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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주의 한 기업체가 전통문화를 미국에 수출한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다. 이 기업은 농악, 사물놀이 진법, 전통의상 등과 같은 전통문화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담은 뒤, 인터넷을 통해 현지에서 따라 배우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락을 바탕으로 하는 민요와 동요, 가요 등을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장구춤과 북춤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야흐로 전통문화의 디지털화 시대다. 그 선두에는 우리의 소리 '풍물'을 '디지털콘텐츠 응용상품'으로 본격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유)모던엔시스가 있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모던엔시스는 그동안 풍물 관련 영상 200종과 음향 160종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풍물 웹사이트와 어린이 풍물 관련 교육시스템, 풍물명인 콘텐츠 제작과 풍물 관련 캐릭터 등을 개발해온 콘텐츠 전문기업이다.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전통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는 모던엔시스. 그 중심에는 바로 원종규(36) 대표가 있다.

 

"전주에는 문화관련 아이디어가 많고,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에 회사로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원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22일 모던엔시스를 찾았다.

 

문화와 입체영상의 결합

 

모던엔시스는 'modern Entertainment System'의 줄임말로 차세대 성장동력인 문화콘텐츠산업을 이끌어 가는 콘텐츠 전문기업을 뜻한다. '현대적 감각의 콘텐츠를 엔터데인먼트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원정규 대표의 의지가 녹아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모던아트로 첫 발을 내디딘 모던엔시스는 2007년 지금의 (유)모던엔시스로 법인전환 됐으며, 올해부터는 그간 쌓아온 콘텐츠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입체영상 박물관을 만드는 작업과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앞으로의 박물관은 유물 등을 전시하는 기능에서 입체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할 거예요. 전주의 경기전만 하더라도 이성계가 입체영상 속에서 되살아난다면 관람객의 흥미를 높일 수 있죠. 그간 우리가 준비해왔던 문화 콘텐츠 작업은 입체영상 박물관을 통해 완성될 것입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원종규 대표는 졸업 후 '문화 콘텐츠'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몇 년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소프트웨어는 한 번 개발을 해도 그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지만, 문화 콘텐츠의 경우에는 그 생명력이 무한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애니메이션 업체에 다녔어요. 그러다가 IMF 이후 90년대 말 전주에 잠시 내려왔는데, 그때 여기저기서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조언을 많이 해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거죠."

 

이후 그래픽 디자인 분야를 다시 공부한 그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시장조사차 들른 광주에서 '문화'를 만나게 됐다. 당시 광주에서는 업체와 대학이 연계돼 입체영상을 비롯,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착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원종규 대표는 문화와 입체영상의 결합이야 말로 앞으로 주류를 이루게 될 '체험식 관람'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깃거리 많은 전주는 희망적"

 

문화콘텐츠 회사를 설립한 그는 우선 다양한 문화 아이템, 스토리텔링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전을 비롯해 전라북도 곳곳을 돌아다닌 그는 산재해 있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하나로 모아나가는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바로 콘텐츠 축적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4~5년간 전라북도를 돌아다니며 콘텐츠를 모아왔어요. 그러면서 느낀 것은 전주가 매우 희망적이라는 전망이에요. 전주는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아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거든요. 일례로 저는 한옥마을만 가지고도 54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원종규 대표는 "보통 사람들은 한옥마을이라는 '공간'에만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 안에 얽힌 문화사 혹은 생활사를 들여다보면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며, 현재 자신이 수집한 54개의 이야기 가운데 10개의 스토리를 콘텐츠화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옥마을 외에도 전주를 대표하는 전동성당과 한지 등도 이야깃거리의 소재가 된다는 게 원 대표의 생각이다. 이속의 이야깃거리가 TV와 영화, 게임 등으로 파생될 때, 그 파급력이나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이게 바로 전주만의 매력이고 전주가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모던엔시스라는 회사 역시 마찬가지죠. 현재는 전주 안에 녹아 있는 전통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전주에서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전국의 다른 지자체와 서울의 문화 콘테츠를 대상으로도 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때문에 미래는 아주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의식전환"

 

물론, 지금의 모던엔시스와 원종규 대표가 있기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훌륭하고 재미있는 지역의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에 대해 지역의 지원이나 관심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원종규 대표는 이런 이야기는 '누워서 침뱉기' 꼴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가 내쉬는 한숨에서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지자체나 관공서 등에서는 입체영상물을 제작함에 있어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서울업체에 수주를 맡기는 일이 많았고, 또 힘들게 개발한 문화콘텐츠를 최저가 형태로 갖다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지역문화콘텐츠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 일이 많다보니 시장 구축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종규 대표는 바로 '의식전환'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시각을 달리하면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모던엔시스가 자사에서 개발한 콘텐츠에 냉랭했던 전주나 전북이 아닌 서울과 미국 등으로 판로개척을 한 이유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원 대표는 자신의 이런 '의식전환'이야 말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사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만 볼게요. 비록 작은 회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클 것이냐'에서 '내가 회사를 키울 것이냐'로 의식전환을 한다면 길은 달라진다는 거죠. 회사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에서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거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 뿐만 아니라 행정부분에 있어서도 원 대표는 예를 들었다.

 

"행정에서는 규모가 큰 업체에만 지원을 해요. 그런데 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또 지원은 큰 곳에만 몰리죠. 결국 시소게임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의식전환'이라고 생각해요."

 

원 대표의 '의식전환'이 빛났던 일화를 빼놓을 수 없겠다. 모던엔시스 초창기, 기존 입체 영상물 개발업체들이 주로 연구용역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할 때, 원 대표는 문화콘텐츠를 상품화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업체에게 있어 역량은 곧 '상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던엔시스가 있기까지는 바로 이런 원종규 대표의 '발상의 전환'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원종규 대표는 올해 안으로 전주의 모든 것을 담아낸 3D영상물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원 대표가 뽑아낸 전주와 전북의 테마 10가지가 주요 콘텐츠가 된다. 체험형 솔루션, 입체영상, 게임 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전주 전통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질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전주가 블루오션"이라는 원 대표의 말이 사실이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풍물, #모던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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