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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30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며칠 미뤄졌던 미디어법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아래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1일 이틀 만에 다시 의자를 갖다놓고 회의 저지 농성에 들어갔다. 반면 "이틀 동안은 문방위를 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한나라당)은 3일째인 이날 오후 회의를 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흥길·나경원 "합의 처리하되 시한 명시하자"

 

고 위원장은 오전 10시께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을 불러 상임위를 열기 위한 의사일정 협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여야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웃으면서 만난 나경원, 전병헌 의원은 일단 의사일정 협의에 들어가자 각 당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회의를 먼저 열어야 한다"(고흥길, 나경원)는 주장과 "미디어법 합의처리 약속부터 먼저 해야 한다"(전병헌)는 주장이 부딪히면서 의사일정 협의는 1시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간사 협의를 마치고 나온 뒤 발표한 협의 내용도 제각각이었다. 11시쯤 문방위원장실에서 나온 고 위원장은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오전에는 회의를 열지 않겠다, 식사하고 오후에 오시라"는 친절한 말로 인사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이런 식으로 (농성)하면 국민들이 너무 실망할 것"이라고 말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우리(한나라당)는 아무런 조건도 없고, 합의처리 한다는 데 찬성한다"면서 "다만 민주당이 미디어법 처리를 9월 정기국회로 넘기자고 하는 것은 반대하고, 6월국회 회기 내에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최대한 합의해서 처리하되 6월국회는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시한 내 합의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우리는 절대 물리적 충돌을 할 생각이 없지만, 합의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6월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나경원 의원도 고 위원장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식 보고서가 제출된 만큼 6월국회 회기 내에 미디어법을 표결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날 간사협의를 마친 뒤 나 의원은 "우리 안을 상당 부분 고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법안 수정을 위한 여야 협상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다만 6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한나라당은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를 할 수 있지만, (법안 처리) 기한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시한 명시는 표결 명분쌓기용" 반발... 최시중 사퇴 요구도

 

전병헌 의원은 고 위원장과 한나라당의 '합의 처리' 발표를 "반 보 진전"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시한을 명시한 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전 의원은 "법 처리 기한을 정하는 것은 6월국회에서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처리를 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합의 처리를 하자면서 처리 시한을 못 박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주장이다.

 

한편 고 위원장이 이날 오후 문방위를 개의하겠다고 밝혀 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전 의원은 "오늘 의사일정은 어떤 협의나 합의도 없었다"며 "합의 없는 문방위 개의는 받아들일 수 없고, 회의 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 위원장의 말대로 문방위가 개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정배, 이종걸, 조영택, 최문순, 장세환 등 민주당 문방위원들도 회의실 앞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문방위 앞 복도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최 위원장은 30일 미디어법 저지 투쟁을 벌이는 민주당을 언급하며 "참기 힘든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권력이 언론을 장악할 의지도 계략도 없는데, 야당은 언론장악이라는 허상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할 위원장이 여당 원내대표 같은 정치적 언사를 남발하는 것은 스스로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며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산하 방통특위 위원장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미디어법, #고흥길, #나경원, #전병헌, #국회 문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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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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