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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분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같이 언론 스터디 공부를 하는 사람들 중에 PD 지망생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초단편 영화제 출품을 위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재밌겠네요. 저도 영화 촬영 껴주세요."
 
했던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정말 덜컥 3분 영화 촬영 멤버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참여인지라,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한번 꺼낸 말이니 돌이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몇날 며칠 동안 시나리오며, 대본 짜는데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야 했다.
 
그래, 이왕 하는 일 정말 최고의 시나리오를 짜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영화 작업이라는 게 은근 장난이 아니다. 겉에서 볼 때랑 직접 해보는 것이랑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우습게 생각했던 시나리오 짜는 일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보다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에 끼어든 거야?'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제대로 영화를 완성 할 수 있을까, 시간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 속에서 자꾸 빙글빙글 돌았다.
 
'아, 어떡하지. 영화 촬영 잘해낼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고 마는 것 아냐?'
 
이런 고민. 걱정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영화 공모전을 처음 하자고 했던 이은경(28), 촬영을 담당하는 김솔지(24), 시나리오에 집중적으로 참여한 강보배(25)도 걱정스런 눈치다. 그렇게 우리 스터디원들의 단편 영화 제작은 기대보단 걱정을 한웅큼 안고 시작되었다.
 
[제작노트1] 카메라는 대여하고, 배우는 아는 사람, 세트장은 긴급 섭외!
 

영화 제작을 하겠다는 욕심은 굴뚝 같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다. 우리는 촬영 카메라도 없고 유능한 배우도 섭외할 능력이 없었으며(제작비가 적었기에) 촬영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발'로 뛰며 불가능을 뚫기로 했다. 우선 인터넷을 돌며 값싼 가격에 카메라를 대여해 줄 착한 천사(?)를 찾아 다녔고, 배우는 각자 아는 사람 중 능력 있는 사람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중요한 촬영 장소는 주변의 장소를 탐색해 좋은 곳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발로 뛴 노력은 효과를 발휘했다. 카메라를 단돈 5만원에 대여해 주겠다는 착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카메라를 확보해 한 숨 튼 우리에게는 계속 행운이 따랐다.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는 보배가 남자 주인공으로 동아리 후배를 섭외했고, 촬영 장소도 솔지가 아는 음식점 주인에게 부탁해 승낙을 받아낸 것이다.

 

덕분에 불가능할 줄 알았던 영화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갔다. 때마침, 내 애간장을 녹였던 시나리오마저 완성이 됐다. 오, 뭔가 짝짝 맞아 떨어지는 이 전개, 마음 속에서는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호, 드디어 영화 촬영 시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우리는 크랭크인(영화에서 촬영개시를 뜻하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대망의 첫 촬영은 한 음식점에서 진행됐는데, 괜히 두근두근 긴장이 됐다. 아마 첫 촬영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긴장을 풀며 준비해 둔 시나리오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다행히 촬영을 많이 해본 은경, 솔지가 착착 성공리에 촬영을 해냈기에 음식점 촬영을 멋지게 해낼 수 있었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어느 영화 못지 않게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솟아 올랐다. 그렇게 자신감을 한웅큼 얻고 우리는 촬영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제작노트2] 감동을 주는 배우들을 만나다
 
"우리 배우 섭외는 어떻게 하죠?"
"뭘 어떡해요? 우린 출연료가 없으니 주변에서 아는 사람 데려와야죠!"
"네?"
 
영화촬영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배우 섭외였었다. 저예산으로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이었기에 유명한 배우들을 쓴다는 것은 그저 꿈에 불과한 일, 결국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인공은 보배의 동아리 후배(최명종). 또 중요한 남자 배역에는 솔지의 선배(김준영), 음식점 주인 역할에는 촬영 장소였던 음식점 주인 아주머니에게 즉흥 부탁을 해 승낙을 받아냈다. 스스로 참여하겠다는 배우도 있었다. 평소 연기에 관심이 많다던 여성(배환희)은 수당도 받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고마움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인맥을 통해서 급조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올지 불안했다. 또한 얼마나 열심히 해줄지도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보니 이런 내 생각은 순전히 기우에 불과했다. 배우들은 정말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힘든 촬영도 마다않고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해줬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섭외가 된 식당 아주머니는 악역이라고 툴툴 거리면서도 성심껏 연기를 해주셔서 촬영하는 우리들의 박수세례를 받았고, 수당 없이 도와준 연기자(배환희)의 경우는 자그만한 실수도 없이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만약 나라면, 저렇게 돈도 못받으면서 다른 사람의 촬영을 열심히 못 도와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기에 정말 감동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촬영을 도와줬던 모든 연기자들이 말이다. 여름 밤을 녹인 연기자들의 뜨거운 연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제작노트3] 밤을 잊은 그대에게
 
 
촬영은 이틀 밤을 꼬박 새며 진행됐다. 처음엔 정신이 팔팔했던 우리였지만 촬영 시간이 새벽 2시, 3시를 넘자 밀려오는 졸음에 고생을 했다. 말로만 듣던 밤샘 촬영을 경험한 것이다. 어찌나 힘이 들던지, 너무 힘들어서 도중에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 말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람?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할까?'
 

촬영 도중, 너무 힘들어 솔직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영화 촬영은 나랑 별반 상관이 없었다. 난 PD지망생도, 영화와도 별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둔다는 말을 꺼내기엔 모두들 너무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이럴때, 그만 뒀다간 공공의 적으로 찍혀 두고두고 욕먹기 십상일 것이다. 그래서 눈치 보이기 싫어, 열심히 내 임무인 조명 들고 있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조명을 몇 시간 들고 있으니 은근 하고 있는 일에 애착이 간다. 내가 무슨 조명의 달인이라도 되는 양, 연기자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세심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밝은 빛, 좋은 빛에 촬영하기 위해 조명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는 둥, 갖은 애를 썼다.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 요 며칠처럼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미친 적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분명 만점을 맞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무엇 하나에 열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은근 자부심이 드는 일이다. 그렇게 나의, 아니 우리들의 영화 촬영은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고생은 많았지만 밤을 잊은 우리들의 열정이 영화 촬영 완성을 일궈냈다. 밤을 잊은 우리들의 '3분 영화'가 완성 된 것이다. 이제 단편 영화 공모전에 작품을 선보일 일만 남았다. 내심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젊은 날 무엇인가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태그:#3분 영화 제작기, #단편 영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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