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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진 아이들 밥그릇은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듯하다. 경기도교육위원회가 엎어버린 초등학생 밥그릇을 이번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로 뻥 차버렸다.

 

경기도의회는 도교육위원회가 반 토막 낸 경기도 내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경기도의회는 계속 여론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은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물론이고 예결위까지 통과했다.

 

22일 경기도의회에서 최종 의결하지만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경기도의회 전체 117석 중 101석을 한나라당이 점유하고 있고,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은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이쯤 되면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핵심정책은 99.9% 좌절된 셈이다. 그리고 피해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생겼다.

 

김상곤 교육감은 급식을 교육의 한 요소로 봤다. 의무교육이 무상인 만큼 급식 역시 그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 한나라당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들은 끝까지 "있는 집 자식들에게까지 왜 급식을 무료로 주느냐"고 따졌다. 표면적으로 보면, 진보 교육감에 대한 '발목잡기'지만, 근원적으로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무상급식 논란은 우리 사회에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다. 교육은 무엇이고,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평등교육은 과연 사라져야 할 '악의 축'일까.

 

작은 해법이라도 들어보기 위해 심상정 전 의원의 이야기를 최근 국회에서 들어봤다. 이제는 '금배지'를 달고 있지 않지만 심 전 의원은 누구보다 이번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녀는 최근 핀란드를 다녀온 뒤 곧바로 무상급식 논란이 벌어진 경기도교육청을 찾았다. 그리고 경기도의회를 찾아 예산 삭감에 반발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을 만났다.

 

심 전 의원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은 파렴치한 범죄"라고 규정하며 "삭감 예산 원상회복"을 주장했다. 이어 "교육주체들로 교육위원회를 꾸리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 전 의원이 강조한 건 "평등교육"이었다.

 

도의회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아이들 밥그릇을 엎어버린 지금. 심 전 의원은 왜 평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무상급식 예산 삭감은 파렴치한 범죄...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 경기도교육위원회에 이어 경기도의회도 국민들의 요구와 달리 무상급식 비용을 모두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다니, 후안무치한 결정이다. 이건 파렴치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당장 원상회복시키고 국민들 앞에 사과를 해야 한다."

 

- 교육위원회 자체에 대한 제도 개혁도 주문했는데.

"처음 아이들 밥 그릇 빼앗은 분들을 보니, 모두 교육 관료들이었다. 그동안 우리 공교육이 바뀌려면 교육 관료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입증됐다.

 

경기도의 경우 9조 가까운 예산을 13명의 교육위원들이 결정한다. 교육위원회의 구조에 대해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 등 교육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꾸려져야 하고 이들이 예산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당사자라고 본다.

 

교육위원회가 이런 사람들로 구성됐다면 아이들 밥그릇 뺏는 후안무치한 결정을 했겠나. 핀란드 교육의 평등 모델이 지속가능한 것은 철저한 분권과 자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분권과 교육 자치를 이야기하면서 교육감과 교육위원 직선만 실시했다. 교육청의 막강한 권한은 그대로 두고 직선제만 실시하면 제대로 된 개혁이 되겠나.

 

분권과 자치가 잘 되려면 교육청이 갖고 있는 돈과 권한을 일선 학교에 대폭 내려줘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교장공모제 등을 통해 교육 주체들이 자율과 책임을 축으로 민주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 경기도교육위원회는 '혁신교육' '교육혁명'이란 말에도 거부감을 보였다. 

"이야기 했듯이, 교육문제는 광범위하고 절박하게 국민적 합의가 이미 돼 있다. 내가 '교육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혁신 과정을 급진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 이제 경쟁 중심의 교육 모델은 한계에 왔다. 교육문제 해결은 단편적이고 미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 노동운동을 했을 땐 '투사' 이미지였고, 국회에 있을 땐 경제에 집중했다. 앞으로 교육문제에 집중할 생각인가. 

"원래 교육자가 되고 싶어 사범대에 들어갔지만 시대를 잘 못 만나서 크게 돌고 돌아 정치를 하고 있다(웃음). 교육은 계층을 불문하고 가장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문제다. 교육 개혁은 결국 사회 개혁과 맞물려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비전과 공감대가 확대된다면 사회 개혁에 문제의식도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사람은 여러가지 욕망을 가질 수 있다. 특목고로 아파트 값을 올리고 싶으면서도, 공교육 혁신해서 사교육 부담이 없으면 좋겠다는 근원적 욕망도 있다. 그 중 어떤 욕망을 끌어내서 현실화 할 것인가가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동안 공교육 혁신에 대해서는 절박한 국민적 합의가 돼 있다.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의제 중 교육문제만큼 절박하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건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아 공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정치가 없었다. 그래서 특목고 유치와 같은 보수 쪽 여론만 부풀려졌다."

 

 

"교육문제 이제는 국회 상설기구 통해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 핀란드를 다녀온 뒤 국회 상설 기구로 '미래교육위원회'를 제안했다.

"핀란드에 가서 주목했던 것은 그들의 교육이 어떻게 가능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핀란드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전문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은 교육개혁은 곧 사회개혁이기 때문에 대통령 5년 임기 내에 교육개혁을 성공하려 한다는 건 난센스라는 것이다. 적어도 20~30년 중기 비전을 갖고 일관되게 개혁을 밀고 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경쟁 교육 모델은 이미 한계에 왔고, 단편적 미시적 접근으로는 국민들의 교육 불신과 문제의식을 풀기 어렵다. 그래서 장기적이고 근본적 개혁을 위한 논의틀이 필요하다. 국회 산하의 법적 기구를 설치하고 교육주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이 광범위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사실 이명박 정부도 교육의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이명박 정부 이야기의 핵심은 경쟁과 자율이다. 결국 경쟁을 적극 심화시키는 자율이다. 하지만 경쟁 교육 모델은 이미 극단화돼서 교육 자체로서도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고, 21세기 인재 양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경쟁을 심화시키는 자율은 결국은 파국으로 가는 자율이라고 본다. 지금 필요한 건 경쟁 모델을 극복하는 것, 그리고 교육재벌, 학원재벌, 교육관료를 위한 자율이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자율과 책임의 폭을 넓히는 혁신이다."

 

- 왜 우리 교육에 핀란드 모델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물론 핀란드의 조건과 역사는 우리와 다르다. 그래서 그들의 제도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 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유럽에서 달성한 교육, 성평등, 사회복지 모델은 기본적으로 '사람 가치', 즉 존엄성을 높이려는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나라가 다르다고 '사람 가치'가 달라져야 하나. 핀란드 교육 모델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교육 철학으로 국민적 합의를 한 홍익인간, 전인교육을 가장 잘 현실화시킨 것이다. 그들의 평등 교육 모델은 우리의 교육 철학과 맞다."

 

"핀란드에서 평등교육이 효율성과 잠재력을 키운다는 확신을 얻었다"

 

- 핀란드에서 본 교육 모습 중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핀란드 교육의 모토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이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하면 많은 경우 획일화, 하향평준화 등으로 오인된다. 반면 다양성이란 가치가 보수 쪽에서 주장되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을 보며 진짜 평등교육이야 말로 다양성을 보장하고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극단적 경쟁 모델은 교육을 획일화하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확신을 했다.

 

핀란드에서의 평등은 모든 사람의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들이 있으면 한국어 교사를 붙여주고, 장애인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사를 붙여준다. 즉 모든 아이들은 누구나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한 명이 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엘리트 교육이야 말로 99만9999명의 개성과 잠재력을 사회적으로 묵살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망국적인 이데올로기다. 그런 극단적인 경쟁 교육이야말로 획일성을 낳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능성을 좀먹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정면 비판으로 들린다. 

"내가 핀란드에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으로 교육 재정이 줄어들면 교육복지에도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들은 모두 '우리 국민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교육을 희생시키지는 않는다'는 강고한 믿음을 밝혔다. 결국 평등교육이 효율성을 최고로 담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핀란드의 협동, 토론식 교육이야말로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필요한 능력을 효과적으로 배양시킨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 교육은 여전히 70, 80년대 중화학 공업 시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권은 더욱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


태그:#무상급식,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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