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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기타를 쳤다는 최기동 사장
▲ 최기동 사장 10년간 기타를 쳤다는 최기동 사장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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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전북대 앞 '역'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가끔 한 남자가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금목걸이와 귀걸이에서 풍겨 나오는 예사롭지 않은 포스. 게다가 느닷없는 '직찍'. 처음 온 사람이면 분위기 파악 못하고 깜짝 놀라겠지만, 겁먹거나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면 이 남자는 사진을 통해 손님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이곳 사장이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역'을 운영해 오고 있는 최기동 사장은 자신의 취미활동인 사진을 서비스로 승화시켜 생일파티나 단체손님 혹은 사진을 원하는 손님에게 무료로 찍어준다. 물론 그 자리에서 인화까지 해준다. 지난해 포토프린트를 들여 논 이유는 순전히 '역'을 찾아 온 손님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지난 16일, 아직 술을 찾기에는 조금 이른 저녁, '역'을 지키고 있는 최기동 사장을 만났다.

#1. 그의 직업은 사진가?

전북대 앞 술집 '역'의 최기동 사장
▲ 최기동 사장 전북대 앞 술집 '역'의 최기동 사장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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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잠시 쉬어가는 역'이라고 적힌 간판아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정면에 보이는 드럼과 기타, 그리고 한쪽 벽을 차지한 다양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 술집과는 첫 느낌부터 다르다. 한마디로 사진과 음악이 있는 술집이었다.

"사진은 원래 '똑딱이'로 찍어 왔어요. 그냥 취미생활이었는데, 2004년 전북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동호회 차원에서 하는 교육도 받고 출사도 다니고 하면서 조금씩 실력을 키워 온 거죠."

사람을 사귀고, 사진을 조금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들어간 사진 동호회. 최기동 사장은 찍으면 찍을수록 잘 나오는 사진을 보며 더욱더 '사진찍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취미생활을 급기야 본업인 술집운영과 접목, 술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사진을 찍어주게 된 것이다.

손님들의 반응은 좋았다. 기념으로 가져가는 손님부터 가게 한 켠에 전시해 놓은 손님까지. 기분 좋게 술 한잔 하러 온 가게에서 그들은 추억까지 선물 받아 가는 셈이었다. 그런 손님들을 보는 최 사장 역시 기분 좋기는 마찬가지. 사진이 있는 술집엔 그렇게 추억이 쌓이고 있었다.

#2. 그의 직업은 음악가?

카메라를 둘러 맨 폼이 예사롭지 않아 남다른 미(美)적 감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음악까지 손을 댔을 줄은 몰랐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드럼과 기타. 사진 찍는 술집 사장은 알고 보니 기타까지 쳤다고 한다.

"그냥, 취미생활이에요. 기타는 한 10년 넘게 쳐왔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독학한 거라 실력은 그다지 없어요. 드럼은 칠 줄 모르지만 손님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거고요. 음악 동아리 학생들이 많이 와서 치더라고요."

자고로 술에는 노래가 있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나. 이곳엔 술 마시며 노래 부를 수 있는 노래방 기기까지 마련돼 있어 언제라도 술과 음악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 또한 기타 줄을 튕기는 그의 손놀림을 따라 절로 술잔이 움직이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타와 드럼을 연주할 수 있다.

'역'에서 잠시 쉬어가고픈 사람이 들르는 곳. 음악이 있는 술집은 그렇게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3. 그의 직업은 요리사?

'역' 한켠에 전시된 손님들의 사진
▲ 손님 사진 '역' 한켠에 전시된 손님들의 사진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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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술집을 운영한 적이 있었던 최기동 사장은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정리,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몸이 안 좋아져 4년 만에 직장을 나오게 됐고, 다시 예전의 경험을 살려 지금의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 '역'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최기동 사장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주방 아주머니를 둔 적이 있었는데, 음식이 별로였어요. 제가 예전 경험도 있고 해서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하기로 했죠. 몇몇 안주는 제가 개발한 것도 있어요. 하하~"

계란프라이를 반숙 식으로 만든 뒤, 그 위에 각종 야채를 뿌린 안주의 경우에는 최기동 사장이 직접 고안한 대표적인 안주.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운 안주다.

하지만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일단 지루하죠. 홀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지만, 주말에 손님이 많을 땐 나오지도 못하고 주방에서 음식만 만들어요. 그럴 땐 주방에 사람을 두고 제가 홀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죠."

이런 최 사장의 바람에 제동을 거는 건 언제나 단골 손님들. 최 사장의 음식 솜씨를 맛보기 위해 '역'을 찾는데, 최 사장이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굳이 '역'에 올 이유가 없다는 게 손님들의 생각이다.

"어쩔 수 없죠. 제가 만든 안주를 맛보려고 오신다는데, 힘들고 지루해도 제가 계속 주방에서 일을 하는 수밖에요."

사진과 음악이 있는 술집, '역'. 얼마 전 이곳에는 영화 관계자가 찾아와 오는 22일 영화를 찍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다른 술집과는 다른 분위기에 끌리지 않았나 싶다. 손님들의 권유에 최 사장도 흔쾌히 허락한 상황. 이 때문에 사진 찍고 기타 치고 요리하는 최기동 사장의 '역'은 머지않아 영화 속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그곳, '역'에는 오늘도 음악이 흐르고 추억이 쌓여 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역, #사진,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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