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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자연을 좋아하고 도시적인 거에 불편함을 느끼던 성향이 있었어요. 특히 원래 일하던 서울 미디액트가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데, 어떻게 보면 도시적 생활의 정중앙에 있었던 거잖아요. 찌들어 있었던 거죠. 그때 주위에서 귀농하는 사람들과 대안적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울생활과 거리 두기를 시도했었죠."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고 서울에서 돈을 벌던 한 여성이 30년 넘게 익숙했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돌연 지역으로 내려왔다. 이유는 자급자족적인 삶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귀농을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전남으로 귀농해서 자연과 하나 돼 살아가는 분이 있었어요. 전기도 안 쓰고 수도도 안 쓰시는 분인데, 귀농을 생각하던 차에 한번은 그분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호롱불 밑에서 밥을 먹는 도중 제가 이런 삶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준비도 부족했고, 그래서 귀농은 힘들다고 판단했죠. 그때 마침 익산미디어센터 설립 움직임이 있었고, 원래 하던 일이 미디어교육을 담당하는 일이고 해서 익산으로 내려올 결심을 한 거죠."

 

2008년 5월 1일, 익산공공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교훈씨는 그렇게 서울을 버리고 익산을 택했다. 소비중심의 도시생활을 벗어나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이하 재미)를 찾았다.

 

신방과 학생, 대안 미디어에 빠지다

 

사진이 좋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는 홍교훈씨. 고등학교 때는 영화에도 관심이 있었던 홍씨가 대안 미디어와 미디어 교육에 빠지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시절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좌를 들으면서부터다.

 

"그 당시 한겨레 문화센터는 진보적 문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요. 그곳에서 환경운동가와 기지촌 여성운동가 등을 만났어요. 그분들을 통해 처음으로 시화호에서 물이 썩고 있다는 사실과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알게 됐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주류 미디어에는 안나오는 거예요. 저는 재밌는데 말이죠. 그래서 주류 미디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걸 표현하는 대안 미디어와 미디어 교육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이후 홍씨는 대학시절 성폭력상담연구소에서 미디어교육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고, 또 과목 중에서 대안 미디어 수업을 듣는 등 자신의 길을 미디어교육 쪽에서 찾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초·중·고 학교로 들어가 방송반 학생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서울미디액트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교육업무를 시작, 지난해 익산미디어센터로 자리를 옮기기에 이른 것이다.

 

지역에서 공동체를 꿈꾸다

 

서울에서의 자신을 던지고 내려온 홍씨는 지역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스스로를 '행운아'라 여긴다. 비록 귀농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그에게는 미디어교육을 통한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도 다 다르고요. 근데 우리는 그런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려 해요. 다른 생각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때로는 폭력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저는 그런 다양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거에서부터 시작해 각각의 특성이 조화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지역공동체인데, 미디어교육을 통해 그게 가능하리라 보는 거죠."

 

이는 물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시민들 자체가 아직은 미디어 교육을 낯설어 하기 때문에 홍 팀장이 생각하는 지역공동체는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제가 처음 서울에서 미디어 교육을 시작할 때 느꼈던 그걸 2009년 익산에서 느끼고 있어요. 미디어 교육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건데 시민들은 그 부분을 많이 낯설어 하는 거 같아요. 남 얘기, 뭔가 교훈적인 얘기, 사회적인 이야기는 쉽게 하는데, 정작 우리 주변과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게 무슨 가치가 있냐는 식이죠."

 

하지만 홍교훈 팀장은 여전히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지역사회의 모습을 기록하고, 표현하며 나와 이웃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있다며, 지역민에게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전했다. 내달 2일 정식 개관하는 익산미디어센터 '재미'야 말로 그 시작이 될 거 라는 게 홍 팀장의 설명이다.

 

정식 개관 앞둔 '재미'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지원 사업에 선정돼 첫 발을 내디딘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재미(이하 재미)의 정식 개관은 7월 2일. 지난해 5월, 설립준비차원에서 시작해 1년 넘는 시간동안 다문화어린이 미디어교육과 어린이도서관 자원봉사자 미디어교육, 20대 미디어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재미는 내달 2일 개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며 익산 시민의 품으로 달려 나갈 계획이다.

 

재미가 추구하는 미디어 교육의 핵심은 기존 주류 미디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그들 스스로가 미디어를 활용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미디어교육의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홍 팀장은 개관기념 프로그램을 소개로 이야기를 마쳤다.

 

"개관기념 프로그램은 6월 22일부터 7월 18일까지 이어져요. 기획미디어강좌부터 무료특강, 영화상영회, 개관기념회 및 개관기념 토론회 등 다양하게 꾸려지죠. 개관식은 7월 2일 오후 2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지하 1층 재미극장에서 진행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의 이름이 '재미'이기 때문일까. 서울서 내려온 지 이제 막 1년이 넘은 홍 팀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덧붙여 텃밭을 일구며 채소도 가꾸는 등 못 이룬 귀농의 꿈을 대신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그녀에게 지역은 '재미'그 자체인 듯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미, #대안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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