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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여부를 두고 여야와 노동계가 맞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주목 받는 정치인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민주당 3선, 서울 광진을) 의원이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임위 상정권을 갖고 있는 추 위원장은 최근 계속해서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불가" 입장을 밝혀 왔다. 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정 요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급기야 28일에는 "노동계와 합의되지 않는 비정규직법 유예안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나라당으로선 추 위원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29일 오전 회의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추 위원장을 겨냥해 정면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절박한 모습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선 결코 안 된다"고 포문을 연 안 원내대표는 "(추 위원장이) 노동계가 받아들이지 않는 비정규직 유예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 자체가 오만한 월권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법안 상정을 위원장 한 사람이 좌우한다는 발상 자체가 직권남용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상임위원장은) 그대로 사회를 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여당 간사가 사회를 대신할 수 있다"고도 압박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5자 연석회의'가 불발된다면 내달 1일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더 강하게 앞세우는 중이다.

 

이강래·우윤근-추미애 회동... 민주당-노동계 잇는 역할론 주문? 

 

추 위원장의 강경한 '원칙론'은 민주당의 싸움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5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노동계로서도 든든한 우군을 두고 있는 셈이 된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원혜영 전 원내대표,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우제창 원내대변인 등은 이날 오후 추 위원장을 차례로 찾아가 앞으로 원내 전략을 논의했다.

 

우 대변인은 "노동계와 합의 없는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추 위원장의 입장"이라며 "그 원칙은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원내대표단은 추 위원장과 만나 합의 타결, 결렬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추 위원장에게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주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위한 법 개정안은 상정하지 않겠다"는 추 위원장의 원칙론에 동의하면서도 노동계의 이해를 끌어내는 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민주당은 애초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반대'에서 한발 물러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한 준비기간 6개월을 '시행 유예 기간'으로 놓고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이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5자 연석회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5자 연석회의를 만든 추 위원장이 직접 나서 노동계와 이견을 좁히고 '민주당 안'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마련된다면 민주당으로선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5자 연석회의 결렬 가능성 커... '직권상정' 파국 맞을 수도

 

한편 이날 오후 3시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8차 5자 연석회의에서도 여야와 노동계가 정면충돌했다. 특히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과 민주당 김재윤-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사이에는 가시돋힌 말들이 오고 갔다.

 

조 의원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100명 중 70명은 실업급여 한푼도 못 받고 쫓겨날 판인데 뭐든 방법을 찾아보자는게 정부 여당 입장 아니냐"며 비정규직법 시행 유보를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 4월에서야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법안을 제출했는데 그 동안 한나라당은 뭐했나"(김재윤 의원), "언제부터 한나라당이 비정규직을 그렇게 생각했느냐"(임성규 위원장)고 맞받으면서 30분간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5자 연석회의가 최종 결렬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한나라당은 5자 연석회의가 결렬될 경우,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을 직접 만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내일(3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일인 1일 전에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노동계간 극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비정규직법, #추미애, #안상수, #5자 연석회의, #환경노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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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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