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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 우리가 흔히 잘 못 쓰는 표현 중 하나다. 이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용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측면 외에,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바라보고 규정하는 사회적 편견이 우리 모두에게 내재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다르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이 다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다수의 편견어린 시선 속에는 그들과 자신을 구분 짓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들의 '다르다'는 말 속에서 그녀는 마치 자신의 삶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그녀가 사람들과 달랐던 건 단 하나.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의 '학교'가 아닌, 조금 다른 의미의 '학교'를 다녔다는 것뿐이었다. 이른바 '대안학교'였다.

 

"어렸을 적에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를 적대적으로 대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혹은 제가 학교에 적응을 못해 대안학교에 다니게 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고요…."

 

지난달 29일, 중·고등학교 6년이라는 시간을 남들과 다르게 살아온 박민채(현재 우석대하교 특수교육학과 1학년 재학 중) 학생을 만나 그녀가 걸어온 '다른 길'에 대한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모님의 권유로 입학... 기초학력 저하로 중도포기

 

중학교 입학과정에서 '보통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들어간 박민채씨. 사실 그녀는 어떤 명확한 이유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대안교육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고 그녀가 대안학교에 입학한 것은 '부모님의 뜻'이 주된 이유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귀농으로 광주에서 장수로 왔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대안학교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어요. '자발적인 공동체가 있다', '네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하시면서,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죠."

 

그녀는 대안학교를 그저 '신나는 학교'로만 생각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지 않는 자발적인 공동체. 고작 14살의 아이가 대안학교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학교가 아닌 특별한 학교로 진학하는 것에 있어 '우월의식'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원래는 3년을 다 마치려 했는데, 결국 2년 만에 그만 뒀어요. 왜냐면 기초학력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가야하는데, 성적이 안됐던 것이죠."

 

이는 박민채씨가 고민하는 대안교육의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안교육을 선택했다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의미를 두고 살아간다는 것이지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그 다음 교육기관 혹은 사회로 내보낼 준비를 돕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민채씨의 생각이다.

 

중학교 3학년, 학교를 그만 둔 그녀는 홈스쿨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교과서 밖을 보고 싶었다"... 본인 의지로 대안학교 선택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도 있었고, 그래서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알아봤어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제 나리 17, 18, 19살에 볼 수 있는 게 교과서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 우울한 거예요. 교과서 밖의 것들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 속에 있고 싶어서 결국은 대안학교를 선택했죠. 물론 그 때는 제가 고등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마치면 원하는 대학에는 못 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선택한 거예요."

 

이번에는 본인의 의지였다. 이미 대안학교가 완전한 대안이 아님을 경험했고, 자신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것이란 사실을 충분히 몸으로 익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는 끝없이 경쟁교육으로 치닫는 공교육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교과서 밖에 있는 다양한 배움과 공부, 음악, 책, 그리고 대화를 통해 얻은 '즐거움'을 맛봤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번 풀어 놓은 염소는 다시 가두지 못하는 법이다. 그녀는 세상의 공식을 거부하며 불안정한 미래를 택했지만, 그 대신 자유로움을 얻었다.

 

두 번째 시련 그리고 대학

 

두 번째 시련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찾아왔다. 대안학교에서 공동체 삶의 가치를 배온 그녀로서도 결국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의 일원이었다. 그녀의 꿈을 위해서도 역시 대학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괴리가 있었죠. 대안학교에서 제가 본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존중받는 그런 사회였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안잖아요. 세상은 내가 어느 대학 나왔는지, 몇 점인지, 어느 지위에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배운 게 삶으로 연결이 안되는 현실에 서 저도 역시 '맞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특수교육과에 진학하기 희망했던 박민채씨는 생각보다 저조한 수능 점수에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야 하는 현실은 박 씨를 더욱 괴롭혔다.

 

"교대에 진학하고자 했던 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접었어요. 수능을 한 번 보면 딱 공식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그리고 다시 특수교육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어요. 비록 원했던 학과는 아니지만 남들처럼 서울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다행히도 박씨는 자신이 공부하고 싶었던 학과를 선택, 현재 재학 중인 우석대학교 특수교육과로 진학을 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이 끝이 아니었다. 다른 교육과정을 밟아온 그녀에게 대학 생활은 또 다른 어색함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저는 '내가 관심있는 과목'을 선택하며 수업을 들어왔어요. 그런데 대학을 와서 보니 다들 학점 잘 주는 교수를 쫓아 수업을 듣는 거예요. 또 학문을 공부하는 토론의 장이 아닌 단지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 아직까지는 대학 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있지는 않아요."

 

박씨는 또한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우리'가 아닌 '나'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함께 무언가를 해보는 협동정신이나 도전정신이 약해, 의견 차이를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수를 위한 대안은 아니지만..."

 

앞서도 밝혔지만, 박씨는 대안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제 삶과 연계되지 않는 것이 대안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안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도 대안교육이 다수를 위한 교육은 아니라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올해로 우리나라 대안교육이 한 10년 쯤 됐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그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반성해야 될 부분이 많죠. 저는 대안교육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혹은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는 않아요. 단지 다르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한 박씨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대안교육에 대해서도 너무 장점으로만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일반교육과 대안교육은 그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단지 대안교육이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좋게 비춰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현재의 공교육도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필요성을 가르쳐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대안학교를 다녔지만, 학교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은 아니에요. 오히려 정말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은 학교 교육이 더 잘 맞을 수가 있어요. 다만 입시공부가 필요하다면 그게 왜 나에게 필요한지, 그걸 먼저 알려준 상태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교육은 잘잘못만을 평가하고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인격에 대해서는 바라보지 않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변할 거 같지도 않고…."

 

대안학교에서 누렸던 기회와 길러놓은 감성들이 대안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닫히고 말았다는 박민채씨. 그녀는 이미 체제 속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대학이 아니면 꿈꾸는 일을 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안학교는 조금 더 뚜렷한 목표를 세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처음 대학에 올 때는 대학원으로 진학해 언어치료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시에 붙지 못하면 대학 4년을 무의미한 치부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역시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는데, 앞으로 무얼 하든 특수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고, 또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 길로 우수수 달려가는 것과는 달리,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다른 삼을 사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대안이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박민채씨. 그녀는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얘기하는 '다르다'는 시선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틀린 것'은 아님을 이제는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에서 느껴지는 '자기확신'. 그것이야 말로 그녀가 얘기한 '대안'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한학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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