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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명박 대통령은 농산어촌 기숙형 공립고인 충북 괴산고를 방문했다. 이날 괴산고 학생들과 하트 포즈를 취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한 대통령 사진은 주요 언론사와 인터넷 포털의 관심 뉴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이 포털에 오른 이후, 많은 누리꾼들이 '하트 사진 연출 의혹'을 제기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괴산고 학생들을 집중 성토했다. 관련 기사에는 무려 2천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급기야 이런 논란 속에서, 괴산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 댓글에 대통령 방문의 진상에 대한 글을 남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글 속에는 대통령 방문으로 불편함을 겪어야 했던 괴산고 학생들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괴산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김아무개씨의 글이다.

 

- 진짜 올릴까말까 고민 엄청 했어요. 제 이름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다 아니까요. 학생 수가 얼마 없기에. 하트. 하. 누가 시켰을까요???? 웃으라고?? 누가 시켰을가요?? 솔직히 대통령 처음 봐서 긴장 타긴 했죠. 복도에? 경호원 얼마나 있을지 대충 짐작하실테고 학교 밖이요? 경찰 수십명...교실 안에요? 선생님. 교장 선생님. 교육감. 교육부장관. 대학총장. 대통령까지. 그리고 OOO뉴스? (중략) 이 정돈데 어떻게 욕하고 빠져 나갈 수 있죠?-

 

 

괴산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또다른 누리꾼도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댓글을 통해 본 이명박 대통령의 학교 방문은 학생들에게 큰 불편함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저 사진 찍을때 앞에 카메라가 몇대나 있었을까요? 에휴...... 하트와 웃음. 기자가 시킨거 맞구요. 아침에 등교할때 비행기 타면 검사하듯이 검사했구(고) 또 가방도 뒤졌어요... 한 친구는 커터칼도 빼겼다고 하더라고요. 몇일 전부터 한 청소에 있던 학생들도 많았고 '왜 하필 우리학교에 오는 거지'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중략)-     

 

대통령의 학교 방문이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거듭된 청소, 소지품 검사, 사진 연출등을 통해 육체적, 심리적으로 큰 폐를 끼친 것이다. 그런데 불편함을 느낀은 비단 괴산고 학생 뿐만이 아니다. 주변에 사는 주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누리꾼도 당시의 불쾌한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괴산고 주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입니다. 참 희한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3일간 충북 전체 경찰 사이카가 동원되어 예행연습... 당일 날엔 학교 입구 교차로를 대형 버스로 산성처럼 막고 아예 차단... 그 사이 학교 입구까지 각 블록마다 검은 양복 입은 사람 배치....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아파트 구내 방송을 통해 3번 씩이나 베란다 문 닫고 빨래 걷으라고, 귀한분(?) 오시는데 보기 싫으니까, 라며 방송....안닫고 안걷고 개기니까 와서 문까지 두드리고... 이게 대한민국 풍경입니까?(중략)-

 

그동안 '현장 정치'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경찰과 경호원들을 대동한 대통령. 덕분에 지역 구민이나, 관련 지역의 불편함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괴산고 방문을 통해 그런 불편한 현장정치에 대해 누리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이번 대통령의 괴산고 방문은 여러모로 개운치 못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대통령의 괴산고 방문 현장에 있던 누리꾼들은 대통령 경호원과 경찰들이 '학생들의 소지품을 일일히 검사'하고 며칠간 '미술용 커터칼 수거'는 물론, 독극물일 수도 있다하여 '마실 물 압수'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다음은 괴산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아무개씨의 댓글이다.

 

-괴산고 학생입니다. 저 사진에 찍힌 학생 중 한명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웃고 싶어서 웃습니까? 오늘 학교는 이명박 대통령. 경호원, 특수 경찰 100여명으로 인해서 완전히 통제당했고. (중략) 이명박 대통령이 교실에 오기 전까지 교실에 가만히 앉혀두고 화장실도 못 가게하고 몇시간동안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십니까?'라며 '핸드폰은 학교 오자마자 압수하고, 음료수 들고 물을 들고왔더니 독약일 수도 있다고 압수하는 경찰들부터, 공항에서 수색하는 것마냥 수색하다고, 저는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만드는 것 때문에 커터칼을 필통에 항상 두고 다녔는데 그것마저 빼앗기고 분명 어제까지는 디카는 들고와도 된다고 하셨는데 당일날 다 압수해 버렸습니다(중략)-  

 

덕분에 피해를 본 것은 학생들, 몇시간동안 교실에 갇혀서 꼼작을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인근 주민들까지 교통,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말았으니 이번 대통령의 괴산고 방문은 일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큰 불쾌감을 준 것 같다. 이 아무개씨의 댓글에는 불편에 관련한 내용이 잘나타나 있다.

 

-주위 인근 수색 다하고 운동장 검사 다하고 기숙사 애들 말로 들어보면, 새벽 3시에도 학교 불이 켜져있고 사물함 책상 서랍 다 뒤져봤답니다.. 그 전날 예행연습까지 시켜서 다들 지치기 까지, 끝나고 학생들 좋다고 단 한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중략)- 

 

서민을 위한다는 대통령의 '현장 정치' 하지만 이렇게 학생, 주민들을 믿지 못해 불편함만 끼칠 바에야 무엇하러 현장 정치를 하러 돌아다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통령의 괴산고 방문은 전시행정의 표본인것 같아 마음이 쓸쓸하다. 이로 인해 괴산고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이 버려졌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이 정권 홍보를 위해 소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태그:#괴산고 방문,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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