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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겉그림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겉그림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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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기상청의 장마예보가 중단됐다.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중단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기후가 변화, 장마철은 물론 장마 전·후에도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는 등 한반도 강수 특성이 변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5월 말~6월 초에 장마의 시작과 끝나는 시기를 알리던 이 장마예보가 시작된 것은 1961년, 그러니까 48년 동안 우리의 기후 특성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다.

장마를 전후해 많은 비가 내린다고 장마전선이 사라지거나 장마만의 기후적 특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장마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러니 장마예보 중단은 아쉽다. 기상청의 장마예보 중단으로 예전보다 장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장마가 시작되고 끝났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7월 말쯤 장마가 끝날 거라 짐작은 하지만,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를 막연하게 바라봐야 할 때처럼 대책 없이 불안하다고 할까? 여하간 해마다 장마예보를 기다려 피서 날짜를 잡거나, 장마철 특수 상품을 준비하던 일부 상인들에게 장마예보 중단은 썩 아쉬울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에 장마철이 없다면?

비가 내려도 시원하기는커녕 후텁지근하다? 웃옷을 걸쳐 입어야 할 만큼 오싹 서늘할 때도 있다? 습기가 많아 여기저기 눅눅하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도 눅눅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더 소리 소문 없이 상해버린 음식 때문에 식중독 사고도 잦다?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도 많아진다? 인명과 재산 등의 홍수 피해도 있다?

장마철은 대개 이렇다. 어쨌거나 장마는 불편하다. 때문에 장마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장사를 하는 내 친구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손님이 뚝 끊긴다'며 '장마는 없으면 더 좋을 천덕꾸러기'라고도 표현한다. 그런데 내 친구 뿐일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마를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거나 장마철을 지겹고 짜증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장마는 우리 생활을 불편하게만 하는, 그리하여 없으면 더 좋을 천덕꾸러기에 불과할까? 만약 우리에게 장마가 없(었)다면?

무엇보다 우리의 벼농사가 심하게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장마가 오기 전은 소위 '장마 전 건기'라고 할 만큼 비가 적게 내리는 시기이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저수지를 둘러보면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어떤 곳은 저수지의 바닥이  마치 거북의 등이라도 되는 양 갈라져 있기도 하다. 작은 하천도 바닥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로 그런 저수지를 채워주는 것이 장맛비이다. 그래서 우리의 벼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장마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가뭄이 길어지면 상황이 크게 다르다. 농민들은 애타게 장맛비를 기다린다. 1994년에는 장맛비가 거의 없었다. 전국이 타들어갈 지경이 되었다. 웬만해서는 여름철에 산불을 볼 수 없지만, 섬인 제주도에서조차 여름 산불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장마는 꼭 있어야 하는 계절이다. -책속에서

덧붙이자면, 늦장마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을부터 가뭄이 들기 쉽다. 심하면 겨울과 이듬해 봄까지 가뭄이 이어지면서 모내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반대로 장맛비가 계속되면 고추 역병과 같은 작물 돌림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역병은 일단 한번 발생하면 주위의 작물에가지 번져 말라죽기 때문에 한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이처럼 장마는 우리에게 썩 중요하다. 한해 농사는 물론 경우에 따라 두해 농사까지 장맛비가 좌지우지 한다.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까지 있기 때문에 없는 것이 더 좋을 거란 장마 덕분에 우리들이 기름진 쌀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장마를 지겹고 짜증스럽게만 생각하지 말자.

옛 조상들의 기록에도 장마 피해는 자주 등장한다. 또한 학자에 따라 장마철을 4계절처럼 따로 분리할만큼 장마는 예측하기도 힘들고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런 장마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알거나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기후학이나 지리학 등 기후와 날씨, 즉 장마와 관련된 학문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기상 현상이 서쪽애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장마는 다른 날씨와 달리 남북으로 이동한다. 게다가 어느 한쪽으로 일정하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방향으로 오르내린다.

-장맛비는 장마전선에서 내리는 비이다. 그 전선은 우리나라보다 추운 북쪽의 기단과 더운 남쪽의 기단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여름이어도 그 경계의 북쪽은 선선하고 남쪽은 무덥다. 같은 장마철이라고 하여도 전선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가에 따라 선선하기도 하고 무덥기도 하다. 장마철에는 지역마다 다른 날씨가 나타날 수 있고 곳에 따라 집중호우도 발생…

-계절에 따라서 시베리아 기단과 오호츠크해 기단,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동부 아시아에서는 어디서든지 장마와 비슷한 형태의 날씨를 경험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그런 날씨를 메이유(Maiyu)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라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장마 전선의 형성과 장마의 특성 등을 우리의 생활과 풍습 등과 연관시켜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자주 끄덕이게 된다. 원리는 모르지만 우리들이 숱하게 겪었으며 여전히 겪고 있는 자연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날씨 비밀은 이 책에... 잦은 기상 오보, 이 책으로 힌트를!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푸른길 펴냄)은 우리나라 기후와 날씨 전반에 관한 책이다. 지리학자이자 기후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일반인들을 위한 지리와 기후에 관한 책을 내기도 한 저자(저서:<기후학> <이승호 교수의 아일랜드 여행지도>)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의 기후'를 4부로 나누어 들려준다.

우리에게 기후가 필요한 이유와 우리나라 기후를 만드는 것들, 우리나라의 5계절과 5계절에 따른 특성, 기후 혹은 날씨의 주요현상인 기온과 강수량, 바람, 그리고 안개와 서리 등 우리나라 기후와 날씨 전반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장에서는 태풍과 폭설, 한파와 폭염 등을 이겨낸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 실었다.

점점 갈수록 기후 혹은 날씨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의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기후 혹은 날씨를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변화무쌍하여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힘들어하는 날씨와 기후 전반을 훨씬 흥미롭고 쉽게 접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책 속 기후와 날씨 관련 풍성한 사진과 도표, 세계 각 나라와 우리나라 각 지역의 기후와 날씨로 인한 독특한 문화와 생활 풍습 등은 흥미롭고 유용한 자료인 것 같다.

주요 내용들
▲기후와 날씨의 차이는? ▲지금보다 더 더워진다면? ▲최근 잦아지는 혹독한 날씨는 왜?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자리한다면? ▲우리나라 주변이 바다가 아니었다면? ▲장맛비가 만들어지는 이유는?▲봄에는 왜 산불이 많을까? ▲늦은 봄에도 영동지방은 왜 선선할까? ▲태백산맥이 서해안에 있다면? ▲장맛비는 두해 농사까지 좌우한다? ▲기후정보, 돈버는데 유용하다?

▲봄 날씨가 여자 마음 같다고?! 그 진실은? ▲우리나라는 왜 홍수와 가뭄이 잦을까 ▲소나기는 쇠잔등을 가른다! ▲살살 부는 바람에 가슴이 멍든다. ▲섬을 알려거든 열흘만 갇혀 보아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과학적 원리는?▲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과 가장 추운 곳은? ▲서해안에는 까데기가 있다? ▲울릉도에는 우데기가 있다? ▲영동 지방에는 뜨럭이 있다?

장마나 홍수 외에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은 소나기이다. 불붙는 듯 푹푹 찌는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나기는 예고 없이 내릴 때가 많다. 때문에 우산도 챙기지 못한 날 소나기를 만나면 낭패스럽기도 하다. 이때 저자의 이야기 한 토막을 떠올리면 느닷없는 소나기가 난감하지만은 않으리라.

저자에 의하면 한없이 쏟아질 것 같은 소나기도 대부분 일곱 시 이전에는 그치기 예사, 저녁이면 잠잠해진다. 또한 소나기는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 이내인 경우가 많고 강수량도 10mm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 느닷없이 내리는 소나기에 난감해하지만 말고 그리 급한 일만 없다면 소나기 내리는 시간을 여유의 시간으로 돌려 활용하는 것도 건강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되리라.

덧붙이는 글 |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이승호/2009.3/푸른길 출판사/1만 6천원



한국의 기후 & 문화 산책 - 생활 속 기후 여행

이승호 지음, 푸른길(2009)


태그:#장마철, #기상청, #장마예보, #푸른길, #기후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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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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