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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자명종 소리에 일어난 시각은 새벽 4시 30분. 빗소리에 일어나서 동네 골목 골목 누비다가 닿은 장지천 골목길을 몇 번 돌았다. 그 옛날 살던 집 찾으려 돌고 돌았으나 자취가 없다.

비가 오면 콸콸 장산에서 내려온 춘천의 물소리가 닿던 장지천도 사라지고 없다. 언제 장지천이 사라졌을까. 새로 잘 포장된 복개된 골목길을 지나간다. 집집마다 소나무를 한그루 품고 있는 스레이트 집들은 그대로이다. 어제 내린 비로 후줄근한 나무를 품은 집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느 시인의 시 제목처럼 너무 오래된 골목과 골목길의 폭은 자동차 한 대 들어갈 수 없이 좁다. 자전거 한대 세워진 골목길을 지난다. 골목과 골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골목길 안에서 목을 빼고 열린 대문 안을 기웃거린다.
 
나는 잠시 막다른 골목 끝에 서서 생각한다. 친구와 골목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골목길이 하나 둘 사라지면 어쩔까 쓸데 없는 걱정도 해 본다. 너무 오래된 집 속에 너무 오래 살아온 천 년 나무들 영락없는 한 그루 무우수 (無憂樹) 같다.
 
검은 개가 검게 짖는 듯 싶은
막다른 골목 안 (중략)
이 골목을 향하여 한바탕
신문 파는 소년은 외친다.(중략)
이곳에는 거리의 소음이 신음처럼 들리는 탓에
검은 개가 맴도는 골목안은
무서운 침묵이 오는 것인가.
<골목> 중 '박태진'
 

나는 아직 오래된 골목길 속에 건재하는 나의 사라진 옛집을 기웃기웃거린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나와 반겨 줄 것 같다. 그러나 새벽 골목길 비만 추적추적 내린다. 복개되어 깨끗해진 장지천 골목길. 사라지는 것은 장치천이 아니라 너무 오래된 골목이 사라진 것 같다.
편리함과 불편함의 차이처럼 우리의 삶은 점점 편리함에 익숙해 지고 내 생각은 아직도 장지천 흐르는 골목길을 맴돈다. 
 
고독이 끌러가는 골목의 담
담-담-담을 지나
밤 사람들은
발걸음으로 밤을 민다.
<부재>-'고원'
 


태그:#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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