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포스터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포스터 ⓒ Warner Bros.

우리의 해리포터가 돌아왔다. 약 1년마다 부쩍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원작 소설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팬들을 위로해줬던 영화 속의 그가 이번에는 약 2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는 해리를 소개하고, 그가 학교에 적응하는 부분에 초점을 주로 맞췄었다. 그리고 볼드모트의 정체를 서서히 밝히는데 주력했다.

그 이후에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는 해리의 새로운 모험을 통해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진 바 있다. 볼드모트와 해리 사이의 비밀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작들이 완벽하게 시작과 끝이 주어지는 에피소드 형식이었다면, 5편에 해당하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부터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것은 해리포터와 볼드모트의 대결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법 세계에서는 큰 전쟁으로까지 번져나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니 만큼 해리가 볼드모트를 만나 대결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해리포터의 거의 유일한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 시리우스 블랙이 죽고, 볼드모트가 거의 완벽하게 부활한 상태에서 해리포터의 새로운 모험은 시작된다. 호그와트는 위험에 처했고, 해리는 선택받은 자로서 그 위험에 맞서야 한다. 해리의 새로운 모험은 바로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다.

혼혈왕자의 정체, 서서히 해리를 조여오는 볼드모트의 세력

어김없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로 인해 위험에 처한 호그와트에 돌아오게 된다.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새롭게 교수직을 맡은 슬로그혼과 친하게 지낼 것을 당부한다.

볼드모트가 어렸던 시절, 호그와트를 다닐 적에 그를 제자로서 비교적 가깝게 지내던 교수가 바로 슬로그혼이었기 때문이다. 덤블도어는 슬로그혼이 볼드모트와의 어떠한 중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고, 해리는 덤블도어의 말에 따라 슬로그혼이 지닌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책 한 권을 갖게 된 해리는 그 책에 쓰여진대로 함에 따라 우등생으로 변해간다. 혼혈왕자의 소유로 되어있는 책은 마법에 관한 온갖 지식이 적혀있는 것으로, 그 어떤 책에도 쓰여있는 않은 다양한 마법의 비법들이 담겨있다.

한편,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각자 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해리는 지니 위즐리에게, 헤르미온느는 론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론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누구를 향한 것인지 갈팡질팡 하면서 헤르미온느와 묘한 감정 싸움을 하게 된다.

약해진 마법 그러나 한층 강해진 이야기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분명히 성장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부쩍 성장한 만큼이나 영화도 성장한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돌이켜 보건대, 시리즈는 점차 아동용 영화에서 성인용 영화로 변화하는 듯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그 절정에 달해있는 셈이다.

기존 시리즈가 마법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면 이번 영화는 마법으로 인한 볼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마법을 관객에게 가르쳐 주듯이 한 번씩은 언급하고 넘어갔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새 마법이 없는 것이다.

더욱 더 아쉬운 것은 새로운 생물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그와트를 휘젓고 다니는 유령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등장한 바 있는 트롤, 거미의 우두머리 아라고그, 예절을 중시하는 벅빅 등 볼거리 가득한 그 무엇도 기존 시리즈보다는 많이 생략된 느낌이다.

하지만 약해진 마법 만큼이나 이야기 구조는 강해졌다. 볼거리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대한 강도가 강해진 것이다.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앞둔 상태에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지는 것은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다.

마법이 약해졌다고 하여 볼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볼거리가 기존 시리즈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 <해리포터>의 관객도 해리만큼이나 마법 세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마법들이나 생명체에 대한 언급, 마법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언어와 문화 등은 이제 <해리포터> 관객들에게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앞둔 중대한 사안 앞에서 볼거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이야기가 강해지는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한 장면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한 장면 ⓒ Warner Bros.


원작 소설의 영화화, 그 한계 여전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써, 늘 지적받아 왔던 것은 원작 소설의 영화화 단계에서의 한계다. 원작 소설 자체가 본래 양이 많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다양하다.

<해리포터> 원작 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큰 줄기의 이야기가 있으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재미까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서히 결말로 향해가는 그 과정 속에 다양한 증거와 흔적들이 제시된다는 데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2시간에서 3시간 안으로 압축해야 하는 영화는 원작 소설을 모두 살리기에는 무척이나 벅찬 한계가 존재한다. 소설이 가지는 디테일한 묘사를 모두 시각화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본래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는 각색 과정에서 늘 '원작과 별반 차이가 없고, 소설을 따라가는데 급급하다'는 평을 받거나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기 일쑤다. <해리포터>는 시리즈는 늘 후자의 평을 들어왔었다. 방대한 내용을 영화로 만드는데 모든 소소한 재미를 살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혼혈왕자'의 정체에 대한 문제다. 원작 소설은 제목이 가지는 의문점을 풀어주기 위한 듯이 '혼혈왕자의 정체'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영화는 '혼혈왕자'보다는 '볼드모트와 슬로그혼 교수의 비밀' 자체, 즉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부각되어 나타난다. 원작이 혼혈왕자의 정체와 볼드모트의 비밀을 반반으로 비중을 둔다면 영화는 제목이 가지는 힘이 무색할 정도로 혼혈왕자의 정체는 간단히 다룬다.

그리하여 영화 속에서 해리는 혼혈왕자의 정체를 밝히는데 주력하지 않는다. 그것은 론과 헤르미온느도 마찬가지다. 이번 영화에서 해리는 슬로그혼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에 주력하고, 론과 헤르미온느는 사랑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주력한다.

덕분에 원작이 가졌던 혼혈왕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결말 부분의 충격은 영화에 와서 반감된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밝혀지는 혼혈왕자의 정체 때문에 결말 부분이 다소 힘이 없어보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강해진 어둠과 한줄기 사랑의 빛

게다가 영화는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때부터 어두워진 영화는 이번에 들어서서 더욱 더 침울해졌다. 볼드모트가 부활함에 따라 그런 탓이겠지만 밝은 영상이 적어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이러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 되는 것은 사랑이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이미 해리는 건장한 상체 노출을 한 바 있고, 그 이후에도 수줍은 사랑과 키스를 하는 등의 성인으로서의 모습, 로맨틱한 모습을 많이 연출했었다.

이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는 해리는 물론, 론과 헤르미온느까지 사랑의 감정에 더욱 더 충실해졌다. 겉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도 성장한 그들의 모습은 아직은 풋풋하지만 전 시리즈보다는 훨씬 어른스럽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전체적인 어두움 속에서 해리,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사랑의 싸움, 로맨스와 얽힌 에피소드들은 관객들에게 유머를 안겨주며 가라앉는 분위기를 적절한 시기 때마다 환기시켜 준다.

가까워진 볼드모트와의 대결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기존 시리즈보다는 훨씬 어둡고 볼거리도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이야기 측면에서는 훨씬 강화되었다는 것이 전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 느낌이다. <해리포터>는 점차 동화에서 스릴러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영화도 전작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이어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을 맡았다. 그리하여 분위기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볼드모트와의 대결이 가까워진 만큼 마지막 편에 속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도 한층 더 어두워질 것이다. 당연히 이도 데이빗 예이츠가 계속하여 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 이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방대한 내용을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눠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시리즈는 전작을 보지 않아도 딱 떨어지는 에피소드였던 만큼 관람하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이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부터는 앞으로 펼쳐질 볼드모트와 해리의 마지막 대결을 위해 필수 관람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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