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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로가 아름답다."

 

  하얀 깃털을 바람에 날리면서 앉아 있는 모습이 우아하다.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무심한 자태가 마음을 잡는다. 번다한 세상살이를 초월한 듯하다. 우주를 압도하고 있다. 일상의 모든 걱정거리가 일소되어 버린다.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숱한 고뇌들이 봄 햇살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사라지고 만다.

 

 

  세상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들고 버거운 것일까?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하늘을 비상하고 있는 백로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다. 마음은 새들처럼 훨훨 창공으로 향하고 있는데, 몸은 언제나 무겁기만 하다.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 몸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하얀 백로가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백로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도심의 한 가운데다. 삼천(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옆의 나무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장관이다. 나무 위의 둥지에서 비상하여 천으로 내려오는 새들이 눈이 부실 정도다. 무리 지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버린다.

 

  걱정거리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새들을 바라보면서 나를 본다.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일상의 고통들을 바라본다. 그 모든 아픔의 뿌리가 어디인지 가늠해본다. 얼마나 깊이 뿌리가 박혀 있으면 이리도 힘들게 몰아세우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걱정거리의 근원은 어디일까? 붙잡고서 놓아주질 않는 삶의 고뇌들의 원인이 무엇일까? 세상 사 모든 것이 바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벗어날 수가 없으니 난감하다. 도대체 얼마나 질기기에 이렇게도 힘든 것일까?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훨훨 날아가고 싶은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새들처럼 편안해질 수 없는 것일까?

 

  걱정거리의 뿌리는 과장된 감정이다. 형체 없는 정서가 발동하게 되면 그 것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조급한 마음으로 일상을 대처하게 되면 바람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엄청남 힘으로 지배하고 만다. 걱정거리는 결국 나 스스로의 성정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처럼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걱정거리를 마음이 만들어내듯이, 그 해결책도 바로 마음에 있다. 버리면 되는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되는 일이다. 의심을 버리고 소심을 던져야 한다. 변심과 교심 그리고 원심을 떨쳐버리면 걱정거리도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만다. 일상에서 고통을 놓아버리게 되면 새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새처럼 날고 싶다. 우아한 자태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일상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유한한 인생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살아 있음을 즐기고 싶고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 편안하게 쉬고 싶다. 내 안의 마음에서 안주하고 싶다. 새들처럼 파란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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