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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의 하류 화개마을엔 매년 초여름이면 큰 잔치가 열린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은어낚시꾼들이 모여 한바탕 자신들의 기량을 겨루고, 은어낚시 저변을 넓히는 축제가 이곳 화개장터 앞 섬진강 여울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화개장터 앞에 놓인 빨간색 아치 다리(남도대교)도 매년 여기 섬진강 여울 잔치판으로 몰려드는 꾼들을 흐뭇하게 내려다본다.

 

 

하동지역 최대 여름 축제로 자리매김

 

한국다이와정공(대표 아베코이치)이 매년 초여름 이곳 화개장터 앞 섬진강 여울에서 개최하는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 축제'는 이제 한 업체의 행사를 넘어 지역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가수 조영남씨의 노래 '화개장터' 가사에 나오듯이 여기 섬진강 여울에 모인 꾼들의 말에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한데 섞여있다.

 

 

 

"행님, 내 좀 전에 씨은어 한 마리 방생했심더~! 환장하겠네예."

 

한 참가자가 주최측에서 나눠준 두 마리의 씨은어 중 한 마리를 코걸이하다 그만 놓쳐버렸다. 그러자 그 남자의 입에서 볼멘 경상도 사투리가 터져 나온다.

 

"아따 참말로~, 그라믄 니는 마이나스 조과가 돼 부렀네 잉~. 어째야 쓰까이~."

 

옆에 있던 동료 중 한 명이 걸쭉한 전남 광양 사투리로 '갱상도 사내'를 위로한다. 전남 구례와 광양, 그리고 경남 하동을 절묘하게 이어주는 남도대교 아래서 '전상도'와 '경라도' 꾼들은 이렇게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하나가 된다.

 

 

 

 

광양꾼 이규성씨 20마리 낚아 우승

 

지난 6월 20일 열린 '2009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 축제'는 대회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매년 그렇듯 올해도 경쟁보다는 화합과 웃음이 넘치는 '한바탕 여울축제'가 되었다.

 

오전 8시 정각에 시작된 대회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차분하게 진행이 되었다. 오랜 가뭄 탓에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어 기대했던 것보다 조과는 저조했지만 60명의 참가자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축제를 즐겼다.

 

 

 

대회결과 광양에서 온 이규성씨가 3라운드 합계 20마리의 은어를 낚아 우승상패와 시가 400만원 상당의 은어낚싯대를 받았다. 2위는 18마리를 낚은 미야시로 마사히데 (宮代昌秀) 일본 다이와 은어낚시 필드스태프가 차지했으며, 17마리를 낚은 김태한씨가 3위에 입상했다.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축제는?

올해로 3회째... 하동군 지역축제로 자리매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축제'는 매년 8월 영덕군이 주최하는 오십천 은어낚시대회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은어낚시 대회다. 섬진강은 일본의 은어낚시꾼들도 즐겨 찾는 곳. 특히 화개장터 앞에서 열리는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 축제'는 이제 한 업체의 행사를 넘어 경남 하동군의 지역축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다이와정공(대표 아베코이치)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6월 섬진강 화개장터 앞 여울에서 열리며, 선착순으로 60명만 접수를 받는다. 선수들은 10명씩 6개조로 나누어 6개의 낚시구역에 들어가는데, 낚시구역을 바꿔가며 90분씩 3라운드로 대회를 치른다. 씨은어는 매 라운드마다 주최측에서 한 사람 당 두 마리씩 나눠준다. 다른 선수의 낚시를 도와주거나 서로 씨은어를 주고받는 행위는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순위는 3라운드 합계 마릿수로 결정된다.

 

현장 인터뷰 / 은어 따라 섬진강 온 일본꾼 미야시로 마사히데(宮代昌秀)씨

"한국 은어, 아주 공격적…경호강 은어가 최고 맹렬"

지난 6월 20일 화개장터 앞 섬진강 여울에서 열린 '2009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축제'에 일본의 은어낚시 명인이자 일본 다이와사의 필드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미야시로 마사히데 (35ㆍ宮代昌秀)씨가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번호추첨 결과 미야시로씨의 등번호는 1번.

 

미야시로씨는 최하류 구간에서 낚시를 시작해 1라운드에서만 8마리를 거푸 걸어내는 솜씨를 보였다. 밀착 취재를 하는 동안 나는 그가 포인트를 선점하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싱싱한 씨은어를 바꿔주는 손동작도 무척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 2라운드를 마친 미야시로씨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야시로씨는 지난해 처음 섬진강을 찾은 후 섬진강 은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위해 방한했다고 들었다. 언제 한국에 왔나?

대회 전전날, 그러니까 6월 18일 저녁에 왔다. 그리고 어제(19일) 여기서 연습을 겸해 낚시를 해봤는데, 조과가 꽤 좋았다. 오전 낚시로만 30여 마리를 낚은 것 같다.

 

섬진강은 이번이 첫 방문인가?

아니다. 작년이 첫 방문이었다. 작년 여름 두 번 섬진강을 찾았고, 올해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섬진강 은어 출조가 되는 셈이다.

 

2년 동안 5차례나 방문할 정도면 꽤 잦은 편이다. 은어낚시터로서 섬진강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말인가.

나는 한국의 은어낚시터를 몇 군데 안다. 산청의 경호강에도 가봤고, 영덕의 오십천에서도 은어낚시를 해봤다. 개인적으로는 섬진강 은어보다 경호강 은어가 더 매력적이다. 경호강 은어는 육봉은어로 아주 공격성이 강하다. 개체수에서도 경호강이 월등하고 여울의 형태도 좋고, 포인트가 되는 돌이나 바위 등도 많고 그 모양이 다양하다.

 

은어낚시는 언제부터 했으며, 주요 수상경력을 말해달라.

10살때부터 은어낚시를 해오고 있다. 일본에는 은어를 낚을 수 있는 낚시터와 크고 작은 은어낚시대회가 아주 많다. 이런 여러 대회에서 꽤 많은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대회라 할 수 있는 다이와 주최의 '아유(은어)마스터즈'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6번 결승진출을 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일본의 은어낚시 인구는 얼마나 되나? 일본과 한국의 은어낚시 여건이나 환경을 비교해 달라.

일본에는 대략 100만명의 은어낚시꾼이 있다. 게다가 일본 전역에 걸쳐 은어낚시를 할 수 있는 낚시터가 아주 많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마니아층이 얇고, 낚시터 등 인프라도 취약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은어는 일본 은어에 비해 투쟁심이 아주 강하다. 아마 일본의 은어는 양식 후 방류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자연산 은어보다 공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일본의 은어는 눈 주위에 공격점(오이보시=은어의 눈 주위에 있는 노란색 별모양의 점으로, 미야시로씨는 야생 은어에는 이런 공격점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고 했다)이 없다. 한국 은어 중에서도 경호강의 은어가 가장 공격적이다. 씨은어를 밀어넣으면 먹자리 은어가 바로 맹렬하게 따라와 공격을 한다.

한국은 아직 은어낚시 인구가 많지 않지만 낚시터 등 제반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다면 붐이 일어날 개연성이 다분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blog.naver.com/penandpowe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섬진강, #은어낚시, #다이와코리아 섬진강 은어낚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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