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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받쳐 든 여인들이 구례 서시천 둔치에서 활짝 핀 원추리꽃을 감상하고 있다.
 우산을 받쳐 든 여인들이 구례 서시천 둔치에서 활짝 핀 원추리꽃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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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산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있다. 바로 여름을 대표하는 우리꽃 원추리다. 봄에 앙증맞은 싹을 틔우더니 어느 순간 꽃대가 올라오고 또 그 꽃봉오리를 활짝 열었다. 하늘거리며 원추리꽃을 감상하고 산사에서 호젓함도 느낄 수 있는 지리산 자락 구례로 가본다.

원추리 군락을 보는데 지리산 노고단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노고단은 지금 초록빛 융단에 노랗고 주황색의 원추리 꽃물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꽃을 배경으로 운해가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원추리 꽃의 절정은 지금부터 8월초까지.

날씨 좋을 때 여유를 갖고 노고단에 한번 올라가 보면 좋겠다. 그러나 노고단을 오른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따로 조성해 놓은 원추리꽃 군락이 있기에. 바로 서시천 둔치다.

활짝 핀 원추리꽃. 꽃 색깔이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활짝 핀 원추리꽃. 꽃 색깔이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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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지 않은 요즘에도 서시천 둔치에는 원추리꽃 군락을 보려는 사람들이 가끔씩 찾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은 요즘에도 서시천 둔치에는 원추리꽃 군락을 보려는 사람들이 가끔씩 찾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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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천은 구례읍을 흐르는 하천이다. 이 둔치에 지금 원추리꽃이 활짝 피어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면적도 자그마치 20㏊(6만평)나 된다. 왕원추리를 비롯 애기원추리, 큰원추리, 노랑원추리 등 골고루 다 피었다.

산책로도 잘 닦여져 있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구경할 수도 있는 길이다. 비 오는 날엔 둘이서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도 좋을 길이다. 꽃을 따라 깨끗한 물이 흐르고, 분수대도 물줄기를 힘차게 뿜고 있어 시원하다.

서시천 둔치의 원추리꽃은 이미 절정을 이루고 있다. 7월 말까지는 절정의 원추리꽃 군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추리 꽃은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꽃이 아니기에 절정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한 그루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날마다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원추리는 본디 관상용이다. 그런데 쓸모는 다양하다. 노란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준다. 실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성을 지니고 있다. 뿌리를 달인 물은 이뇨와 염증, 지혈, 해독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폐결핵, 빈혈, 황달, 변비, 소변불통 등의 치료약으로 쓰이는 이유다.

자료를 보면 옛날 선조들은 허약체질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해서 쌀․보리와 원추리 뿌리를 섞어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꽃을 따서 술을 담거나 김치를 담가 별미로 먹기도 했단다. 요즘에는 원추리 꽃에서 향료를 추출해 화장품이나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구례읍을 흐르는 서시천에서 분수대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원추리꽃 군락은 이 천변을 따라 이어진다.
 구례읍을 흐르는 서시천에서 분수대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원추리꽃 군락은 이 천변을 따라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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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이용한 화장품이나 향수를 선보인 곳은 구례군농업기술센터다. 야생화를 이용한 화장품과 향수 외에 천연비누도 만들었다. 시중에서 인기다. 야생화를 이용한 열쇠고리, 휴대폰고리 등 여러 가지 기념품도 만들고 있다.

이 구례농업기술센터에 가면 야생화 자연학습원도 조성돼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자생하는 야생화 상당수를 볼 수 있다. 야생화 체험학습장이 따로 없다. 몇 해 전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이곳을 우수 문화관광지로 선정한 적이 있다. 그만큼 짜임새나 규모 면에서 알차다. 관람료도 없다.

자연학습원의 규모도 넓다. 3만여㎡나 된다. 이곳 화단엔 원추리는 물론 깽깽이풀, 은방울꽃, 얼레지꽃, 각시풀꽃, 금낭화, 둥굴레, 산작약, 애기똥풀 등 100종이 넘는 야생화가 심어져 철따라 꽃을 피운다. 노랑어리연, 수련 등 수생식물 전시포도 꽃을 피웠다.

농업기술센터에는 압화 전시관도 있다. 옛날 네잎 클로버를 책갈피에 넣어뒀다가 편지 쓸 때 함께 넣기도 하고 앨범에 간직하기도 했던 기억들 있을 것이다. 이 꽃과 풀을 말려서 예술작품으로 만든 것이 압화다. 이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모두 전국 규모의 압화대전 입상작품들이다. 가만 보면 사진인가 그림인가 헷갈릴 정도다. 일반인들의 압화체험도 가능하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 벌개미취와 나비. 구례군농업기술센터 내 야생화학습원에서 만난 풍경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 벌개미취와 나비. 구례군농업기술센터 내 야생화학습원에서 만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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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을 말려서 만든 압화. 그림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하다. 압화전시관에 걸려있는 작품이다.
 꽃과 풀을 말려서 만든 압화. 그림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하다. 압화전시관에 걸려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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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잠자리 생태전시관과 농경유물 전시관도 있다. 잠자리생태전시관에선 지구촌에 사는 잠자리 400여 종의 실물 표본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잠자리의 기원에서부터 생김새와 한살이 등을 세세히 볼 수 있다. 잠자리의 우화과정을 실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온실 형태로 만들어진 농경유물전시관에선 베틀, 물레방아, 탈곡기, 쟁기 등 우리 고유의 농경유물을 만날 수 있다. 어른들에겐 추억의 공간, 어린이들에겐 우리 역사를 되뇌어보는 산 교육장이고 체험공간이 된다.

시간이 되면 발걸음을 사찰로 돌려보는 것도 좋다. 구례엔 지리산이 품은 큰 사찰이 많다. 석등, 각황전, 사사자삼층석탑, 부도 등 문화재가 많은 화엄사와 연곡사를 비롯 반달곰을 만날 수 있는 문수사, 천은사 등등. 절벽 위에 터를 잡은 오산 사성암도 멋진 곳이다.

모두 이름 난 곳이어서 평소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비 오는 날 가면 호젓한 숲길에다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선다. 무더울 땐 화엄사계곡이나 피아골, 문수골, 수락폭포 등 물을 찾아가도 좋다.

새끼 수달. 섬진강민물고기생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새끼 수달. 섬진강민물고기생태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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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옥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택 운조루도 들러볼만 하다.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인 운조루는 토지면 오미리에 있다.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씌가 새겨진 쌀뒤주도 있어 옛 주인의 넉넉함과 함께 서민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새끼수달을 만날 수 있는 섬진강민물고기생태관도 운조루에서 가깝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구례는 산과 강에서 나는 특별한 먹을거리가 많다. 산채, 은어, 재첩을 이용한 요리가 별미다. 광의면에 가면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로 직접 팥국수나 만두, 찐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같이 밀가루를 반죽하고 채를 썰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추리꽃 군락이 있고,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지리산 자락 구례. 그곳으로 발길이 향하는 순간 대자연에서 묻어나는 풀꽃 향기가 온몸을 감싸고 돌 것이다. 몸도 마음결도 행복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원추리꽃이 핀 서시천 둔치 길을 따라 자전거 동호인들이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
 원추리꽃이 핀 서시천 둔치 길을 따라 자전거 동호인들이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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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서시천과 구례군농업기술센터는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에 있다. 두 곳의 거리가 가까워 자동차로 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호남고속국도 석곡 나들목에서 보성강 줄기를 따라 압록을 거쳐 구례로 가거나, 곡성 나들목에서 섬진강기차마을과 압록을 지나 구례로 가면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멋진 강변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태그:#원추리꽃, #서시천, #구례, #구례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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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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