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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할 때까지 싸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학생회장 입후보를 거부당한 김인식(17·서울 송곡고 2년)군은 6일 오후 1시 30분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곡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는 오는 15일부터 치러지는데, 김군은 학생담당 부장과 담임교사 등이 입후보 추천을 해주지 않아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이 학생회장 후보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교 교칙에 따르면, 학생회장 후보자는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교사 2명과 재학생 3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진정을 접수받은 국가인권위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국가인권위 측은 "국가인권위법상 공권력에 대한 인권침해만 조사범위에 포함되는데 문제가 된 송곡고는 사학재단이라서 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촛불 들자 교사들이 '집시법 위반'이라더라"

 

송곡고 운동장에서는 지난달 29일 학교 측 대응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학생 50여명이 이에 참석했다. 김군은 "이제 제가 나서지 않아도 많은 친구들이 이 문제에 나서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송곡고 학생들의 자체 조직을 결성해 학교 측에 항의하겠다, 피케팅이나 1인시위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군은 일단 이번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싸움을 그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적어도 학교 측에서 공식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생활지도부 교사들은 "학교 망신이니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학내 촛불집회에 대해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런 집회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김군은 지난해 5월부터 '학교자율화 조치'에 반대하며 촛불집회에 참석했지만, 이같은 활동이 '발각'된 것은 올해 5월 1일. 당시 노동절집회에 나갔다가 공중파 방송과 인터뷰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촛불집회 참석에 대해 김군은 "수업을 빠진 것도 아니고 불법행위로 문제가 된 것도 없었다"면서 "학생으로 당연한 일이고 침묵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모든 촛불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그는 단지 촛불집회 참석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체벌·두발 관련 교칙을 개정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에 학교 측에 찍혀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학생회장 출마를 준비하면서도 그는 "학생회연합을 구성해 청소년 인권문제에 대한 입법요구를 하겠다"는 공약을 만들었다.

 

김군은 "학교 측이 학생회장 선거를 미룬다면 좋겠지만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다른 후보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일단 이번 선거에서는 뜻을 함께 하는 학생회장 후보에게 힘을 싣겠다"는 '후보 단일화' 방침을 밝혔다. 이날 국가인권위 진정 접수에는 박성일 후보도 동참해 김군에게 지지를 나타냈다.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회장 후보로 나서려다가 함께 입후보가 거부된 '러닝메이트' 윤태영군에게도 미안하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에게 심려를 끼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김군은 "그냥 참고 넘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만둘 수 없다고 마음이 섰다"면서 "여기서 끝내면 올바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청소년들이 모두 겪고 있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이 문제를 놓고 싸우겠다, 반드시 학교민주화를 이뤄내겠다"고 자신의 다짐을 나타냈다.


태그:#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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