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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다시 시장을 찾았다. 동대문 이문시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도 사먹고, 뻥튀기도 사서 고등학생에게 나누어주고, 토마토 노점상도 들러 서민을 위로했다. 7개월 만에 민생 행보다.

 

이 같은 장면을 찍은 사진은 26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면을 장식했다. 두 신문 주요 기사는 며칠째 이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이었다. <조선일보>는 25일에도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인터뷰를 1면에 실어 '중도 강화론'을 자세히 설명했고, <중앙일보>는 26일 4면과 5면에서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 소식과 함께 '중도의 길을 걷는 세계 지도자'를 소개해 청와대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국면전환용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장 소상공인단체나 노점상단체들도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시장 상인들] "대기업 편에 선 민생 탐방... 실망만 했다"

 

특히 시장상인들이 실망한 것은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다. 골목까지 진출한 SSM 때문에 지역 내 소규모 점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상황. 이 대통령이 찾아간 이문동 골목상가 역시 대형마트와 SSM으로 인해 소상인들이 고통받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 상인들도 이 대통령에게 SSM 규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던 이 대통령은 "마트가 못 들어서게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 재판하면 패소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서 (소상공인과 생산자의)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팔면 마트보다 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철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말은 '민생탐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편이구나 싶더라"면서 "워낙 어려우니까 특별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좀 했는데 그런 만큼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정치인이 와도 안 속는다, 그냥 '때가 됐구나' 싶다"면서 "이번 시장 방문도 국면전환용 아니겠냐, 그러나 진실성 없이 탐방만 하면 오히려 이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이 전하는 재래시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최근 그가 만난 지역의 한 슈퍼마켓 사장 부부는 바로 앞에 들어선 SSM 때문에 가게에 투자한 1억 원도 못 건지고 앉아서 망해가는 형편이었다. 이 가게 사장은 "예전에는 사람이 왜 자살하나 싶더니 이제 그 심정을 알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점상] 올해는 떡볶이 노점상 웃을 수 있을까

 

노점상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서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범하는 법규 위반행위(도로 점거 노점상 등)에 대한 일제 단속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지자체별 노점 단속은 오히려 예년보다 심해졌다는 것이 전국노점상연합 측의 주장이다.

 

신진선 전국노점상연합 선전국장은 "이 대통령은 자신이 노점을 했다는 얘기도 하고 올해 초엔 노점상 할머니를 안아주는 제스처도 취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을 보면 노점 단속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보 역시 립서비스와 포토타임용 이벤트라는 주장이다.

 

신진선 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언제까지 어느 지역에서 노점을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각 구청에 내려가 있다, 하룻밤 사이에 몇 개씩 철거되는 지역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때문에 노점상이 급증하는 추세다, 사무실에도 '노점 시작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부쩍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시장에 간 이 대통령은 떡볶이 가게에서 맛있게 어묵을 먹었지만, 공교롭게도 떡볶이 노점상은 지난 2008년 수난이 많았다.

 

지난해 2월 대구 두류시장 노점상 철거 현장에서 떡볶이 좌판이 길바닥에 엎어진 채 통곡하는 행상 아주머니의 사진기사가 누리꾼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고, 그해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선정한 '최다댓글기사'로 선정됐다. 같은해 3월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떡볶이 노점상 전아무개씨가 단속반원과 실랑이를 하다가 분신해 자살을 시도했다. 5년째 떡볶이를 팔아 생계를 꾸리던 그는 "영업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명박 정권이 부자 편인 것은 '이미지'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민생탐방을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부자들과 재벌 건설사만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여론이 악화되니까 서민을 챙기는 척 쇼를 하고 있다"면서 "그럴수록 민심은 악화된다"고 잘라 말했다.

 

안 팀장은 "2012년까지 100조를 감세하고 4대강 사업에 30조를 펑펑 쓰다가 돈이 모자라니까 서민 증세까지 추진하는데 어떤 서민이 이명박 정부를 환영하겠냐"면서 "거짓쇼 하지 말고 부자감세 정책이나 중단하라"고 꼬집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부자정권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이것이 좌파 세력과 야당의 선동 때문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정권인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정부가 본질은 안 바꾸면서 이미지만 '서민', '중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면서 "일부 국민들에겐 효과가 있겠지만 다른 국민들은 '역시 저 수준밖에 안 된다'는 반감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조중동과 KBS·SBS 등 보수언론들은 이렇게라도 이명박 정권이 '부자' 이미지를 벗도록 도와줄 수밖에 없다"면서 "이전부터 장애인 시설에 가서 우는 대통령의 눈물을 미담성으로 보도하는 등 비판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태그:#민생탐방, #이명박, #재래시장, #대형마트,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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