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 함덕해수욕장 ...흐리다 비오다 모처럼 맑은 날...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고... |
| ⓒ 이명화 | 관련사진보기 |
새벽 4시쯤 일어났다. 밤을 새워 세차게 쏟아졌던 비는 아침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조금씩 비가 오지만 일단 밖으로 나간다. 이곳에 있으면서 일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것을 본다. 아침엔 흐리고 비가 오다가도 낮이면 화창하게 개는가 하면, 아침에 잠시 맑은 날씨를 보이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뒤덮고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예측하기 힘든 날씨이다. 성읍민속마을로 나가 97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말 방목장, 승마장 등이 보이고 한참 가다보니 '제주시' 이정표가 나온다.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반은 제주시(북쪽)이고 반은 서귀포시(남쪽)이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진입한다. 10시 45분, 갑자기 햇빛이 나는가 싶더니 안개 자욱해진다.
안개 길을 달린다. 짙은 안개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마주 오는 차량도 보로 몇 미터 앞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전조등을 켜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앞에 오는 차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1118번 도로를 따라 간다. 바로 앞에 달려가는 차를 짙은 안개가 삼킨다.
도로가 넓어지고 오른쪽 바닷가 쪽으로 향한다. 여전히 안개 낀 길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시야가 조금은 더 확보된다. 구불구불 꼬부랑길 따라 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 속에 사람 사는 마을이나 집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텅 빈 검은 밭이나 초록의 밭을 둘러싼 방풍림이 이어진다. 인적 없는 한적한 곳인데도 도로는 친절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짙은 초록색 감귤이 주렁주렁 달린 밀감 밭이 이어진다. 귤 밭을 둘러싼 방풍림과 돌담들... 마치 바람을 원천봉쇄라도 하는 듯 빈틈없이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조천마을로 접어들어 조천마을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끼고 달린다.
큰사진보기
|
| ▲ 함덕해수욕장 바위 틈에 핀 문주란...그 뒤로 펼쳐진 옥색빛 바다... |
| ⓒ 이명화 | 관련사진보기 |
밀물 땐가 보다. 길 바로 옆에서 출렁대는 바다가 불어 넘칠 듯하다. 해일이 일기라도 한다면 뭍은 바닷물이 범람해 대지를 모두 핥아버릴 것만 같다. 어선들은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 안쪽으로 쑥 들어간 곳까지 바닷물을 넣어 그 안에 어선들을 묶어두고 있다.
바닷물은 만조를 이루고 있다. 11시 40분,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함덕해수욕장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4km에 떨어져 있는 해수욕장으로서 물빛이 고운데다 수심이 얕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다.
'잠수어업인들의 텃밭(어장)을 훼손하지 않는 절제된 모습 아름답습니다...'로 시작한 '올랫여' 소개글이 보인다. 흐린 하늘 아래 해변엔 높은 파도가 일고 있어 사람들은 거의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물가에서 파도치는 것을 바라보며 물보라가 일 때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물보라 쪽으로 나아갔다가 물러갔다가 하며 놀고 있다.
올랫여는 함덕해수욕장 한쪽에 있는데 작은 구름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서 함덕해수욕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과 해수욕장 주변경관을 멀찍이 조망할 수 있고, 여기서 요트를 타는 곳도 있어 신나게 요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신나게 달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좋다. 물론 직접 탈 수도 있다.
다리를 건너오기 전 바로 옆에는 카약체험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높은 파도가 밀려들면 작은 섬을 잇는 다리엔 바닷물이 뛰어들기도 하는데 작은 아치형의 다리를 건너서 섬에 이르면, 불과 몇 걸음밖에 나아가지 않았는데도 마치 내가 지금 마라도에라도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까운 해수욕장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큰사진보기
|
| ▲ 함덕해수욕장... 올렛여에서 바다체험하는 사람들...보트를 타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
| ⓒ 이명화 | 관련사진보기 |
높은 파도가 어깨동무를 하고 해안으로 밀려들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모래 해변을, 바위를 핥아댄다. 옥색바다는 하늘빛이 흐리니 그 맑고 고운 옥색 빛을 유감없이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이 설렌다. 하얀 모래와 옥색바다...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 자연의 빛깔이다.
가슴 설레는 바다... 바다는 단 한 번도 늙어본 적이 없다. 바다는 언제나 젊음이다. 올랫여 옆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조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서 옥빛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옥색빛 바다를 조망하기 좋아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까지 갔더니 손님인 줄 알고 직원이 물컵과 메뉴판을 탁자 위에 갖다 놓기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함덕해수욕장 주변에는 야영장, 대피소, 음식점, 레스토랑, 위락시설 등이 즐비하고 잔디 넓게 깔린 야영장과 함덕서우봉 해변에는 무료 야영장이 있고 취사가 가능한 곳이다. 함덕서우봉 해변 옆에는 해변 산책로가 있다. 야영하면서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다.
제주도여행 6일째 되던 날, 함덕해수욕장을 다시 찾았다. 구름이 조금 있긴 했지만 비교적 맑은 날씨였다. 바다는 맑고 투명한 옥빛 그 자체다. 맑게 갠 날씨에 다시 와보니 느낌이 새롭다. 올렛여를 중심으로 보면 시내 안쪽 해수욕장은 바람이 많이 닿지 않고 수심이 얕아서 어린아이들이 놀기 좋은 해변이다.
멀리까지 모래사장이 물 밑에 깔려 있는데다가 수심이 멀리까지 얕다. 반대쪽 해변, 함덕해수욕장 중심 해변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수심이 얕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수심이 깊어 보이고 파도가 제법 세다. 서우봉 산책로가 있는 곳에 얕은 물, 북적대지 않는 해변이 또 있다.
야영하면서 조용한 활기 속에 즐길 수 있는 해변인 것 같다.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는 함덕해수욕장, 그 와중에도 조금만 돌아보면 서우봉 해안 산책로가 있고, 올렛여와 같은 바위섬도 붙어 있어 비록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산책하며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옥빛 바닷물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그 맑고 고운 물빛에 가슴이 설렌다.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다는 식당이 있다. 여행 오기 전 남편이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고 알게 된 '서울식당'을 찾아 간다. 생각보다 쉽게 찾은 식당, 오후 3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라 홀 안에 몇 팀이 있는 것 말고는 한산했다.
양념돼지 갈비를 2인분 주문했는데 보통 육지에서 고기집의 4인분은 족히 될 것 같다. 양도 많고 고기도 맛있어 남편과 나는 푸짐하고 넘치도록 맛있게 먹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난 뒤 밖으로 나왔다.
제주 섬을 둘러싼 맑디맑은 옥빛 바다는 그 어디를 가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거저 옥색빛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뛴다. 따로 해수욕장이라 이름붙이지 않은 곳이라 해도 그 자체가 해수욕장이고, 멋진 해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