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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는 20일 부당 해직 당한 교수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립대학 교권탄압 대책 마련하라!" 교수노조는 20일 부당 해직 당한 교수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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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제20조의 2에는 '사립학교법이나 또는 고등교육법의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교과부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교원들이 교권탄압을 받고 교원소청위나 법원에서 승소하였을 경우 경영진의 위법함이 드러나게 되는데, 교원들이 승소하였다고 하여 이사들이 징계를 받거나 해임 당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해직당한 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행정소송에서 모두 이기고도 세 번이나 다시 해직당한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홍성학 교권실장의 말이다. 대학 측은 소송에서 지자 홍 교수에게 복직되었다는 문서를 전달함과 동시에 해임통지서를 바로 전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7월 20일 오전 '교권침해 방조하는 교육과학기술부 규탄 및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직교수들 중 상당수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소청위나 법원을 통해 부당 해직임이 판명나도 형식적으로 복직 절차를 밟은 뒤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다시 해임하면 그만이다. 그때마다 다시 소송하는 수밖에 방법은 없다. 복직과 해임의 무한반복. 해직교수 한 명이 사립대학과 싸워 복직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모하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교과부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직 교수들은 모두 교권침해를 받은 교원이 소송을 통해 이겨도 복직하기 힘든 사립학교법의 실상을 밝히고, 이를 악용하는 사학 경영진들의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인사상 위법성이 드러난 경영진에게 교과부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제16조 '이사회의 기능'에 의하면 학교 규칙 제정권과 재정(財政)권, 임용권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독점적 결정권을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 즉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이사회 전횡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고,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도록 되었지만 대학평의원회 구성마저 얼마든지 경영진 뜻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임원취임의 승인취소' 내용에는 '학교의 장의 위법을 방조한 때, 취임승인이 취소된 자가 학교 운영에 간여하는 것을 방조한 때' 등이 삭제되어 오히려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사를 해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반면 이사회는 재임용 거부·계약 해지·징계위원회 회부 등의 방법으로 교원을 해임할 수 있기 때문에 재단 입맛에 맞춰 교원들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대학 경영진의 비리를 적극적으로 밝혀 낸 교수들, 학문적 소신을 밝힌 교수들, 올바른 인사관리를 주장한 교수 등 비판적이고 양심적인 교수들에게 보복 해임이 항상 뒤따르는 이유다.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에 학교 비판 글을 올려 명예를 실추시켰다"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기도 한다.

경북과학대학은 비리를 고발한 양심적 교수들을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한 뒤, 교원소청위에서 징계해임이 부당하다고 결정하였는데도 복직을 시키지 않거나 부당한 방법을 재차 동원하여 직권면직시켰다.

대불대의 경우도 비리를 제보한 교수협의회 교수 다섯 명을 세 차례에 걸쳐 징계 해임시켰으나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모두 징계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교수협의회 교수들을 다른 학과로 보내거나 임금 삭감·재임용 거부 등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는 학사운영을 바로 잡으려는 교수협의회 교수 두 명을 재임용 거부한 뒤 소청위에서 위법하다고 밝혀졌지만 재임용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교수 두 명에게는 먼저 직위해제를 단행한 다음 역시 소청위에서 부당함이 밝혀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해임했다.

헌법 제31조에는 '교원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한다'고 하는 교원지위법정주의를 적시하고 있는데도 많은 대학에서 이를 무시한 학내 규정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 신분상의 불이익 처분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하기 일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위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교과부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이 문제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가 있다. 교과부는 최근 동덕여대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고 학교 측에 공문을 보냈다. 이사진 해임 사유 중 하나는 바로 '교원 부당 징계'였다. 손봉호 전 총장을 이사회가 부당하게 징계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원 부당 징계'가 얼마든지 이사진 해임 사유가 될 수 있고, 교과부 역시 그럴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교원 부당 징계에 대해 평소에는 "권한이 없다"며 발뺌하다가 특정 대학을 길들이고 싶을 때는 이사회 해임 도구로 사용하는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소송에서 이겨도 복직을 이행하지 않는다. 관할청인 교과부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기자회견문 읽는 교수노조 강남훈 부위원장 "소송에서 이겨도 복직을 이행하지 않는다. 관할청인 교과부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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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들 대학 교수는 '철밥통'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수도권이나 규모 있는 지방대학 얘기다. 상당수 사립대학 교수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상시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처우도 열악해서 6개월 임용계약, 연봉 2천만원 이하 계약이 성행한다. 교원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사학재단은 재임용 탈락, 계약 중단, 징계 등 교수를 잘라낼 많은 방법이 있다. 해임 절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소송을 제기해 해직이 부당하다고 결정되어도 복직을 이행하지 않는다. 관할청인 교과부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이 확실하게 실효성을 갖고 교권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 등 후속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박선아 기자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차장입니다.



태그:#교수노조, #사학법, #교과부, #해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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