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잔뜩 구름 낀 토요일 아침, 자전거에 몸을 싣고 부천 원미구로 내달렸다. 오랜만에 찾은 보운산 석왕사를 둘러보고 나와 여우고개를 너머 시흥시 대야동으로 넘어갔다.
시원스레 내리막길을 내려와 소래터널을 통과한 육중한 서울외곽고속도로 아래를 지날 때부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봤다. 시흥의 영산인 소래산에 숨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
그런데 길 어디에도 소래산 보물을 알리는 표지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대야동 가스공사앞에서 멈춰 버스정류장의 시흥시 안내도를 확인하고, 소래산길 따라 가파른 산림욕장으로 올라 주변 위치도를 재확인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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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래터널을 빠져나온 외곽순환도로 아래에 보물을 찾아가는 길이 있다. |
| ⓒ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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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욕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보물을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전거 때문에 포기했다. 암튼 소래산 보물을 찾아가는 길은 여우고개에서 대야동으로 내려오던 갈림길 위쪽 외곽순환고속도로 옆으로 나있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자전거를 끌고 오르니 550m 앞에 보물이 있다 했다. 자전거를 묶어놓고 재빨리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을 피해 얼른 숲길로 올랐다. 짙은 녹음으로 뒤덮힌 소래산 숲 곳곳에는 큼지막한 바윗돌이 곳곳에 눈에 띄였고, 매미들은 귀따가운 노래로 짝을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 석불조각 중 최고, 소래산 마애상그리고 울퉁불퉁한 인적드문 산길을 올라 온실가스를 내뿜는 자동차 소음이 잠잠해지고 시흥시 일대가 눈앞에 탁 틔였을 때, 집채만한 바위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그 보물은 바로 소래산 마애상(磨崖像)이었다.
장군바위(병풍바위)라고 부르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상은 서있는 모습의 부처를 얇은 선으로 새긴 것으로, 무늬가 새겨진 모자 모양의 둥근 보관을 쓰고 있으며 작고 좁은 관대가 옆으로 휘날리고 있다. 양어깨를 모두 감싼 옷을 입었는데, 가슴 밑에서부터 반원을 그리며 규칙적으로 흘러내린 주름은 볼륨감은 없으나 유려한 선으로 이어져 있다. 반원으로 둥글게 흘러내린 상의자락 밑 양쪽으로 발을 벌렸는데 발가락의 표현이 매우 섬세하다.
얼굴은 둥근 형상에 눈, 코, 입이 부리부리할 정도로 큼직하게 표현되어 있고, 양쪽 귀는 유난히 길게 늘어져 있으며 목에는 삼도가 둘려져 있어 자못 근엄한 부위기를 자아낸다. 표현주의적 경향이 강한 얼굴과 무늬를 새긴 원통형의 화려한 보관, 양어깨를 덮은 옷의 형태는 고려전기 석조상의 특징으로 조성년대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 한다.
보물 제1324호로 지정된 소래산 마애상은 약 5m 정도의 얕은 선각임에도 불구하고 보존상태가 좋고, 기법이 우수하고 회화적인 표현이 뛰어난 세련된 작품이다. 높이는 14m, 보관높이 1.8m, 발길이 1.24m, 발톱길이 15cm, 귀 1.27m, 눈크기 50cm, 입크기 43m, 머리높이 3.5m, 어깨너비 3.75m 규모를 가진 거불로 우리나라 석불 조각에 있어서 최대에 속한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낸 소래산 마애상 인근 소나무가 훼손되어 있었다. 이에 시흥시청 문화공보과는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내걸어 놓았다. 보물급 문화재 주변의 소나무를 훼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벌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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