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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였습니다. 그가 소박한 시골 농군의 삶을 꿈꾸며 촌로의 평생을 살고자했던 사자 바위, 부엉이 바위가 있는 봉화산 자락 아래 봉하마을에서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서거를 애도하며 통분으로 가슴 패이던 전국의 수많은 민초들의 터전 방방곡곡에서도 그의 불멸의 환생을 기도하는 49재가 치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자취와 흔적, '바보 노무현'의 생애와 종적을 잊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그를 향한 추모와 애도, 또 그것을 넘어서서 현 정권의 먹통 일방주의와 반민주 공안독재의 횡포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결기가 모아져 마침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비통한 슬픔의 마음과 무참하게 훼손되어가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더 이상 가만 두고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격정적 분노가 뭉쳐지고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파도와 너울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를 향한 간절한 눈물에 반성과 각성, 희망의 혼을 모아 지난 일요일 (7/12) 고양시 장항동 미관광장에서 그를 추모하는 고양시민들의 추모공연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열렸습니다. 새벽부터 기승을 부린 7월의 가혹한 장맛비와 거센 바람은 오후가 되자 서서히, 순순히 천 개의 바람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고양파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최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추모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약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은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고, 아빠가 아이를 등에 업고, 친구와 연인이 팔짱을 끼고서 광장으로,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미관광장 무대주변에는 환한 미소로 시민들을 반기고 있는 그의 소탈한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노란 풍선아래 매달린 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그의 강렬한 신념이 담긴 펼침막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정수리에, 심장에 고스란히 각인하고 있는 듯 숙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추모와 애도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 희망을 노래하고 몫을 나누며 참여와 실천을 약속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한 명숙 전 총리의 추도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옆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서 반칙과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따뜻한 원칙과 소신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포효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용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불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서 사회자 최광기씨의 씩씩하고 당찬 진행으로 네바다21, 울트라컨디션, 조관우, 노찾사,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김용우, 권진원, 안치환씨의 노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주위가 노란 풍선, 노란 바람개비, 노란 셔츠로 가득한 광장의 하늘 위로 힘차게 솟구치는 용솟음처럼 새로운 희망이 울려 퍼졌습니다. 흐릿했던 광장의 하늘은 어느새 슬픔과 분노를 넘어선 희망과 용기, 시민의 환호로 메아리쳤습니다.

 

시민들은 비에 젖은 축축한 맨 바닥에 앉아 연신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들 서로의 마음과 눈빛을 나누며 목소리 높여 노래 불렀습니다. 무소불위의 살아있는 폭력적 권력을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난폭하게 휘두르며 불행한 역사의 전철을 서서히 밟아 가고 있는 현 정권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피와 땀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를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기필코 온전히 세우고 지키겠노라는 의지를 담아 함께 노래했습니다. 비통한 슬픔과 분노를 희망의 역사로 바꾸어가는 아름다운 놀이마당이었습니다.

 

공연의 막바지를 장식한 안치환의 노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였습니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광장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사람들은 손수건을 흔들었고, 바람개비를 돌렸습니다. 아빠는 아이를 목마로 태워 춤을 추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서로를 격려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듬뿍 나누는 자발적 시민들의 한 판 놀이는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난장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한 몸을 반역의 역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정권의 칼날을 향해 숭고하게 내던져 살아있는 수구권력에 저항했던 참을 수 없는 그의 고뇌를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먹고사니즘과 정치 냉소주의에 서서히 중독 되어 권력의 횡포에 자신도 모르게 순종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던 다수의 국민들을 각성시키려 한 바보 노무현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했습니다.

 

'여태껏 누군가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슬퍼하며 눈물 흘린 적이 없었다'는 어느 시민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그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렇게까지 아프고 괴로울 줄 몰랐다'는 또 다른 시민의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국민을 향해 권력을 내려놓은 그와 국민을 향해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뚜렷이 분별하는 눈을 비로소 확실하게 깨달음으로 얻은 까닭인 모양입니다. 

 

이제 우리들의 몫이 남았습니다. 우리들이,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다시 민주주의를 구하러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7/12 오후에 고양시 장항동 미관광장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공연 '천 개의 바람이 되어'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태그:#노무현, #고양시민 추모공연,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바보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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