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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을 연 '수다공방'의 모습.
 지난 1일 문을 연 '수다공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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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의 한 켠에 조용히 자리잡은 옷 가게.

요란한 광고 없이도 유명 인사들이 줄을 잇고, 쇼윈도에 걸린 제품에 반해 찾는 손님이 부쩍 늘고 있다. 출입문 위쪽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나무 간판엔 '수다공방'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냥 '옷이 예쁜 가게로구나'하고 지나치기엔 이 곳은 조금 특별하다. 참여성노동복지터의 패션 봉제 기술학교 '수다공방' 졸업생들이 장충동 공장에서 직접 옷을 만든다. 모두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오랜 시간의 노동과 낮은 임금이 보편적이던 봉제 업계의 룰도 깼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주주가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이 시도는 '수다공방'만의 옷으로 패션쇼를 여는 등 천천히 성과를 드러냈다(오마이뉴스, "장미란, 패션쇼 무대에 서다... '참신나다'"", 2008년 12월 3일). 이젠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통로로 옷가게가 문을 연 것이다. 노동자를 쥐어 짜는 것만이 생산성을 높이는 길은 아니란 사실을 '수다공방'의 성장이 보여주고 있다.

'수다공방'의 "좋은 옷, 정당한 가격"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수다공방'의 "좋은 옷, 정당한 가격"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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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의 대표는 "몇년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들이 이제 하나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그는 요즘 공장도 챙기고, 가게도 지키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러면서도 '수다공방' 옷에 대한 자랑은 잊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옷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참신한 일터가 있다. 천연 재료로 염색한 소비자들의 몸에 맞는 '에코디자인'을 지향하고 직접 만든다."

실제로 가게의 창틀에는 옷감을 염색할 때 사용하는 천연 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대황, 홍화, 치자, 도토리…. 식용으로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옷을 만들 때 화학 염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생산 과정도 친환경이다.

수다공방은 모든 옷의 기획, 디자인, 생산을 담당한다. 염색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 "염색 전문가들 쪽으로도 일자리 창출이 된다. 우리가 모든 노동을 다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다.

전 대표는 수다공방의 의미를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인 추세다. 자본주의의 결과가 어려운 사람들과 근로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비정규직 문제도 예전부터 쌓여 왔고. 그런 현실에서 대안을 찾아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동자가 단순히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달라고만 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곳에선 노동자들은 돈을 조금 받고, 소비자들은 비싸게 옷을 사고 한다. 그런 불합리한 중간 마진을 없애고, 만드는 사람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소비자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정당한 가격에 사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옷의 가격표에 누가 만들었는지 적혀 있는 '실명제'.
 옷의 가격표에 누가 만들었는지 적혀 있는 '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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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매장은 북적거렸다. 지인들을 몰고 온 손님은 "하나 사서 계속 잘 활용하고 있다"며 옷을 칭찬했다. 한 손님이 고른 옷은 흰 바탕에 빨간 단추가 앙증맞은 전통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판매 직원은 "모 국회의원의 부인이 사 갔던 옷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이즈를 고민하는 손님에게 판매 직원은 "모든 사이즈로 맞춤 해드린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 옷을 고르는 손님. 사이즈를 고민하는 손님에게 판매 직원은 "모든 사이즈로 맞춤 해드린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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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유명 인사들이 많이 들러서 우리끼리는 '방명록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얘기한다"며 웃었다. 지나가던 유명 인사들, 수다공방의 의미을 모르는 사람들도 옷을 보고 많이 찾는다고.

9월 중에는 정식으로 개점 행사도 할 예정이다.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수도 약방까지 걸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열 시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 문을 연다.

덧붙이는 글 | 조은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수다공방, #에코디자인, #직거래, #사회적기업, #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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