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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가 도드라진다. 지난 30일 국무회의 때는 '서민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으며, 지난 3일에는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과제'라며 역시 '서민'을 강조했다.

 

또한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어묵, 떡볶이, 뻥튀기를 사 먹으며 서민 프렌들리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급기야 6일에는 차일피일 미뤄오던 재산기부를 전격적으로 결행하면서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서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강조에 한나라당 역시 화답하듯 7일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서민정책 강화, 중산층 강화 정책은 한나라당의 갈 길이자 한나라당이 생존하는 길'이라며 서민을 위한 각오를 보여준 것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서는 '서민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처럼 기부 좀 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여당까지 연일 '서민'을 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왠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마치 천연재료 맛이 나는 화학조미료 광고를 보는 듯하다. 왜냐하면 입으로는 '서민'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전혀 '서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대란' 이야기 하면서 정규직 전환은 반대?

 

먼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안부터 살펴보면 정부여당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유예하거나 고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 비정규직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사용자가 고용을 좀 더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 즉 유연성이 제고되면 노동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실업대란'이라는 정체불명의 현실논리를 들어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앵벌이를 단속하면 당장에 불쌍한 아이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니 단속을 유예하거나 앵벌이를 시키고 있는 불량배를 좀 봐주자는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정말 정부여당이 '서민'을 위한다면 대표적 서민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지금처럼 고용불안에 계속 떨게 만들 것이 아니라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난달 29일 여야는 '2009년도 추경예산안'을 합의하여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에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현재 이 지원금을 쓸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극심한 갈등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차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면서 사태의 책임을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정부여당의 이런 모습이 과연 서민을 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부자에겐 웃음, 서민에게는 눈물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낮췄고, 소득세, 법인세도 낮췄다. 즉 감세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감세정책 관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상류층과 재벌에게는 세제혜택이 있었지만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었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빈부의 격차만 심화시켰다.

 

더욱 황당한 것은 감세정책을 줄곧 펼친 정부가 줄어든 세수를 벌충하기 위해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에어컨 등 일부 전자제품에 개별소비세 과세, 부가가치세 인상, 술과 담배에 붙는 간접세 인상, 공공요금 인상을 거론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비과세 감면, 부가가치세, 간접세, 공공요금은 모두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로 인상하게 되면 그만큼 서민들 살림살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정리하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그에 따른 세제개편은 부자에게는 웃음을 주고 있지만 서민에게는 눈물만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율배반적 서민행보는 비단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는 무상급식비 예산을 50%나 삭감해 버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출신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예산 삭감을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즉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무상급식 하겠다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들의 밥값마저 깎아 버리는 이들이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면 과연 누가 그 말을 믿을까?

 

이명박 정부의 '난폭운전' 두렵다

 

서민을 위한다는 '말'에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친 서민행보는 그저 말뿐이며 그 말에도 '동그란 네모를 그리겠다'는 식의 이율배반과 모순이 가득하다. 또한 실제로 보여주는 정책과 행동들은 서민 죽이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진보진영에서는 참여정부를 두고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며 비판한적 있다. 이명박 정부를 비슷하게 비유해보자면 입으로는 '안전운전'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우회전 깜빡이만 켠 채 좌회전, 우회전, 유턴을 마구잡이로 하는 '난폭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서민들은 이런 이명박 정부의 난폭운전이 두렵다. 심하게 밀려오는 불안과 멀미를 참아내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태그:#이명박, #서민, #한나라당,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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