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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깎기에 몰두하는 아이들
▲ 연필깎기대회 연필깎기에 몰두하는 아이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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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각~샤갹~"

연필깎기 대회 하는 내내 나는 소리는 이게 전부였다. 어찌나 집중을 잘하는지 장인정신이 이런 게 아닐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반은 학기 초부터 샤프를 못쓰게 해서 연필에 꽤 익수해 있던 터였다. 하지만 연필깎기 기계에 의존해 쉬는 시간마다 연필깎기 기계에 줄을 설 정도였고 기계가 없으면 연필을 쓸 수 없는 줄 아는 아이들이 많았다.

일주일 전부터 연필깎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림장을 통해 공고했고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 했다. "그런 대회도 있어요?" "선생님이 지어내신 거예요?" "교내 대회인가요?"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반신반의했고 몸과 마음이 가쁜한 토요일대회를 기대하며 그날부터 연필깎는 연습을 했다.

보기 좋았다. 칼은 위험한 것이니 쓰지 말아라가 아니라 위험하니 조심해서 써라 가 나의 철학이다. 쉬는 시간, 삼삼오오 휴지통 옆에 모여서 또는 종이를 깔고 앞뒤로 마주 앉아 연필을 깎는 모습이란...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여기 저기 한눈 팔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온 에너지와 정신과 영혼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평가기준 : 균형미 40%, 아름다움 40%, 실용성 30%

심사를 기다리는 연필들
▲ 연필깎기대회 심사를 기다리는 연필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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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가 예술이다. 평소에 차분하고 자신의 일을 소리없이 끝까지 해 내는 아이들은 연필깎기에서도 역시 그러했다. 현수는 흑연 부분이 너무 길고 뽀족해서 무기가 되었고 승원이는 끝이 너무 작아서 한 글자 쓰면 닳아 없어질 듯했다. 나무 부분과 흑연 부분의 조화를 환상적으로 맞춘 두 명을 선발했다. 남자부문에서는 상우, 여자부문에서는 효빈. 손끝이 야무진 아이들이다.

선발은 안 되었지만 모두들 자신의 업적에 만족한 표정이다. "아깝다. 난 은상이야." 크크... 시험에 지친 아이들, 안 그래도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치른다. 매달 성적이 숫자로 또 꺾은선그래프로 나간다. 힘들고 벅차고 치열한 학교공부지만 온 영혼을 연필 한 자루에 담는 정신으로 집중해서 그리고 즐겁게 생활해 나가자. 연필깎을 때의 그 눈빛과 그 여유로움을 놓치지 않으면 아마 다~ 될 거야.

연필깎기대회
▲ 연필깎기대회 연필깎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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