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3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를 위한 직제 개정령안이 다뤄질 국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실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3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를 위한 직제 개정령안이 다뤄질 국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실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하 인권위원장)이 임기를 넉 달 남기고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뒤 관심은 차기 인권위원장에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결정이나 권고도 꾸준히 내던 국가인권위였지만, 새 인권위원장의 성향에 따라서 역할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성향의 차이는 있더라도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비상시국'이라는 데는 인권활동가와 인권위 관계자들이 모두 동의한다. "자칫하면 북한인권 업무·조직만 강화하고 경찰과 기업인 인권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가인권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진강 "인권위 직원들 사이에서 내 얘기 오간다고 들었다"

현재 차기 위원장 물망에 오르는 인물로는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신혜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 기독교사회책임 대표인 서경석 목사,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 고문인 김진홍 목사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 안경환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부터 인권위나 인권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청와대에서도 이 전 회장을 인권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이진강 전 회장은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007년 1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제44대 대한변협 회장을 맡은 법조계 경력이 있는 데다가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1987년 고 박종철 치사사건을 언론에 처음으로 확인해준 검사이기도 했다. 변협 회장 재임 시절 그는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생활인권'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서 제성호 교수나 김일수 교수, 서경석 목사, 김진홍 목사 등은 이 전 회장에 비해서 인권 분야 경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중 일부가 사무총장에 오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상 인권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는 데다가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위원장이 안 되면 사무총장'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21%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인권위 축소 철회 공동투쟁단'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장애인들이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노숙농성 돌입 및 행정안전부 장관 그림자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21%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인권위 축소 철회 공동투쟁단'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장애인들이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노숙농성 돌입 및 행정안전부 장관 그림자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신혜수 교수의 경우 UN 여성차별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가 국제인권기구(ICC) 회장국 선출을 위해 '국제적 기준'을 고려한다면, 신 교수의 이같은 경력은 큰 장점이 된다. 안경환 위원장은 사퇴의 변에서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ICC 회장국직을 수임하여 인권선진국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전문위원이며, 한나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고, 서경석 목사의 부인이기도 하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이고 '인권'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평가한다.

신혜수 교수는 "3년 동안 비상임위원을 했으니까 국가인권위에 대해서도 ICC회장국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안다"면서 "청와대에서 (임명) 얘기가 오진 않았고 내정도 아닌 단계에서 지금 입장을 밝힐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 전 회장을 놓고서는 "다른 뉴라이트 출신 인사보다는 낫다"는 긍정적 반응과 "법조 경력 때문에 국가 공권력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동시에 나타냈다. 일부 활동가들은 "이미 국가인권위의 정부 인권침해 감시 기능은 끝났다고 본다, 누가 위원장이 되든 관심 없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진강 전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가 차기 위원장 후보로 언급되는 것은 인터넷을 보고서야 알았다, 당황스럽다"면서도 "예전에 인권위에서 같이 일하고 지금은 직급이 올라간 직원들이 날 (차기 위원장으로) 좋다고 하는 얘기가 오고가는 것은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변협 일을 하면서 안경환 위원장이나 전임 위원장들과도 협조를 해서 인권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처음에 독립적 국가기관으로 희망적으로 출발했는데 기구도 축소되고 올해는 발전을 못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위원장 직이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더 좋은 분들이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임명 가능성이나 자신의 의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진강 회장 재임 당시 변협, 사회정치 현안에 '보수' 발언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대한변협

관련사진보기


이 전 회장 재임시 변협은 사회정치 현안에 보수적인 성명을 발표해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7월 3일 변협은 촛불시위에 대해 "헌법적 절차에 의해 출범한 합법정부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지금의 사태야말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날 보수언론 광고 중단운동에 대해 "특정 신문에 광고를 내지 못하도록 기업체나 개인에게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검토보고서를 냈다.

변협은 당시 회원들 의견 접수 시한을 앞당겼고, 그렇게 정한 시한보다도 먼저 성명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변호사들이 "왜 회원들 의사는 묻지도 않고 성명을 내놓냐"는 항의 이메일을 변협에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이진강 전 회장은 'BBK 특별검사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앞둔 지난 2007년 12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특검법이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국민은 그 의혹의 대상인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시켰다"고 강조했다.

당시 변협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지난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비판한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변협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거듭된 선거법 위반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서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 2007년 12월 삼성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 조준웅 전 인천지검장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을 추천한 것도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변협은 당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징계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의뢰인을 위해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무를 넘어 권리로 인식될 만큼 변호사에게는 생명과 다름없다"면서 "이번 일로 사내 변호사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변협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명박정부와 '인권 코드'가 맞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7년 11월 정부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자 변협은 "인권가치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스럽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탈북자 100명 심층 인터뷰해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금은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지난 2007년 12월 17일 삼성 특별검사 후보 결정을 앞두고 변협을 방문한 이덕우 변호사, 전종훈 신부, 심상정 의원 등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금은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지난 2007년 12월 17일 삼성 특별검사 후보 결정을 앞두고 변협을 방문한 이덕우 변호사, 전종훈 신부, 심상정 의원 등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태그:#국가인권위, #이진강, #신혜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