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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현실을 묘하게 비틀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짜릿함'을 선사한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 15회 방송분에서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꿈꾸는 조국(차승원 역)은 유세도중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시선입니다. 여러분의 한표 한표가 국회의원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이는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일을 하라는 것이지, 국민을 위해 군림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이 낸 세금이 여러분의 삶을 더 궁핍하게 하는데 쓰이느냔 말입니다"

 

맞다. 정부여당과 지방자치단체가 숱한 반대를 무릎서고 2012년 완공을 목적으로 강행중인 4대강 살리기 예산이 공개된 것만 22조가 넘는다. 이 모든 자금이 나와 우리, 그리고 시민들이 낸 세금인데, 2012년 이후 우리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강을 파내고 콘크리트로 댐을 만들면서 불도저와 포크레인과 관련된 일부 국민 몇%만 배불리기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세금이 사용되면 좋으련만, 이 정책을 추진하는 나랏님의 생각은 국민과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더군다나 권력을 감시견제하며 약자편에서 진실을 밝히리라 믿었던 언론, 특히 지역언론 조차 국민위에 군림하는 정치인편에서 그들의 주장에만 힘들 보태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4대강 살리기' 22조... 도대체 얼마야?

 

지난 6월 8일, 정부는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09년 10월에서 2012년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4대강에 22조2천억 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에 쌓인 모래와 암석 등 오물 5억 7천만톤을 파내고, 20여 개 보를 설치를 하면, 13억 톤의 용수와 9억2천만 톤의 홍수조절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 쪽의 계획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 간에 논쟁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정부의 사업계획을 피부에 와 닿는 숫자로 환산해 보았다. 해당 사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붇는 사업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8일 정부 4대강 사업 계획을 발표하던 날  환경운동연합이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냈다. 22조 2천억, 도대체 감도 잡을 수 없는 그 액수를 실감나게 분석해주는 자료였다. 그 이후 몇몇 단체에서 추가 자료를 제시했다.

 

- 등록금 반값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세금 연간 5조

-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세금 연간 3조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세금 연간 1조

-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예산 연간 1조

- 아동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연간 9조

- 장애인 연금지원에 필요한 예산 연간 2조

- 취학전 아동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연간 9조 등등.

 

또 있다. 예산 22조 원이면 국민 한 사람당 60만 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며, 지구에서 달까지 만 원짜리 지폐로 연결할 수 있고, 4대강 전체 길이를 2000km로 본다면 만 원짜리 지폐로 11m 너비로 도배할 수 있는 액수라고도 한다. 이제 감이 좀 잡힌다.

 

꽤나 큰 금액인 22조. 불도저와 포크레인 등을 사용하는 몇 % 대형건설업체만을 위해 사용되는 세금과 국민 다수를 위해 사용되는 세금 중, 당신이 정치인이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준설량 5억7천만 톤의 실체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의하면 '수해예방을 위해 강바닥에 퇴적된 모래나 오물 등을 파내겠다'며 2년 6개월 동안 파내는 그 양이 5.7억 톤이라고 밝혔다. 특히 준설량의 77%인 4.4톤이 낙동강에 집중되어 있다.

 

 

일단 정부는 지난 83년에서 2002까지 약 20여 년 동안 낙동강에서 2억여 톤을 모래와 자갈을 파낸 바 있다. 그런데 10년도 채 안되서, 그보다 2배 많은 양을 2년 6개월 동안 한꺼번에 준설한다고 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의문이 든다.

 

30개월만에 낙동강에서 파내야 하는 4.4억 톤을 분석해보자.

 

일단 관동대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334.2km구간을 깊이 6m, 폭 20m씩 연속적으로 판다는 것'이다.

 

트럭으로 계산해보자. 15톤 트럭이 매일 3만2235대씩 910일(약 2년 6개월)동안 파내야 하는 양이다. 그나마 1년 열두 달 하루도 쉬지 않았을때 가능한 숫자다. 주말, 휴일, 비오는 날, 설과 추석 연휴, 여름 휴가 등을 빼버리면 매일매일 낙동강주변을 달려야 하는 15톤 트럭은 4만 대가 넘을 지도 모른다.

 

한국사회 15톤 트럭 보유량이 그렇게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강을 몸살날정도로 정신 못 차리게 파헤쳐대면 강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뿐만 아니다. 강을 대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많은 시민들은 수입원을 잃어버린다.

 

또 있다. 이렇게 갑자기 많이 파헤친 모래와 자갈 등을 어디에 둘 것인가? 경상북도가 갑자기 부랴부랴 나섰다. 4.4톤급의 모래, 자갈들을 쌓아두기 위해 필요한 야적장 부지매입 비용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지자체가 야적장 부지 확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싸우는 형국이지만, 결국 그 돈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예산 22조2천억에, 갑자기 예상치 않았던 금액이 증액된다. 시민들의 지갑은 더욱 가벼워지며, 허리띠를 또 '빡세게' 졸라매야 한다.

 

과연 이 사업이 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까?

 

지역언론 관심, 오직 '낙동강 공사 지역업체 참여'뿐

 

또 있다. <조선일보>, <내일신문>,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이 6월 22일부터 연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축소, 은폐되었고, 안동 하회마을이 잠길 수도 있으며 4대강 사업 뒤 낙동강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오류가 많기 때문에 그냥 집행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최대 피해예상 지역에 본사를 둔 지역언론은 너무나 조용하다. 전국일간지나 방송뉴스를 보면 이 지역에 뭔 일이 날 것 같고, 시민들은 포크레인과 불도저 앞에 드러누워 이 사업을 막야야 할 듯 한데, 정작 지역언론의 시선은 민심과 반대쪽에 다른 쪽에 가 있다.

 

지역언론들은 앞다퉈 이 황당한 공사에 지역건설업체 참여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연일 많은 지면을 할애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나랏님, 정치인, 일부 언론이 일심동체로 밑빠진 독에 시민의 세금만 쏟아붓겠다며 목청높이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시민들의 힘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납세의 의무'에 충실한 나의 삶이 왜 이리 팍팍한 것일까?

 

'정성껏 국민의 삶을 치유하겠다'는 드라마 <시티홀> 속의 정치인 조국이 그립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태그:#4대강, #낙동강, #22조, #운하반대, #시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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