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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조원들로부터 압수한 시위용품이라며 화염병, 쇠파이프, 페인트, 시너통, 볼트가 담긴 박스 등을 공장 정문앞에 늘어 놓은 뒤 설명을 하고 있다.
 경찰이 노조원들로부터 압수한 시위용품이라며 화염병, 쇠파이프, 페인트, 시너통, 볼트가 담긴 박스 등을 공장 정문앞에 늘어 놓은 뒤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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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와 이틀째 대치하고 있는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 위로 최루액을 뿌리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경찰이 공권력 투입 정당화를 위한 여론전에 나서 비난을 샀다.

경찰, 노조 시위용품 공개... "폭력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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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7시50분경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더니 봉고차 한 대가 나타났다. 정문 앞에 선 봉고차의 뒷문이 열렸고, 사복을 입은 경기지방경찰청 홍보실 소속 경찰들이 봉고차에서 물건을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20여개의 쇠파이프와 10여개의 페인트·시너 통, 그리고 볼트가 담겨있는 4개의 박스, 화염병 2개였다.

당시 정문 앞에는 쌍용차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2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은 봉고차에서 내린 물건들을 기자들 앞에 보기 좋게 나열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경찰이 "쌍용차 노조로부터 압수한 물건"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날 저녁 6시 30분경 경찰이 도장공장 서편에 있는 자재창고와 프레스 1·2·3공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미쳐 가져가지 못한 물품이라는 것이다.

이 경찰은 "쌍용차 노조가 경찰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기 있는 볼트로 새총을 쐈고, 석유와 시너로 화염병을 만들어 던졌다"고 말했다. 오늘 낮까지 노조가 점거하고 있던 자재공장과 프레스 공장을 경찰이 완전히 장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헬기가 공장에 최루가스를 살포하자 방호복을 입은 여경들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다.
 경찰헬기가 공장에 최루가스를 살포하자 방호복을 입은 여경들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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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들을 위해 직접 시위 물품을 전시해서 보여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자가 "노조의 시위 물품을 보여주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한 경찰은 "쌍용차 노조가 이런 물품을 가지고 폭력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이 때 한 시민이 "거짓말 하지 마"라고 호통을 치며, 기자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섰다. 임규재(75)씨는 경찰을 향해 "저 쇠파이프는 아까 회사측 직원들이 저 뒷쪽 주차장에서 가져간 것"이라며 "팔뚝에 노란색 완장을 찬 회사측 직원들 수십명이 쇠파이프를 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씨는 이어 기자들을 향해서도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방송 똑바로 하라"고 소리쳤다.

임씨는 자신을 '6.25 참전용사'라고 소개하며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의 마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씨는 "정부에선 쌍용차를 소생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니, 왜 공권력을 투입하려고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임씨에게 기자들이 몰리면서 소란이 일자, 경찰측은 아무런 해명없이 가져왔던 물품을 다시 봉고차에 싣고 황급히 사라졌다.

"여론전 나선 경찰, 제2 용산참사 예정하고 알리바이 만드나"

사측이 조합원 가족들의 천막농성장이 설치된 곳을 임대한 뒤 주위에 철조망을 설치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측이 조합원 가족들의 천막농성장이 설치된 곳을 임대한 뒤 주위에 철조망을 설치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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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공장 정문 앞 인도에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냉정하고 침착해야 할 경찰이 여론전에 나서는 것은 임무를 벗어난 행위"라며 "제2의 용산참사를 예정하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제2의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이런 위험한 물건이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경찰이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경찰의 공권력 투입설에 대해서도 "노사간의 교섭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라며 "노조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도 헬기 3대를 이용해 노조가 점거중인 도장공장 위로 최루액을 쏟아 붇는 등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노조도 화물차와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새총으로 수천여 개의 볼트를 발사하는 등 쌍용차 공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노조가 쏘는 볼트를 막기 위해 프라스틱과 그물막을 이용, 높이 2m, 폭 5m 정도의 방어막 100여 개를 만들어 바리케이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소규모 경찰력을 이용해 1시간 단위로 곳곳에서 산발적인 진입을 시도, 노조를 서서히 지치게 만드는 '고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사측은 지난 20일부터 도장공장에 대해 음식과 물, 가스 공급을 중단시키는 등 '노조 고사작전'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말해,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태그:#쌍용차 , #쌍용차 노조, #쌍용차 노조 점거농성, #고사작전, #공권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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