729년에 만들어졌다. 지난 1963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제304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지난 1981년(1981년-1984년), 대대적인 중수(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본래 길이는 80m, 너비 3m 정도의 규모였으나 일제강점기 때 일부 잘라내어 현재는 3칸의 홍예(虹霓)만 남아 있다.

중수된 홍교는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주민들

벌교 홍교의 모습 (지난 1981년 보수후, 지금의 모습이다)
 벌교 홍교의 모습 (지난 1981년 보수후, 지금의 모습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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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은 1981년 중수한 지금의 홍교에 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예상외로 묻자마자 "엉터리 가짜다"라고 내뱉는다. 주민들은 "당시 중수하면서 다리를 허물었는데 그곳에서 나온 돌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가져가고 엉뚱한 돌로 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옛날에는 돌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고 크기도 달랐는데 지금 중수해 놓은 것은 천편일률적으로 정렬돼 있고 시멘트(접착제) 같은 것도 사용해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가짜"라고 언성을 높인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얘기는 다르다. "중수할 당시 홍교는 원래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날 정도로 훼손과 변형이 돼 있어 전부 걷어내고 새롭게 화강암으로 원형을 복원한 것"이기에 주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멘트(접착제) 사용에 대한 문화재청의 답변은 "당시에는 문화재 보수 할 때 가끔 사용을 했다"는 정도다.

엉뚱한 곳으로 불통 튈 수밖에 없다.
그럼 문화재청은 훼손되고 변형된 엉터리 홍교를 보물로 지정했나?

지난 1958년 벌교 홍교 모습 (정상우씨 제공)
 지난 1958년 벌교 홍교 모습 (정상우씨 제공)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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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1958년도 홍교 사진 한 장이 있다. 벌교읍에 사는 정상우씨가 제공한 것인데 문화재청이 홍교를 보물로 지정하던 1963년보다 5년 앞서 찍은 것이다. 주민들은 이 흑백사진속의 홍교 모습이 바로 보물 제304호며 중수 이전의 보물다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당시의 모습과 비교해 보기 위해 최근 홍교를 찍은 것이다(上). 난간도 없고, 돌의 형태나 배열도 전혀 다르고, 다리 위의 곡선도 달라 한눈에 봐도 전혀 다른 모양새다. 한마디로 형태만 같고 다른 다리라고 할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행정당국은 홍교를 중수하던 1981년도는 물론 최근에도 "홍교의 모습은 많이 훼손되고 변형이 돼 시멘트 등으로 만들어진 난간 등과 돌들을 전부 걷어내고 화강암으로 다시 쌓아 원형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문화재에 대한 주민들의 안목을 무시하는 행태이기도 하지만 만일 그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문화재청은 1963년, '다시 새롭게 만들어야 할 정도로 훼손되고 변형된 가치 낮은 홍교에 대해 보물이라는 최고등급을 부여해 준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는 결론이 된다.

벌교주민들은 "홍교는 벌교의 자존심이자 얼굴"이라고 말한다. 거울 속에 비친 벌교의 얼굴, 지난 1981년 이후 평생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 분산, 침략거점 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19] 여름휴가 끝나야 오붓한 이미대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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