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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지역 공동체 라디오 금강FM 홈페이지.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소식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으로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 방송을 만드는 구조라 참여도가 높다
 공주지역 공동체 라디오 금강FM 홈페이지.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소식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으로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 방송을 만드는 구조라 참여도가 높다
ⓒ 금강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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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이 없으니 노후된 방송기기 교체도 못하고 어려움이 많습니다. 운영비를 60~70%선으로 낮추다보니 겨우겨우 유지하는 형편입니다. 방송을 통해 소외계층과 못사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하는데, 많이 지치고 힘드네요. 예전에는 동네 이장님들도 방송에 자주 출연하시곤 했을만큼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방송인데…."

지난 6월 22일 찾은 공주지역 공동체 라디오인 금강FM 방송국. 방송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광육 국장은 공동체 방송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으로서 지역 사회에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정책이나 청사진이 부재한 현실에 그는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이장님이 확성기로 말하던 '동네 방송'을 모태로 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시범 사업 기간이 끝나며, 곧 정식 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자립여건이 약한 현실에서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정부의 지원금도 중단되면서 방송 운영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며 들을 수 있고  지역 현실에도 가장 알맞아 꼭 필요한 방송입니다. 지역에 살면서도 큰 뉴스 외에는 지역만의 소식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자잘한 동네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이라 소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지원금이 끊기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본 사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농촌 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현실을 전하는 나주FM 김양곤 대표의 말에는 한숨이 배어 있었다.

공공성 확보와 방송 문턱 낮춘 공동체 라디오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펼쳐진 공동체 라디오 관계자들의 1인 시위. 공동체 라디오 방송들은 안정적 방송 환경을 위해 출력 증강 및 공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펼쳐진 공동체 라디오 관계자들의 1인 시위. 공동체 라디오 방송들은 안정적 방송 환경을 위해 출력 증강 및 공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 관악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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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라디오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으로 송출 출력이 반경 5~7km가 가청권인 1W(와트) 정도에 불과한 지역 밀착형 방송을 말한다. 지방화와 분권화 시대를 맞아 참여정부시절 분당 마포, 영주, 광주, 공주, 대구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첫 전파가 발사됐다. 전문방송인이 아닌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미디어의 공공성 확보'라는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해 왔고,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방송의 문턱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듣는 방송이 아닌 참여하는 방송이 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주민들의 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모습이다. 애초 사업 목적에 부합하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공동체 라디오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일정부분 운영비를 지원해 왔다. 비영리적이고 공익성을 띤 사업이라 시범방송기간 동안 안정적인 방송을 지원해 왔던 것. 하지만 정식 사업으로 전환을 앞둔 올해부터는 지원이 끊어졌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에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논리였다.

대신 방통위는 '광고를 허용해 주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공동체 라디오들은 크게 반발했다. 출력이 증강되지 않은 5~7km 가청권으로는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 공동체 라디오 관계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방통위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이기도 했으나 정부의 입장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10일 공동체라디오 방송에 대해 정규사업을 도입하기로 정책방안을 확정하고 사업자 선정방안을 의결했다. 내용은 기존 방침의 고수였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자 선정방안에 따르면, 1W(와트) 출력을 유지하되 주파수 여유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법의 규정에 따라 10W(와트) 이내 출력을 증강하고, 방송광고와 협찬고지 허용 및 음악, 문화, 정보제공(지역관련 소식에 국한)으로 편성을 한정한다는 것. 방송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자율경영의 원칙에 따라 자체적 해결을 원칙으로 했다. 중앙정부 재원의 지원은 없으니 생존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지원 끊기며 열악해진 방송 제작 환경

공주지역 공동체 라디오 금강FM의 방송 현장
▲ 금강FM 공주지역 공동체 라디오 금강FM의 방송 현장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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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이 끊긴 이후 풀뿌리 지역 방송은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작 프로그램의 축소는 당연했고, 재방송 비율이 부쩍 늘었다. 열악해진 환경을 자원봉사와 후원금 등으로 해소해보려 하고 있지만 방송 운영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의 방송들이 자본금 잠식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공동체 라디오 광주시민방송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 광고가 어려운 데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작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현재의 환경에서 최대한 살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금이 끊어지면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교통비 지원 등도 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라 자원 봉사자들의 열정이 줄어든 면도 있다"고 밝히고, "그동안은 자원봉사자들을 컨트롤 하는 구조가 탄탄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금강FM도 "방송에 전담하던 인력을 순수 자원봉사자로 대치했고, 주5회 방송하던 프로그램도 3회로 줄였다"며 "운영비가 기존 대비 60~70%선으로 줄어들면서 상황에 따라 제작 비용이 없어 외부에서 긴급히 차입한 후 나중에 갚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의 마포FM은 방송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가 주민들이 직접 나서 간신히 어려움을 해소했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도움으로 상황이 많이 개선됐지만 지원금 중단으로 경상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이 생겨 적자가 지속 중인 상태라고 한다.

대구 성서FM 정수경 대표는 "(지원금 중단) 이전에 개편을 마쳤기에 프로그램에는 큰 지장이 없고, 줄어든 운영비를 후원금과 기부금, 사회단체 보조금 등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후원받기도 쉽지 않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것도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에서 1W(와트) 출력으로 광고방송을 하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광고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좌파 냄새가 난다', 달갑지 않은 시선 보내던 방통위

이처럼 공동체 라디오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식 사업 결정도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올 초 결정이 예상됐던 사안이 2월에서 4월로 연기됐고, 관련 정책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시범사업 종료를 앞둔 6월에서야  정식 사업으로의 전환이 결정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 관계자들이 일부 공동체 라디오에 대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좌파 냄새가 난다"고 운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업 진행이 늦춰지는데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일부 방송사에 촛불집회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당시 이야기를 듣던 관계자가 화를 내면서 항의해 유야무야 됐다지만, 공동체 라디오를 불편하게 여기는 현 정부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지원금 중단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참여정부 때부터 결정된 사안이라며 지원금 중단은 현 정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 관계자들은 "현 정부가 공익과 비영리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고, 오직 상업적 활용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시범사업이라는 것이 기술력을 축적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확장시키려는 목적인데, 이를 잘 살려나가야지 그렇지 못하면 그간 들인 노력들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취약한 부분을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지원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생존 위해 자금 차입, 홈쇼핑 운영 고민 중

여느 공동체 라디오가 그러하듯 야성의 꽃다방의 라디오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이다.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열려 있다. 이 날도 약속돼 있지 않던 게스트가 두 명이나 함께 했다.
 여느 공동체 라디오가 그러하듯 야성의 꽃다방의 라디오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이다.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열려 있다. 이 날도 약속돼 있지 않던 게스트가 두 명이나 함께 했다.
ⓒ 장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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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공동체 라디오들은 자체적인 생존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 외적인 부분으로 눈을 돌려 다양한 자구노력을 찾고 있는 것. 방송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운영 자금을 차입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판매 사업을 구상하는 방송들도 있다. 주변 환경이 열악한 곳은 운영에 따른 압박을 크게 받는 모습이다. 그나마 대학교안에 시설이 있는 곳은 양호한 편이다.

영주FM 이병준 방송국장은 "지역 특산물인 인삼과 사과를 활용해 홈쇼핑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해 방송 인력을 충원해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 영업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 심정으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강FM 김광육 국장은 "공주는 방송국 시설이 공주영상대학 안에 있어 건물 무상사용 등의 지원을 받고 있어 학교에 의지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방송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모두 학교 직원으로 채용돼 있으며, 운영비의 80~90% 정도도 캠페인 방송을 통한 학교 측의 지원금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것. 학교의 지원이 없으면 방송의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나주FM 김양곤 대표는 "8개 사업자 중 나주가 가장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열심히 하려다보니 투자가 많았는데, 지원금이 끊기면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른 방송들은 도시에 있어 환경이 좋고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도 지정돼 버텨나가는 것 같은데, 나주는 농촌이라 지역 방송이 가장 필요함에도 기반이 탄탄치 않다"는 것이다.

공동체 라디오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이 중단된 이후 나주가 운영에 따른 어려움이 다른 곳에 비해 큰 것 같다"며 "정식 사업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식사업 승인 심사에서 재정기술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0점 만점에 450점으로 까다로운 심사가 예상된다는 것. 마땅히 기댈 곳이 없는 방송들은 정식 사업의 목전에서 위태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 필요한데, 전파 하나 주고 알아서 해라는 식

직원3명과 자원활동가 50여명이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는 FM분당 사무실
 직원3명과 자원활동가 50여명이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는 FM분당 사무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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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상당수의 공동체 라디오가 운영비 확보에 목숨을 걸면서 방송의 독립성 침해 및 부실화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방송이 지역 문제를 비판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운영비를 외부에 절대적으로 의탁할 경우 올바른 방송의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영리와 공익성을 내세운 출범 초기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부분이지만 정부가 이를 부추기며 내모는 상황에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들은 속수무책이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한 방송의 관계자는 "지자체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 내용의 완화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원칙은 지키고 있다"고 말했지만, 방송 독립성 침해 여지가 있음은 다분해 보인다.

관악FM 안병천 본부장은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사회 발전의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데, 시민사회에 전파 하나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상업논리로 내모는 방통위의 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지자체 등에서 도움을 받을 경우 방송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면서 운영비 확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송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문제를 최근 미디어법 논란과 연계시켜 이야기 했다.

"조중동이나 재벌이 방송을 소유하면 제대로 된 비판보도가 안 되니까 국민들이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지역을 대변하는 공동체 라디오가 운영 자금 부분 때문에 특정세력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면 방송이 아니라 단순 홍보매체로 전락하게 될 뿐이지요.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정부의 넓은 인식이 아쉽습니다."

마포FM의 송덕호 방송본부장은 비영리 공익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이니만큼 계속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일부분이라도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액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1/3정도씩을 나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 방송국 자체사업, 광고수익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공동체 라디오 정착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의 야당은 최근 국회에 따로 제출한 미디어 발전 보고서에서 지역성 강화를 위해 공동체 라디오 등의 '비영리 공동체 미디어'를 공적 지원 대상에 포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태그:#공동체라디오,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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