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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추성훈이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씌어있는 불합리한 것들을 이와 같은 모습과 각오를 통해서 극복했나보다.

 

그래서 이 사진에 나타나있는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나의 눈을 통해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만 같다.

 

추성훈.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이중국적 논란 때문에 언론의 뭇매를 맞던 때였던 것 같다.

 

그는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파벌 때문에 안타깝게도 고국에서 꿈을 이룰 수 없었고, 그래서 그는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으로서 꿈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는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공개했다.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쳐진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 있고, 다소 무서웠던 인상과는 달리 자상하고 순박한 인물이었다. 의외의 이미지와 더불어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 덕분에 그는 국내에서 큰 이슈 메이커가 되었다. 그리고 추성훈 같은 남성상이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그가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UFC라는 무대에 진출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UFC라는 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격투기 시합을 크게 좋아하거나 즐겨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UFC라는 더 큰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일본 격투기계를 벗어나서 세계무대에 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일본에서의 이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몸에 크림을 바르고 경기에 나섰다가 실격 처리된 시합과 사커킥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 시합을 통해서 추성훈은 아니 추성훈이라기 보다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악역의 이미지를 덮어쓰게 된다.

 

한 번은 그가 경기시작 전 등장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는데, 어두운 배경에 차가운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의 포스터도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일부러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한 의도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선악 구도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일본 격투기계의 교묘한 상술이 덮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악역이었다.

 

격투가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던 인터넷 상에서의 인격모독. 어쩌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비난 받아야했던 그의 과거사. 그리고 그의 격투인생 내내 따라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아픔을 함께 돌아보면서 그가 감내해야 했던 커다란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강한 가슴을 지닌 그는 그를 지켜봐주는 팬들이 있기에 그리고 그가 목표로 하는 큰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더 이상 자신의 공격할 때 야유 받고, 공격당할 때 환호 받는 곳을 벗어나서 실력 대 실력으로 대우받는 곳을 찾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를 펼치기 전에,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과거들을 스스로 되짚어 보고 반성하고자 엮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두 가지 목표. 유도를 세상에 널리 보급하는 일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을 해체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으리라.

 

이 책을 통해서 그의 내면과 대화할수 있었다. 뭐랄까 마치 하루 종일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대화체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야! 인마. 강한 남자가 뭐라고 생각하냐? 내 생각에는 지 잘났다고 으스대는 게 강한 것은 절대로 아니야!"

 

"그럼 뭐냐고? 뭐긴 인마! 자고로 강한 남자란, 자상한 남자다 이 말씀이야."

 

"진정한 사나이는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결코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오직 자신의 신념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거다. 알겠냐?"

 

"어이 너 잔 비었네. 사나이가 되라는 의미로 내가 가득 채워준다. 알지? 원 샷!"

 

그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혼 - 도전하는 영혼을 위하여

추성훈 지음, 위즈덤하우스(2009)


태그:#두 개의 혼, #추성훈, #위즈덤하우스,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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