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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대책위는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용산대책위는 "20일까지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희생자 시신을 메고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용산대책위는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용산대책위는 "20일까지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희생자 시신을 메고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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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개월. 하지만 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다. 참 지독한 정부다. 우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고, 올 때까지 왔다. 정부가 20일까지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이제 시체 들고 우리가 광장으로 나가겠다."

정말 올 때까지 왔다. 용산참사가 벌어진 건 한겨울인 1월 20일. 그 후 눈은 내리고 녹았고, 꽃은 피고 졌다. 봄날은 갔고, 겨울은 그보다 앞서 떠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장맛비가 퍼붓고 있다. 그렇게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6개월은 정지된 시간이다. 한겨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뜨거운 화염에 휩싸여 죽은 5명의 육신은,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이 왔음에도 차가운 냉동고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여름이 왔어도 유가족들의 가슴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불 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고 그 육신을 흙으로 돌려보는 게 이토록 어렵다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제 우리 목숨을 내 놓을 수밖에."

"정부 대답 없으면 영안실 철수하고 서울광장으로 가겠다"

구석으로 몰린 사람들의 마지막 저항 수단은 대개 자신의 육신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없는 사람들'의 투쟁의 역사는 그걸 증명한다. 용산참사 유가족들도 이제 목숨을 내걸고 싸우겠다고 한다.

죽은 이의 시신을 6개월 동안 냉동고에 두는 것도 면목 없고,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명박 대통령도 보기 싫다고 한다. 그리고 용산참사 수사의 최종 책임자이면서 수사기록 3000페이지를 공개하지 않은 '검사 천성관'이 검찰총장이 되는 기막힌 현실도 가만히 앉아 볼 수 없단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는 마지막이 될 투쟁 계획을 밝혔다. 용산대책위는 12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영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목숨을 건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용산대책위는 참사 6개월이 되는 오는 20일까지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거리로 나오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에게 인도받지 않은 시신 5구와 함께 서울광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지난 6월18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 예배 형식으로 열린 '용산학살 150일 규탄 추모문화제'. 참사 희생 유가족들이 앞줄에 앉아있다.
 지난 6월18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 예배 형식으로 열린 '용산학살 150일 규탄 추모문화제'. 참사 희생 유가족들이 앞줄에 앉아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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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대책위는 20일을 'D-day(디데이)'로 정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13일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과 인사청문회 '방청투쟁'을, 16일에는 희생자 사진 공개, 1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3보 1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20일에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청계광장에서 범국민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

용산대책위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전국 광역시도 거점에 20일 설치되는 분향소에 참배, 검은 리본 달기, 청와대 등에 항의 글 남기기, 블로그와 메신저에 검은 리본 부착하기 등을 제안했다.

박래군 용산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6개월 동안 유가족들은 병원 영안실에서 공동생활을 해왔고 아이들 세 명도 이곳에서 통학을 했다"며 "더 이상 이런 생활을 할 수 없다, 앞으로 일주일 내에 정부의 대답이 없으면 영안실을 철수하고 서울광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선다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우리의 5대 요구안을 신축성 있게 논의할 수 있다"며 "끝까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다섯 분의 시선을 메고 청와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정부는 협상 자리에 나오라"

문정현 신부 역시 "6개월 동안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이명박 정부가 참으로 지독하다"며 "이제 끔찍한 사태를 정리하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 이번 계획은 이건 살기 위한 절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참사 발생 이후 장례식장 비용만 5억원이 넘게 나왔다. 용산대책위는 시민들과 각계의 도움으로 1억원 정도를 먼저 지불했다. 유가족들은 "시민들에게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신세만 질 수 없다"며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 절대로 6개월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정리할 때'는 유가족들의 심중에 달려 있지 않다. 열쇠는 정부의 태도변화에 달려 있다. 용산대책위는 이미 "정부가 협상에 나오면 5대 요구안을 신축성 적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어쨌든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 변화는 국민들의 여론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어렵고 힘들게 왔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해줘야 이 문제가 해결 될 것 같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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